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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실없는 농담 속에서

오래간만에 동기들을 모교 앞에서 만났다.

만나는 장소로 가면서 학창시절 등교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돈암동에서 버스를 타고 대한극장 앞에서 내려서 당시 78번 버스(?)를 갈아타고 한남대교를 건너

국기원 앞 사거리에 내리면 논두렁 밭두렁 길을 한참 걸어서 등교를 하는 지난한 등하교 길이었다.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최악의 하루가 되기도 했었다.

지금은 고층빌딩숲 속에 있어서 학교 이정표를 보지 않는다면 찾기조차 힘들지만

당시엔 허허벌판 한 가운데 있어서 멀리서도 학교가 보였다. 

 

서로서로 기억하는 것들이 달라 꺼내놓은 이야기들로 퍼즐을 맞추며 먼 과거를 회상하는 재미가 있는 것이 동기 모임이다.

유독 기억력이 좋은 친구는 아주 세세한 사건들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설명을 하기도 하였다.

서로 나이가 들다보니 아프거나 넘어져 다친 친구들도 많고, 자연스럽게 건강이 제일의 화제거리다.

서로 같은 시기 학교를 다니다보니 공유한 것들로 대화거리는 넘친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이 근처 땅을 사 두었더라면 대박이었을텐데.... 하며 웃기도 했다.

실없는 농담의 가치가 크게 느껴진 날이기도 하다.

거대담론이나 심오한 철학적 주제의 대화만이 높은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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