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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바뀐 역할

퇴직하고 난 후에는 우리 둘 부부의 역할이 바뀌었다.

사람들과 어울려 공방을 만들다보니 나보다 더 외출이 잦다. 그러다보니

내가 출근할 땐 잘 다녀오라고 듣던 말을 요즘에는 거꾸로 내가 더 많이 하게 된다.

 

퇴직 후 둘이 오랜 시간을 함께 붙어 있다보면

아마 사소한 일로 의견 충돌이 많았을 것이다. 이를테면,

 

* 뭐가 덥다고 에어컨을 틀어?...... 아니 이런 날이 안 덥다고?

* 왜 문을 닫아 갑갑한데..... 찬바람 들어오잖아~~

* 고기 먹으러 가자. ...... 무슨 고기야 고기는~~

* 어디 놀러가자~ ...... 놀러가긴 어딜 놀러가 집이 좋은데~~

* 이거 맛있으니 먹어봐~ ...... 혼자 많이 드셔~~

* 뭐가 춥다고 무릎 담요까지 덮고 있어? 집안 온도도 이렇게 높게 해놓고......

* 이거 남은 거 한 젓가락씩 먹어서 치우자...... 싫어 배불러~~

 

티격태격하는 이런 사소한 일이 쌓이면 다툼으로 번질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대부분 점심은 나혼자 먹곤 하지만 내 시간에 맞춰서

내가 꺼내 놓는 방식으로 먹으니 오히려 혼자 먹을 때가 더 낫다고 생각될 때도 많다.

큰 음악 소리를 싫어하니, 혼자 있을 땐 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설거지를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지만

내가 해 놓지 않는 것에 대해 뭐라 하지 않는 건 고마운 일이다.

요즘엔 집안 청소는 내가 도맡아 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내가 주로 처리 하는 편이다. 

어느 정도 나도 자의반타의반 일상의 주부처럼 생활 할 때도 있다.

 

오늘도 백수인 나에게

"나 다녀올테니 가지 무침 해 놓은 거 낮에 드시고 냉장고에 꼭 넣어 두세요"

 

함께 있되 거리를 두는 이런 생활은

밀착된 둘 사이에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신선한 공기가 도는 것이란 생각.

 

 

 

공방에서 내 추석빔을 만들었다고 가져왔다.  입고 나서 보니 목부분이 조금 커서 모자를 달면

좋을 것 같다고 하자 다시 이렇게 모자를 달아주어서 이렇게 자랑질하는 팔불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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