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썸네일형 리스트형 변경 9 소설의 배경이 되는 6,70년대를 살아온 독자들이라면 당시를 회상하며 '그땐 그랬지~' 하며 고래를 끄덕이는 인물이나 사건들을 작가는 여기저기 배치해 두었다.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도 등장하고, 가수 남진, 나훈아도 나오고, 갑작스럽게 오른 땅값으로 졸부가 된 강남 졸부들도 행태도 그런 경우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졸부가 된 이중 한 명을 영희가 꿰차는(?) 실력을 발휘한다. 소작농에서 시작하여 운좋게 땅을 사서 농사짓던 강칠복과 그의 아들 강억만, 영희는 강억만에게 접근을 하고 살림을 차린다. 한편, 뿌리 뽑힌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개간지를 판 돈 50만원을 들고 서울로 이주한 명훈네 식구들. 하지만 어렵사리 단칸방을 마련하고 회사를 운영하는 친척에게 남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던 중 그 회.. 더보기 변경 8 가족 구성원들은 살기 위해 어쩔 수없이 뿔뿔이 흩어지고 흩어진 상태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임에도 안타까움이 읽는 내내 들었다. 그래서 소설 속의 가족들이 어떤 부도덕한 일을 꾀하더라도 그들 편에 서서 보게된다. 이른바 전지적 주인공 시점이다. 영희는 밤무대의 이름없는 악사인 창현을 만나 살림을 차린다. 배우로의 전향이란 헛된 꿈에 빠진 창현을 뒷바라지 한답시고 미장원도 팔고 모든 돈을 탕진하다시피한다. 그럼에도 육욕에 눈이 어두운 영희는 전혀 게의치 않는다. 전형적인 도회의 탕녀와 기둥서방의 치정인 것이다. 더욱 창현은 그런 영희에게서 야금야금 돈을 뜯어낸다.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만 창현은 아이를 원치 않음은 물론 놀라 까무러칠 파렴치한 행동을 한다. 영희가 병원으로 아이를 떼러 .. 더보기 변경 7 읽다보니 60년대의 이야기여서 내가 어린 시절 어렴풋한 기억을 떠 올리게 하는 것들이 많다. 우선 '전보'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금처럼 휴대폰이나 전화가 집집마다 있던 시절이 아니니 급한 용건은 전보를 이용했던 시절이었다. 글자 수에 따라 돈을 내야하는 지라 가능한 짧게 써야 하는 것이다. 등으로 이야기에도 등장했었다. 또 처음 라면이 등장한 60년대 초의 광고도 흥미롭다. 아빠의 직장에....엄마의 손님접대에...우리 가정 주식과 영양식에...야외 휴대용으로..... 그리고 삼발이로 된 다리를 접었다 폈다 했던 둥근 알루미늄 상처럼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물건들도 그 시절 모습을 되살려 주었다. 오빠에게 성공하리란 다짐을 했건만 삶의 막장에 들어선 영희는 자기 합리화를 위해 동생 인철을 서울로 불러 올려.. 더보기 함께 누릴 존재에 대한 갈망 - 나는 또 가끔씩 우리를 도회로만 떠돌게 한 어머니의 피해망상에 대해서도 의심이가. 어머니는 언제나 연좌제와 경찰을 들먹였지만, 어쩌면 어머니가 더 무서워한 것은 바로 이 오늘과 같은 형태의 살이였는지도 몰라. 그때 그대로 여기 눌러앉았으면 나는 틀림없이 국민학교 졸업을 최종 학력으로 하는 농군으로 자라고 어머니도 별수 없는 농촌 아낙으로 늙어 가야 했겠지. 언덕 위 천석꾼의 고래등 같은 기와집으로 가마를 타고 시집온 만석꾼의 딸로서는 그게 남 안 보는 도회에서 동냥질하는 것보다 더 겁났을지도 몰라. - 한 집안이 망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헌번 망한 집안이 다시 일어선다는 것은 더욱 쉽지 않지.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치러야 할 것이 있어. 대를 이어 누려 온 기쁨과 안락만큼의 땀과 눈물, 그런.. 더보기 변경6 태백산맥을 읽을 때는 맛깔나는 전라도 사투리가 뱅뱅 돌았다면 을 읽으면서는 경상도 사투리가 맴돈다. 