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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저 교장 선생님 아닌데요? 화단에서 꽃을 보고 있으려니 아파트 관리 하시는 분 중 평소 친절하고 배려심이 많으신 분이 지나가시다가 내게 말을 건네셨다. "교장 선생님~~ 화단을 아주 잘 가꾸셨네요." 나를 정년 퇴직한 교장 선생님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어? 저 교장 선생님 아닌데요?ㅎㅎ"하자, "에이~퇴직 하셨으면 다 교장 선생님이시죠. 뭘~"하며 웃으셨다. 내가 들어와서 그 이야기를 전하자 "아~ 그 분이 날더러도 교장 선생님 잘 계시느냐고 묻던 분이야. 그때 나도 교장 선생님 아니라고 얘기 했는데.....ㅎㅎ" 호칭에 대해 어색하게 들리는 경우는 참 많다. "사장님~~ 사장님~~ " 하는 호칭도 자주 듣게 되는데 그러면 매번 저 사장 아닌데요? 할 수도 없어 그냥둔다. 자주 만나는 사람이라면 사장이 아니라고 할텐데.. 더보기
무지개는 색이 달라 아름답다 어제는 내 옷을 만들다 말았는데 마저 끝내 완성하고 싶다며 밤이니까 공방에 같이 가자고 한다. 읽는 책 가지고 가서 옆에서 읽고 있으면 1시간 반 정도면 끝낼 수 있단다. 나같으면 그냥 두었다가 내일 가서 할텐데......말 잘듣는 난 함께 갔다. 40년을 함께 살면서 같은 점이 많아지기도 했지만 다른 점이 두드러져 보이는 건 다를때 티격태격, 궁시렁궁시렁 거리며 마찰음을 내기 때문이다. 서로서로 성향이 달라 고쳐지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는 같은 일을 하더라도 조금씩 나누어 하는 편이다. 화단 일을 할 때, 이를테면 잡초를 여기 조금, 저기 조금, 이렇게 뽑는다. 힘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꺼번에 깡그리 뽑지 않는 편이다. 잡초라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색과 모양이 어울리면 남겨둔다. 그렇게 남.. 더보기
봄풍경 백목련은 만개했고, 자목련은 아직 봉우리 상태 자라 한 마리 어디서 나타났는지 봄볕을 쬐고 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돌덩어리 같다. 더보기
누구시더라 천변을 걷다가 잠시 운동기구를 붙잡고 스트레칭을 하는데 저만치 벤치에 앉아 있는 어르신이 얼굴이 많이 낯이 익었다. 누구시더라? 그분은 다른 일행과 이야기를 하며 물을 마시고 있었고 나는 힐끔힐끔 쳐다보며 기억을 더듬었다. 친척 중에 누구시던가? 우리 이웃? 성당에서 본 분? 탁구 같이 치던 분?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생각이 나지 않다가 앗!! 생각이 났다. 바로이란 드라마에서 무기수 노인 역할을 한 탈렌트였고, 극중 주인공을 위기에서 구해준 역을 한 분이었다. 극중 무기수 노인의 사연이 너무 절절해서 길지않게 등장했지만 기억에 남았었다. 나는 아는 척 하려던 생각을 접었다. 어쩌면 나와 오래 알고 지낸 사람으로 착각을 해서 맞닥드렸다면 무심결에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 더보기
요즘 뭘 보세요? 세대차이가 나서 대화가 안 된다는 말은 지금은 더욱더 강력하게 유효하다. 그런데 한발 더 나아가 요즘엔 같은 세대, 친구끼리도 대화가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얼마전 단톡방에서 싱어게인이나 미스트롯 이야기를 했더니 그 프로들을 다들 안보고 나만 보고있어, 더 이상 이야기는 진전되지 않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바둑두는 사람들끼리는 요즘 잘 나가는 신진서, 신민준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어제 신진서가 커제를 이겼어~ 와~!!" 이러면 바둑 이야기에 함께 몰입하게되고 그러다 바둑이라도 한수 두다보면 날밤을 셀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 바둑두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가 않아, 신진서가 커제를 이긴 뉴스는 나에게만 빅뉴스인 것이다. 옛날 우리 어릴적엔 시청률이 70%가 넘는 프로는 흔하디.. 더보기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둬라~ 머리를 자르고 염색도 했다며 어떠냐고 묻는다. 젊어 보인다고 했다. 갑자기 염색을 한데는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 작용했을 것이다. 얼마전 휴대폰 유심칩을 바꿔끼기 위해 대리점에 갔다. 대리점 직원은 유심칩을 집게가 달린 펀치처럼 생긴 사각형틀에 집어 넣더니, 사각형 손잡이를 꽉 잡자 유심칩의 가장자리가 잘려나가면서 조금 작아졌다. 전자기기를 무식한(?)물리적인 방법으로 유심칩을 잘라낸다는게 신기했다. 대리점 직원은 유심칩을 끼워넣고는 휴대폰을 우리에게 내밀었다. 얼마냐고 하는 우리에게 괜찮다고 하며 덧붙이는 말이 "앱이나 다른 거 옮기는 건 아드님이나 따님에게 부탁하세요~"하고 말하였다. 대리점을 나서는데 옆에서 코웃음을 친다. "치~그건 나도 할 줄 안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 취급하는 것 같이 .. 더보기
사람 사는 이야기 오늘은 추위에도 불구하고 산책로에 걷는 사람이 많았다. 걷다보면 우측통행을 하지 않고 무리지어 길 전체를 차지하고 걷는 일행들도 종종 마주친다. 더구나 큰 목소리가 마스크를 뚫고 나올 때는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짜증낼 게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가 들려오면 그냥 들으며 걸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혹시 코로나가 심해져서 외출조차 못하게 하는 날이 오면 소음처럼 여겨지던 사람들 소리도 귀하게 여겨질테니 말이다. 일부러 쫓아가서 들으려 할 것까진 없지만,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막지는 않기로 했다. 그러자 마음도 편해지고 점차 그들의 낯선 이야기들이 흥미롭기까지 했다. 혼자 걸으며 큰 소리로 전화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그런 소리들을 내 귀는 포충망으로 포획을 해서 나에게 전해 주었다. 그때 주머니 속.. 더보기
단톡방에서 해마다 새해가 되면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의례적인 덕담들이 한 바가지씩 날아다녔다. 재치있는 그림과 글귀들을 찾아내서 보내고 받곤하더니 점차 시들시들 올해는 한결 단촐해졌다. 유효기간이 지난 새해 인사의 껍데기만 떠 다닌다. 화려하나 생기없는 생일 축하메세지는 유물이 되어간다. 껍데기 뿐이라도 리액션을 보이지 않으면 섭섭하면서 나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도 있음을...... 그리하여 아직 유효한 단톡방들과 서운함과 허무함이 떠도는 철거 직전의 단톡방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