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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에

선생님들이 말을 제일 안 들어~~

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멀리 예비군 훈련장이 보인다.

그러자 나는 아주 오래전 예비군 훈련을 받던 시절로 돌아가 있었고, 그 사이의 시간은 무너져 내렸다.

 

당시에 교사들의 예비군 훈련은 여름 방학이 막 시작되자마자 이틀간 훈련을 받았다.

1학기를 보내고 긴장이 풀어질 그런 시기였다.

시외버스를 타거나 동료 교사들과 택시를 타거나 해서 예비군 훈련장으로 갔다.

 

예비군복을 입으면 사람이 다 달라진다고 하더니

내가 아는 동료교사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다소 시덥잖은 농담에 껄렁껄렁해지는 그런 언행들........

나를 보는 다른 선생님도 그랬겠지?

 

오전 교육을 하고 나면 점심 식사후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그러면 더위 속의 훈련에다 식곤증에 나무 그늘에서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하였다.

 

오후 교육을 위해 호루라기를 불면 일어나기 힘든 무거운 몸들을 일으키며 다시 집합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인원 점검을 하고 교육을 진행하려는데 한 분이 그만 숲 속에서 잠을 자다 카빈소총을 두고 온 것이다.

자다말고 호루라기 소리에 놀라 오느라 그래서인지 놓고 온 장소를 찾지를 못한 것이었다.

 

한참을 찾아도 찾지 못하자 훈련받던 전원을 풀어 수색 작업에 들어갔다.

탄피 하나만 없어져도 큰일이라고 여겼는데 총이 없어졌으니 교육은 뒷전이고 소총을 찾느라 정신없었다.

한참후에서야 겨우 숲 속에서 찾아냈지만 교관과 조교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오전부터 교육받는 태도나 줄을 서는 자세등이 오합지졸 같은 모습으로 보였었는지 내내 좋지않은 표정이었는데 소총분실까지 있었으니 화가 날 때로 나 있었던 것이다.

 

다시 교육을 위해 집합하라고 하는데도 꾸물꾸물 거리자 참고 있던 화가 폭발한 것이었다.

우리보다 나이어린 조교가 "선생(님)들이 제일 말 안들어~~!!!" 하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선생이라고 했는지, 선생님이라고 했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심정적으로는 선생놈이었을 것이다.

 

교육자에서 갑자기 피교육자가 되어 그런 것도 있을 것이고

가르치는 일이 직업이다보니 누가 가르치려 들면 '너 얼마나 교육 잘 하나 보자'하는 심리도 있었을 것이다.

일종의 직업병일 수도 있는데 가장 가르치기 힘든 대상이 교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당시 선생 며느리나 사위는 시부모나 장인 장모에게도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려 들어 힘들다는 이야기도 돌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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