명훈, 영희,인철,옥경이 사남매 중 어린 막내 옥경이를 제외하고 세남매의 시각으로 본 세상의 살이에 대한 내용이 번갈아가며 펼쳐진다. 그런데 세 남매의 앞날은 밝지가 않다. 개간지에서 상록수의 꿈을 키우지만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같은 허망한 노력의 결과에 절망하는 명훈. 영희는 개발지원금중 만 원을 오빠 명훈에게 받아 서울로 상경을 하고 미장원 시다로 들어간다. 하지만 자신이 미장원 바닥에서 구박덩어리로 두 달간 기어야 벌 수 있는 돈을 몸을 팔아 하룻밤이면 벌 수 있는 유혹에의 길로 빠진다. 학교 진학이 늦어지고 한창 사춘기 때 다른 친구들은 저만치 앞서간다는 생각에 미래가 암담하기만 한 인철. 아직 철모.. 더보기 변경 5 변경 5권에서는 5.16 군사 쿠테타 이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술술 잘 읽히는데는 동시대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고 화려한 이문열의 문체도 한몫한다. 영희의 도시에서의 삶은 그저 고단한 삶을 채워가며 꿈은 사라지고 하루하루 생존 해가는 나날로 바뀌었다. 성공이 생존과 동의어로 내려 앉은 것이다. 그들은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이웃들에게 옮긴 곳을 일러주지 않는 것은 물론 새로운 곳에서도 가능한 한 다른 사람들 눈에 뜨이지 않게 산다. 한곳에 붙박여 살아 경찰의 파악아래 있어서도 안되는 것이 그들의 생존방식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위기는 닥치게 마련이어서 한 곳에서 3년 정도면 도망치듯 떠나야 하는 일이 생긴다. 아버지가 월북한 빨갱이 가족이 연좌제로 겪는 괴로움이다. 책을 읽다보면 과거의 일들을 어.. 더보기 변경4 가장의 부재가 한 가정을 어떻게 만드는 지를 보여준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5,60년대에는 아버지가 없는 가정은 더더욱 힘든 시대였다. 아버지의 부재는 집안의 기둥이 없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더구나 가장이 빨갱이로 몰려 감시의 대상이 된 가족들은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혼자된 엄마와 4남매의 삶이..... 둘째인 19살 영희는 엄마 없는 틈을 타서 어린 동생들을 남겨두고 집에서 돈이 될 만한 것들과 주변에서 돈을 꾸어 서울로 가출을 감행한다. 여자하고 사기그릇은 집 밖에 내돌려서는 안 된다던데라는 말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시대에 그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난한 삶으로 들어선다. 반면 첫째 명훈은 자유당 앞잡이로 깡패 행위를 하다가 이제 대학생이 되어 의도치는 않았지만 선배의 선동에 이젠 반대로 .. 더보기 삶에서 가장 어둡고 괴로운 시기 - 모든 것이 없는 아이, 가난쟁이, 떠돌이가 다 말과 글의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며, 독학의 끝장이 반드시 한 작가 지망생을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니다. 분명히 그런 내 성장 환경이 이 오늘에 중요한 몫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 내가 이 쓸쓸하고 하염없는 쓰기를 내 일생의 일거리로 정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 대학교 졸업장은 그를 정신과 배움의 사람으로 결정지어 주는 마지막 증명서이며, 그의 삶에 풍요와 합법을 동시에 보장하는 부적이었다. - 반성이나 참회 같은 과거 지향적 감정에 무딘 것은 영희가 가진 성격의 또 다른 특징의 하나였다. 과거에 짓눌리는 법이 없고 그 상처로 괴로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런 영희의 특성은 삶에 여러가지로 유리했다. 그녀의 전반생은 남이 보기.. 더보기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