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하순 어느날
낮에 추적추적 비가 내리더니 밤이 되면서 진눈개비로 변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밤사이 눈으로 변해 온천지를 하얗게 덮어 버렸다.
마치 깜짝쇼를 벌인 기분이다.
산길을 걷자니 데크길의 난간 위에 쌓인 눈 높이로 얼마나 많은 눈이 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눈이 무거운 나머지 약한 가지들은 툭툭 부러져 길 위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따금 나무 위의 눈이 그대로 나무 막대기 모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번 겨울엔 제법 눈과 비가 내린데다가 이번에 내린 눈으로 인해 봄가뭄은 없을 것 같다.
포근한 늦겨울의 눈이 소복하게 내려 소소한 기쁨을 느낀 날.
- 슬픔의 한복판을 가로 지르는 사람의 입장에선
'시간이 약이야' '사라지지 않는 감정은 없어요' 같은 말은 와 닿지 않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시간은 삶의 하류로 흐르지 않고 슬픔이라는 웅덩이에 빗물처럼 고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슬픔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행복을 누리며 살아야 한다는 강박적 태도가
행복에 대한 혼란을 가중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태도 때문에 평범한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기쁨과 즐거움을
놓치고 사는 건 아닌지 <마음의 주인 / 이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