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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마음의 반영 밤사이 내린 눈이 나뭇가지에도 제법 쌓였다. 기온이 오르자 후둑후둑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이 떨어진다. 초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아이들이 빵빵한 가방도 모자라 보조 가방에도 미어터질 듯 개인 사물들을 담아 들고 하교를 하고 있었다. 몇몇 어린 아이들은 엄마들이 짐을 들어 옮겨주는 모습도 보인다. 오늘이 종업식인가보다. 새 학년 올라가면서 실내화며 사물함 바구니, 보관했던 개인 학용품들을 담아 가는 것이다. 설날을 앞두고 종업식을 해서 아예 2월 끝까지 학기말 방학에 들어간다.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들의 까마득한 앞날이 희망차게 보이지 않는 것은,내 마음 상태 때문이기도 하지만, 얼마전 외국 작가가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고 하며 찍어올린 영상과도 무관치 않은.. 더보기
아직...... 겨울 겨울 혀에 닿는 커피 맛이 쓰다. 커피 맛은 변함이 없을텐데, 내가 변한 것이다. 전에는 TV에 떼거지로 나와 킬킬거리는 소리에 나도 따라 웃곤했는데 지금은 다 심드렁하고 냉소적으로 보게 된다. 내가 변하니 다 변하는 것이다. 그동안 물을 안 준 화분들이 축 늘어져 있고 화분과 함께 따라 들어온 개미들이 신나게 거실 바닥을 누비고 다닌다. 몸을 최대한 감싸고 두르고 밖으로 나오니 길바닥에 말라붙은 염화칼슘이 버짐처럼 흉하게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기온이 올랐다고는 하나 바람은 여전히 차다. 아직 겨울 한복판인 것이다. 더보기
포기해야 하는 것들 왼쪽 무릎이 시큰 거린다. 그래서 배드민턴을 그만하고 탁구로 바꿨는데 탁구도 무리인 것 같다. 병원에 갔더니 사진을 찍어보더니 그리 큰 문제는 없다고 하면서 약을 처방해주고 물리치료를 받고 가라고 하였다. 탁구도 당분간 쉬기로 했다. 그러는 차에 마가렛이 두통 증세를 보이며 구토를 해서 병원에 갔다. 주사도 맞고 영양제 주사도 맞고 돌아왔다. 그런데 다음 날 내가 똑같은 증세를 보인 것이다. 전염된 것처럼.... 난 병원에도 안 가고 집에 있는 두통약으로 버텼다. 두통이 있다보니 좋아하던 바둑도 두기 힘들고 책도 보기 쉽지않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하는 것들이 늘어난다. 배드민턴, 탁구, 바둑.......책.....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것도 못하게 되었다. 둘 다.. 더보기
겨울 풍경 많은 나무들이 나목의 형태로 겨울을 견디고 있다. 잎이 없는 가지들이 파란 겨울 하늘에 다양한 선들을 그려놓았다. 문득, 소리가 나서 올려다보니 청설모가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 새들을 쫓는다. 날개도 없는 것이~~ㅎ 가상하기도 해라...... 이 추위에도 산의 배드민턴 장은 말끔하게 치워져 있고 주변엔 통나무에 장판조각을 씌운 의자들도 정겹게 놓여 있다. 그림을 그리던 사람이 화구들만 놓아둔 채 잠시 추위를 피해 자리를 비웠는지 화가는 보이지 않는다. 골목 어귀에 쌓여있는 연탄재가 정겹고 앙증맞다. 어릴적엔 처리해야 할 큰 짐이었는데 지금은 작아서 하나 품어 들고 가고 싶기도...... 더보기
한 해의 시작 2023년을 보냈다. 한 해만 보낸 게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장인 어른께서도 영면하셨다. 오랜 기간 요양원에 계셨고 근래에는 가까운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는 등.... 헤어지는 연습을 해왔지만 사위인 나와 달리 딸인 마가렛의 감정은 분명 다른 것이다.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한해를 정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는 분들의 마음 속에 돌멩이 하나를 퐁당~~ 던진 기분이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 조의와 위로를 보내 주셨다. 내 마음 속에서도 잔잔한 파문이 오래 퍼져 나갈 것이다. 나는 그렇게 2024년의 문을 열었다. 더보기
밀린 숙제 누구나 그러하듯 병원 가는 일은 정말 싫다. 올해가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해라 올 초 부터 받아야지 받아야지 .... 하다가 이렇게 12월이 끝나가는 시점에서야 마지못해 둘이 함께 병원에 갔다. 옛 어르신들이 '하루 물림이 열흘 간다'고 하시더니 바로 그 꼴이 된 것이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다 검진시 옷을 벗어야 하니 가볍게 입고 겉에 패딩을 하나 걸치고 갔다. 아침을 안 먹은 빈속이다보니 더 춥게 느껴졌고 길도 미끄러웠다. 이리 오세요. 저리 가세요~ 여기 보세요. 검사 받는 한사람 한 사람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 하는 간호사들도 정말 힘든 일일것 같았다. 그럴 땐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과 사무적으로 퉁명스럽게 내 뱉는 사람은 단박에 비교가 된다. 오늘 안내하는 분은 말투도 공손하고 정.. 더보기
좋은 이유 오래간만에 딸이 집에 왔다. 낑낑~~ 요와 이불을 들고 들어왔다. 이거 고양이들이 실례를 해서 아무래도 솜을 틀어야 할 것 같아. 엄마가 가까운데 솜트는 집이 있다고 해서 가져왔어~ 들어오자 마자 우린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냈다. 양쪽에서 엄마, 아빠가 동시에 말을 걸자 "어이구야~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얘기 해야지~~" 딸과는 세대차이도 있지만 독서 취향이 달라서 서로 읽는 책이 달랐는데 웬일로 요즈음 박완서 작가의 책에 빠져 있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오호 그래~ 나도 이번 일본 여행 때 박완서 작가의 책을 가져 가서 읽었는데 참 좋더라구. 라는 책이야. 그러자 딸은 정세랑 작가의 라는 책 한번 읽어보라고 하였다. 그러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에 대한 이야기, 작가 임경선의 책과 장강명의 책이야.. 더보기
바뀐 역할 퇴직하고 난 후에는 우리 둘 부부의 역할이 바뀌었다. 사람들과 어울려 공방을 만들다보니 나보다 더 외출이 잦다. 그러다보니 내가 출근할 땐 잘 다녀오라고 듣던 말을 요즘에는 거꾸로 내가 더 많이 하게 된다. 퇴직 후 둘이 오랜 시간을 함께 붙어 있다보면 아마 사소한 일로 의견 충돌이 많았을 것이다. 이를테면, * 뭐가 덥다고 에어컨을 틀어?...... 아니 이런 날이 안 덥다고? * 왜 문을 닫아 갑갑한데..... 찬바람 들어오잖아~~ * 고기 먹으러 가자. ...... 무슨 고기야 고기는~~ * 어디 놀러가자~ ...... 놀러가긴 어딜 놀러가 집이 좋은데~~ * 이거 맛있으니 먹어봐~ ...... 혼자 많이 드셔~~ * 뭐가 춥다고 무릎 담요까지 덮고 있어? 집안 온도도 이렇게 높게 해놓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