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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잠식 당한 가을 앞으로는 여름에게 뒤로는 겨울에게 많이 잠식당해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 짧아질 것 같다.그러다보니 기회만 닿으면 배낭을 메고 산으로 갔다.두둑한 내 배낭을 보고 산에 오래 있을거냐고 물었다.얼마나 있을지 나도 모르겠네~ 바람 한 점 없는 날이다. 그렇다보니 산입구에 들어서자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숲속으로 들어서자 유치원 아이들이 야외학습을 하고 있다. 소리의 8할은 아이들 소리다.계곡 가까이에 가서야 또로록 작은 물소리가 들렸다.가을이 되니 나무들도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든 것 같다.  침묵을 깨트린 것은 밤과 상수리나무 열매가 후두둑 하며 떨어지는 소리였다.까치 한 쌍이 나무가지에 날아와  앉자 가지가 휘청이고 이파리 한 장 팔랑~ 떨어진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피해다녔던 햇살을 지금은 찾아다니는 철.. 더보기
가을엔 모름지기 떨어진 낙엽들이 휘이익~ 지나가는 자동차를 따라간다. 그러다 이내 따라가기를 포기하고 주저앉고 만다. 그 모습이 조금은 쓸쓸하고 외롭게 보이네 여름이 지나고 나니 여름과는 어울리지 않았던 것들이 떨어진 낙엽을 따라 온다. 역시, 가을이야. 한여름 공사를 하던 계곡에는 근사한 쉼터가 만들어졌다. 철쭉과 맥문동을 나무 아래와 길섶에 열을 맞춰 심어 놓았다. 책을 보다가 하늘과 나무를 보다가 시원치 않은 매미 소리를 듣다가 그보다 커진 귀뚜라미 소릴 듣는다. 흐르는 물들은 돌틈 사이 생긴 모양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낸다. 또르륵 또르륵~ 조르륵 조르륵~ 심지어 내 뱃속 소리처럼 꼬르륵 꼬르륵~ 소리도 들려온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그리 멀지 않은 숲 속에선 유치원 아이들의 소리. 두리번 거리며 떨어진.. 더보기
가을은 교활한 악마 올 가을들어 가장 낮은 기온이라고 한다. 하지만 날은 쾌청했다. 한낮을 택해 가을볕이 좋은 곳을 찾아 앉았다. 얼마전 가을비로 인해 계곡의 물소리가 제법 소리 전체의 배경노릇을 하고 있었다. 이따금 까마귀 우는 소리, 멀찍이 산길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푸르름 가득한 그림 속 빨간 지붕의 집처럼 포인트를 주듯 들려왔다. 책을 펼쳐 들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책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왜 다섯번이나 자살을 시도 했을까. 풍족한 가정환경 속에서 풍족하게 생활을 하였음에도 ..... 인간 다자이 오사무의 속에 내재되어 있던 그 무엇이 그리 이끌었을것이다. 자전적 요소가 다분해 보이는 은 뜻밖에도 에곤실레의 그림이 표지로 장식되어 있었다. 책을 보다가 해바라기 하기를 반복하다가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양말까지.. 더보기
가는 가을이 아쉬운 릉을 다니며 한번도 줄을 서서 표를 산 기억이 없는지라 제법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풍경이 낯설다. 얼마남지 않은 가을이 아쉽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인가. 지난 여름에 갔었던 선릉의 가을 모습...... 이렇게 보존하는 바람에 도심 한복판에서 톡톡히 공원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묘한 무늬를 그려넣은 듯한 잎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좀 작살나무의 열매는 흰색이 먼저인지, 보라색이 먼저인지, 검은색이 먼저인지, 알 수 없게 섞여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들은 제법 배치를 잘 해 놓은 구성 작품이 되어 있다. 더보기
길어진 그림자 왜 그래? 감기야? 몸이 안 좋아보이는데 나가지 말고 옆에 있을까? 가을엔 물음에 대답을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 '그냥' 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가끔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 이해할 수 없는 나를 진정 시키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있다고 해도 그 버튼을 누르지도 않을 것이다. 가을 바람난 사람처럼 싸돌아다니다 오늘은 비가 오는데도 나갔다. 가을비는 물감을 머금었는지 잎이 다들 짙어졌다. 개미 한마리, 자기보다 대여섯배 되는 죽은 곤충 한마리를 힘겹게 끌고 간다. 그러다 바람이 휭하고 불자 물고있던 곤충과 함께 저만큼 날아가 떨어졌다. 그래도 입에서 놓지않고 떨어진 자리에서 여전히 끌고 간다. 가을을 살아가려면 포기를 모르는 저런 끈질기고 강인함이 있어야 하나? 하지만 가을엔 강.. 더보기
가을 창가에 앉아 빈 커피잔을 다시 들여다 볼 때처럼, 바르르 떨리는 현악기의 선율 끝에 안타까이 매달린 아쉬움. 하루가 다르게 빛은 기울어지고 그 기울어진 만큼의 쓸쓸함. 감미롭고 매혹적인 연주에 헤어나지 못하고 끝없는 상념 속에 마냥 듣고 있다. 더보기
어느 흐린 가을 날 비를 한 차례 흩뿌리고 난 하늘엔 짙은 구름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비를 맞은 뻐찌엔 빗방울이 하나씩 달려 있다. 파리 한 마리를 포획한 거미는 열심히 거미줄을 뽑아 옴짝달싹 못하게 파리를 엮느라 여념이 없네 나도 내 속에 떠도는 부유물들을 저리 엮어야 할텐데..... 여름에 충분히 햇볕을 받은 산딸나무는 발그레한 빛깔의 열매를 달고 있고 하루하루 날이 가고 그에 따라 기온도 떨어지니 바닥에서 냉기가 몸으로 올라온다. 양말 신을 생각만 했지 보일러를 켤 생각을 하지 못했네..... 보일러 온도를 높이니 탁! 소리와 함께 빨간 불이 들어왔다. 한참을 지나야 온기가 올라올 것이다. 더보기
가을 햇살 아래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앉아 있다보면, 대왕이 디오게네스에게 원하는게 뭐냐고 했을 때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대왕인, 당신 때문에 그늘이 생겼으니 햇볕을 쪼일수 있게 내 앞에서 비켜달라고 했을지 이해가 간다. 가을 햇살을 받으면 몸이 부풀어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이럴땐 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