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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에

지는게 이기는 것이다. 연일 터지는 학폭사건들을 보고 듣다보니 나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당시 내가 다닌 학교 아이들이 착하고 순한 아이들이었는지, 그런 폭력 사건을 겪거나 본 기억이 거의 나지를 않는다. 학교에서도 다른 친구들이 거칠게 싸운 걸 본 적도 없다. 콩나물 시루같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무탈하게 졸업한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때리거나 맞거나 한 기억도 없고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께 단체로 매타작을 당한 것이 유일한 것 같다. 학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가야하는 곳이고, 선생님 말씀이라면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지상최대의 과제였다. 초중고를 한번도 빠지지 않고 개근을 했다. 이건 개근 상장이 있다는 걸로 증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피치못해 결근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40여 년을 한.. 더보기
되돌아본 해질무렵 2020 2020년이 시작될 무렵엔 숫자도 좋고 예쁘네.... 부르기도 편한 2020년. 노트북이 먹통이 되면서 교체하는 과정에서 사진도 일부 날려버렸지만 뒤적뒤적 남은 사진들을 뒤적여보며 되돌아본 2020년. 더보기
병아리 큰 아이가 어렸을 적에 학교 앞에서 귀여운 병아리 두 마리를 사서 곱게 품에 안고 왔다. 방 안에 헌 상자 속에서 작은 병아리는 삐약삐약 거리면서 넣어주는 모이를 잘도 쪼아먹었다. 아이는 병아리 들여다 보는 일이 하루의 가장 많은 일과를 차지하였다. 학교에 다녀오자마자 가방을 내 팽겨치곤 병아리 상자 앞으로 달려가곤 했다. 어린 아이들이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들을 사오는 바람에 마지못해 키우다가 오래지 않아 죽어 묻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온 터라, 옆에서 거들고 들여다보면서 도와주기는 했지만 내심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정성껏 돌보고 키운 덕분인지 무럭무럭 잘도 자랐다. 어느 정도 크니 종이 상자를 훌쩍 훌쩍 넘어와서 좀 더 커다란 과일 상자를 구해다가 마당에 내어 놓고 키우게 되었다. 온 식구들이 먹.. 더보기
피난 가지 않고 뭐하는 거니? 대부분의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낡고 삭아 그 잔해마저 날아가버려 흔적을 별로 남기지 않지만, 어떤 강한 충격을 받은 일들은 또렷하게 각인되어 언제고 불러내면 고스란히 당시로 돌아갈 수 있다. 그리하여 다시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거나 가슴뛰게 만든다. 어느날, 퇴근하고 돌아오니 아버지가 누워계시던 요와 이불을 끌어 안으신 채 현관 앞에 앉아 계셨다. 막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를 올려다보시며 "너 피난가지 않고 여태 뭐하는 거냐?" 하셨다. 순간. 심장이 쿵~~내려앉는 느낌. 긴가민가 하던 치매임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내게는 아주 강한 분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아주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딱 한 번 약한 모습을 보이곤 이게 두 번째였다. 처음 아버지가 보이신 약한 모습은 아버지의 울음이었.. 더보기
수박 그러고보니 올여름엔 수박 한 통 사지 않고 한여름을 보냈다. 그만큼 덥지 않은 여름이기도 했지만, 한 통을 사기에는 부담스럽고, 잘라서 파는 수박을 사고 싶지는 않았다. 여름이면 집으로 돌아오는 아버지 손에는 종종 커다란 수박 한덩이가 들려있곤 했었다. 들어오시면서 아버니는 누나들에게 얼음 한덩어리 사오라고 하셨다. 그러면 누나들은 길 건너 얼음 가게에서 새끼 줄로 묶어 주는 작은 메주덩이만한 얼음 한덩어리와 단 맛을 내는 손바닥 만한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하얀 가루로 된 설탕보다 강력하고 값싼 뉴슈가를 사 가지고 온다. 그리고는 부엌에서 커다란 양푼을 내 놓으면 아버지는 바늘과 그리고 바늘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큰 망치를 가지고 톡톡 얼음을 깨신다. 칼을 가지고 탁탁 치면 금방 깨질 거 같지만 의외로 .. 더보기
딱지 어린 시절 우리 집 위쪽에 살던 친구네 집은 딱지공장이었다. 일반 가정집 정도보다 결코 크지 않은 집에 방 한 칸 부엌 한 칸, 그리고 마당이 있어야 할 곳에 어른 키보도 큰 커다란 딱지 만드는 기계가 있었다. 기계가 있던 바닥은 잉크와 기계에서 나오는 기름등으로 반질반질 윤이 나 있었다. 기계가 철커덕 철커덕 돌아가면서 형형색색의 예쁘고 동그란 딱지를 찍어 내면, 옆에 있는 기계는 찍어 낸 딱지를 위에서 부터 둥글고 긴 쇠막대가 내려와서는 꾹꾹 눌러서 딱지를 오려내고 있었다. 어릴 적 딱지 따 먹기도 재미가 있는 놀이였지만, 딱지공장에서 딱지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코를 찌르는 잉크냄새, 휘발류 냄새를 맡으면서도 딱지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비위가 별로 .. 더보기
오래전 기억 세월이 흐르고 나면 모든 것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포장되기 마련이지만 어떤 기억들은 방부 처리된 채 선명하게 남아 스스로의 부력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 군면제 되는 그 좋은 혜택을 버리고, 자네 군대가려고 그러나? - 왜 진즉 내게 와서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학기말이 되어 내게 F학점을 준 교수는 까딱 잘못해서 0.5학점이 더 나오지 않았다면 바로 징집 되었을거라며 혹여, 자신이 그 악역에 일조하게 되었을 일을 염려 했던지 그렇게 3.5학점이나 F가 나온 나를 나무랐다. 그래도 군대로 끌려가는 일은 면하려고 그럭저럭 졸업은 했다. 교사가 부족한 운 좋은 시절을 맞아 성적은 바닥이었음에도 졸업 직후 바로 발령을 받았다. 모든 것에 대해 염세적이고, 냉소적이었던 지라 임용 대기자가 많아 2~3년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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