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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버리고 비우기

지금처럼 디지털 카메라가 상용화 되기 전 필름 카메라 시절 이야기다.

사진을 찍고 찍히는 걸 무척 좋아하는 분이 계셨단다.

그 분이 칠순이 되어 자식들이 유럽 여행을 보내줘서 다녀오면서 생전에

그런 먼 여행을 다시는 할 것 같지 않아서 사진을 원없이 많이 찍었다고 했다.

그 사진을 다 인화해서 뽑아 놓고는 흐믓하게 들여다 보았음은 물론이고,

아들, 손자, 며느리가 오자 다시 자랑스럽게 펼쳐놓고 하나하나 설명을 하였더란다.

 

그런데 본인은 즐겁게 여행의 기분이 다시 되살아나서 신나게 설명을 하였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다들 심드렁해지는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며느리는 그래도 마지못해 사진을 들여다보는 척이라도 하는데

아들과 손자는 하품만 하고 제대로 눈길 한번 안 주더라고 했다.

그 친구는 얼마 후 사진을 모두 불태웠다고 한다.

자신이 죽고 나면 자손들 손에 애물단지로 취급될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나도 내가 찍은 많은 사진을 올려놓고 있지만

관심을 가지고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더불어서 방안을 둘러보며 하나 둘씩 버릴 물건을 찾고 있는 중이다.

일단 여행 팜플렛들을 버리고, 별로 손이 안가는 책들과 안 쓰는 모자 등이 우선 퇴출 대상이다.

 

버리고, 버리고, 비우고, 비우기

무엇보다 마음 속을 정리하고 비우기.

설날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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