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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에

기억의 창고 길을 가는데 아주 오래 전에 듣던 노래가 들려온다. 중장년층이 즐겨찾을 법한 주점에서 손님 호객용으로 틀어놓은 음악이었다. '바람 부는데~에~~에 바람 부는데~ 비가 오는데~에~~에 비가 오는데~ 우~~산도 없이 거니는 연인들 사연이 무엇이길래 저토록 비를 맞으며 헤어질 줄 모르고 걸어가고 있을까?~~♬~♪' 비음 섞인 정훈희의 이란 노래였다. 아마도 오래전 중학교 시절 노래일텐데도 가사가 다 생각이 났다. 그것 뿐 아니라 그 노래를 듣던 시절의 이런저런 것들도 한꺼번에 떠올랐다. 들려오던 트랜지스터 , 그 당시의 주변 공간, 식구들 모습, 먹던 음식 등등.... 저 깊은 기억의 창고에 쌓여있다가 어느 감각 하나가 건드려 지는 순간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줄줄이 꿰어져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보고,.. 더보기
피부가 참 얇으시네요. 피부가 참 얇으시네요~~ 그 소리를 듣자 오래전 고등학교 시절의 일들이 떠올랐다. 영화 '친구'나 '말죽거리 잔혹사'에 실감나게 그려져 있듯 당시에는 흔하게 선생님한테 단체로 매타작을 당하곤 했었다. 그렇게 별다른 이유없는 매타작을 당해도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던 그런 시절이었다. 선생님들의 권위는 가히 지금으로선 상상도 하기 힘든 도전불가의 영역이었다. 그때 당시에 나만 특별히 세게 맞지 않았음에도 다른 친구들보다 유독 허벅지나 종아리에 맞은 자욱이 남곤 했다. 맞을 때의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어 힘들게 신음을 참았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한 친구는 아무리 세게 맞아도 전혀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아 모두들 혀를 내두른 적이 있다. 말도 없는데다가 표정도 무표정이고 얼굴도 검은 편이었다. 한번은 그.. 더보기
돌아 본 2021년 오늘 2022년 첫날.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2021년이 통째로 과거가 되어 버렸다. 한참 어릴적엔 2022년이라고 하면 공상과학 소설이나 만화에서 나오는 연도였다. 그런데 2022년이라니!! 일년 전을 되돌아보니 아주 오래 전처럼 여겨졌는데 더 오래전 일들은 오히려 아주 가까운 시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주관적 추억 속의 시간이란 것은 그리 믿을 게 못된다. 하지만 꼬박꼬박 저장된 사진들이 갖는 그 시간의 의미는 정확하고도 객관적인 것이다. 작년 2021년을 1월 사진부터 시간 순서대로 둘러보며 되돌아보니 기록영화를 보듯 기억이 되살아났다. 2021년 1월 - 눈이 예쁘게 내린 날 얼어붙은 강을 건너 남이섬에서 하루를 묵었던 게 올 1월이었는데, 아주 오래전 일처럼 여겨진다. 2월 - 오래된 .. 더보기
평생 업고 사셔야... 시부모와의 밥 한끼 먹는게 뭐가 그리 힘드냐구요? 남자니까 이해 못하실테고, 그리고 어른들과 함께 사시니 더더욱 이해 못하실거예요. 물론 제가 못됐고 과민한 것도 문제의 하나라고 인정을 해요. 솔직한 제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예를들어 이번 주말에 오시기로 했다고 하면 그 소식 들은 날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구요. 한달 전에 들었다면 한 달 동안 아프고, 열흘 전에 들었다면 열흘 동안 아프다면 이해 하시겠어요? 그렇게 두통에 시달리고 오시기 전날에 최고조로 달하지요. 마침내 D day...... 오신날은 시부모님의 말 한마디, 동작 하나하나에도 그야말로 온갖 신경을 곤두세운 채로 지내게 되니 온 근육이 긴장으로 뭉치게 되지요. 가시고 나서야 온몸이 쑤셔오기 시작하지요. 그리고 가시고 나면 또 이런저.. 더보기
우리 이야기 좀 하자~ 우리 이야기 좀 하자~ 평상시 아이들이 주로 엄마하고만 대화를 하고 아빠하곤 별다른 대화가 없는 가족의 가장이 어느날. 주말에 가족회의를 하자고 했다지? 그런데 돌아가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고 해도 쭈뼛거리면서 별로 이야기를 안하더란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어찌해야 할지 조언자를 찾아갔다지..... 조언자가 가장의 말을 다 듣고는 이르기를, 평상시 일상 생활에서 안 되던 대화를 어느날 '이야기 하자~'한다고 대화가 되는건 아닐세. 내 말 잘 듣게~ 그런 상황이면 내 말대로 하더라도 끈기있게 1년은 노력해야 할걸세. 혹여, 인내심이 부족해 더 듣지 못하고 "그만해!!" 하고 소리친다면 도루묵일세. 아니, 더 입을 굳게 다물고 말걸세. 일단, 일상에서 아이들이 무슨 말인가 할 때 관심을 가지고 들으면서.. 더보기
예기치 않은 것을 얻어오는 것 동네를 걷다보니 지하철 두정거 거리를 걷게 되었다. 길은 넓고 반듯하고 깨끗했으며 우람한 가로수 나무들도 그늘을 만들어 주어 걷기 편했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와 그에 딸린 상가로 위치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비슷 했다. 오죽하면 이따금 연립주택들이 보이기라도 하면 반가운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오래된 집들과 담이 있는 정감있는 골목이 보고 싶었다. 의정부 외곽에 가면 그런 집들이 있지 않을까싶어 전철을 타고 갔다. 그런데 의정부역에 내리니 내가 오래전에 왔던 의정부역 주변의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좀 더 걸어서 의정부 외곽쪽으로 가려다가 가기 전에 의정부역 주변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아주 오래전 부모님과 연천 큰댁이나 작은 아버님댁에 가려고 기차를 타기 위해 왔던 의.. 더보기
사진 속의 추억 딸과 옛 사진을 뒤적이다가 ...... 오래전 아이들 어릴적 앞마당에 간이 풀장을 만들어 놓고 놀던 어느 여름. 난 장독대 위에 올라가 아이들 사진을 찍었다. 사진 한 귀퉁이에 내 발이 보인다. 원치 않던 사진 속의 내 발끝이 오히려 장독대 위에 올라간 일을 확실하게 떠올리게 만든다. 종종 다 들 물 속에 들어가 마당 쪽으로 돌려놓은 TV를 보기도 했었던 그런 기억들...... 93년 여름이었네. 내가 아직 30대였을 그때 그 여름 어느날. 더보기
선생님들이 말을 제일 안 들어~~ 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멀리 예비군 훈련장이 보인다. 그러자 나는 아주 오래전 예비군 훈련을 받던 시절로 돌아가 있었고, 그 사이의 시간은 무너져 내렸다. 당시에 교사들의 예비군 훈련은 여름 방학이 막 시작되자마자 이틀간 훈련을 받았다. 1학기를 보내고 긴장이 풀어질 그런 시기였다. 시외버스를 타거나 동료 교사들과 택시를 타거나 해서 예비군 훈련장으로 갔다. 예비군복을 입으면 사람이 다 달라진다고 하더니 내가 아는 동료교사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다소 시덥잖은 농담에 껄렁껄렁해지는 그런 언행들........ 나를 보는 다른 선생님도 그랬겠지? 오전 교육을 하고 나면 점심 식사후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그러면 더위 속의 훈련에다 식곤증에 나무 그늘에서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하였다. 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