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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봄은 선물 봄은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낸 자들에게 드리는 선물이다. 어린 아이들도 선생님 손을 잡고 숨겨져 있는 선물을 찾으러 나왔다. 봄햇살을 받으러 나가지 않으려는 자는 몸에 대해, 자신에 대해 직무유기 더보기
인간과 꽃은 날씨를 이기지 못해 마트에 갔더니 봄동이 꽃을 달고 있었네~ 저거 살까? 꽃이 핀 건 좋지 않을 것 같은데......? 마트를 나와 길을 걷는데 수백개의 동백꽃봉오리가 그만...... 피지도 못한 채 갑작스런 추위에 얼어붙어 시들어 가고 있었다. 에고~~ㅠ 안쓰러워라..... 일기예보를 보니 작년을 생각해서 봄꽃 축제기간을 당겼는데 올해 작년보다 늦게까지 추워 꽃들의 개화시기가 늦단다. 그래서 부랴부랴 축제를 일주일 늦추었다는 뉴스가 올라왔다. 인간과 꽃들이 어찌 날씨를 이길 수 있으리요~ 더보기
주말 풍경 아파트가 산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지라 등산객들로 붐빈다. 오늘은 주말이라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산악회에서 시산제를 하는 팀들이 많다. ** 산악회....라는 플랭카드를 걸고 시산제들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다들 제사상에는 돼지머리가 하나씩 놓여있었다. 그런데 몇몇 산악회에서는 돼지머리 대신 돼지 저금통을 놓고 있어 미소가 지어진다. 혐오스러운 돼지머리보다 훨씬 나아보였다. 돼지입이나 돼지코에 돈을 우겨 넣는 것보다 돼지 저금통에 넣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이크까지 동원하여 제법 경건하게 축문을 읽는 산악회도 있었다. 산 입구의 음식점은 대목을 맞아 주차장마다 만원이다. 주차자리를 찾지 못한 차들이 산속 이곳저곳에 주차한 꼴불견 차들도 눈에 띄었다. 산악회 이름 앞에는 대부분 '재경' 이라는.. 더보기
학교 앞에서 초등학교 앞을 지나다 보니 마침 저학년들 하교 시간인지 교문 앞에는 부형들이 꽤 많이 모여 있었다. 내가 1,2학년을 맡았던 기억이 떠올라 잠시 서서 흥미롭게 지켜 보았다. 부형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아이들 학원은 어디 보내고 있는지, 피아노 학원은 보내고 있는지 등등의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다. 아이들 하교를 도우러 온 태권도 학원 강사는 부형과 아이들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가만 보니 건널목에서 아이들 안전지도를 하고 있는데 들고 있는 안전 깃발에 태권도장 이름이 씌어 있었다. 태권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요즘에는 태권도장에서 차로 아이들 하교 때 태권도장으로 데려 가려고 대기하는 차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도장에서의 일과가 .. 더보기
늦겨울 눈 지난 2월 하순 어느날 낮에 추적추적 비가 내리더니 밤이 되면서 진눈개비로 변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밤사이 눈으로 변해 온천지를 하얗게 덮어 버렸다. 마치 깜짝쇼를 벌인 기분이다. 산길을 걷자니 데크길의 난간 위에 쌓인 눈 높이로 얼마나 많은 눈이 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눈이 무거운 나머지 약한 가지들은 툭툭 부러져 길 위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따금 나무 위의 눈이 그대로 나무 막대기 모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번 겨울엔 제법 눈과 비가 내린데다가 이번에 내린 눈으로 인해 봄가뭄은 없을 것 같다. 포근한 늦겨울의 눈이 소복하게 내려 소소한 기쁨을 느낀 날. - 슬픔의 한복판을 가로 지르는 사람의 입장에선 '시간이 약이야' '사라지지 않는 감정은 없어요' 같은 말은 와 닿지 않을지 모른다. .. 더보기
실없는 농담 속에서 오래간만에 동기들을 모교 앞에서 만났다. 만나는 장소로 가면서 학창시절 등교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돈암동에서 버스를 타고 대한극장 앞에서 내려서 당시 78번 버스(?)를 갈아타고 한남대교를 건너 국기원 앞 사거리에 내리면 논두렁 밭두렁 길을 한참 걸어서 등교를 하는 지난한 등하교 길이었다.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최악의 하루가 되기도 했었다. 지금은 고층빌딩숲 속에 있어서 학교 이정표를 보지 않는다면 찾기조차 힘들지만 당시엔 허허벌판 한 가운데 있어서 멀리서도 학교가 보였다. 서로서로 기억하는 것들이 달라 꺼내놓은 이야기들로 퍼즐을 맞추며 먼 과거를 회상하는 재미가 있는 것이 동기 모임이다. 유독 기억력이 좋은 친구는 아주 세세한 사건들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설명을 하기도 하였다. 서로 나이가 들다보니 .. 더보기
동면에서 깨어나기 산길을 걷는데 장작 타는 냄새가 난다. 올려다보니 굴뚝에서 장작을 태우는 연기가 낭만적으로 피어 오르고 있었다. 산 입구 음식점에는 오리탕이니 토종닭이니 메뉴가 보인다. 언젠가부터 보신탕이란 메뉴는 사라지고 영양탕으로 바뀌더니만 그것도 점차 메뉴에서 지워진 집들이 많다. 보신탕 금지법이 통과된 것도 영향이 클 것 같다. 나는 먹지 않지만 꼭 강제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점점 먹는 사람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추세였다고 생각되는데 말이다. 무언가를 강제 한다는 것은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사람들이 생길텐데..... 계곡에 듬성듬성 보이던 얼음들도 거의 사라져 버리고 흐르는 물소리도 생기발랄하다. 물 속에 잠긴 내 그림자도 그리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봄이 가까워지니 여기저기 산신제를 지.. 더보기
버리고 비우기 지금처럼 디지털 카메라가 상용화 되기 전 필름 카메라 시절 이야기다. 사진을 찍고 찍히는 걸 무척 좋아하는 분이 계셨단다. 그 분이 칠순이 되어 자식들이 유럽 여행을 보내줘서 다녀오면서 생전에 그런 먼 여행을 다시는 할 것 같지 않아서 사진을 원없이 많이 찍었다고 했다. 그 사진을 다 인화해서 뽑아 놓고는 흐믓하게 들여다 보았음은 물론이고, 아들, 손자, 며느리가 오자 다시 자랑스럽게 펼쳐놓고 하나하나 설명을 하였더란다. 그런데 본인은 즐겁게 여행의 기분이 다시 되살아나서 신나게 설명을 하였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다들 심드렁해지는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며느리는 그래도 마지못해 사진을 들여다보는 척이라도 하는데 아들과 손자는 하품만 하고 제대로 눈길 한번 안 주더라고 했다. 그 친구는 얼마 후 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