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차이가 나서 대화가 안 된다는 말은 지금은 더욱더 강력하게 유효하다.
그런데 한발 더 나아가 요즘엔 같은 세대, 친구끼리도 대화가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얼마전 단톡방에서
싱어게인이나 미스트롯 이야기를 했더니
그 프로들을 다들 안보고 나만 보고있어, 더 이상 이야기는 진전되지 않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바둑두는 사람들끼리는 요즘 잘 나가는 신진서, 신민준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어제 신진서가 커제를 이겼어~ 와~!!"
이러면 바둑 이야기에 함께 몰입하게되고
그러다 바둑이라도 한수 두다보면 날밤을 셀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 바둑두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가 않아,
신진서가 커제를 이긴 뉴스는 나에게만 빅뉴스인 것이다.
옛날 우리 어릴적엔 시청률이 70%가 넘는 프로는 흔하디 흔했다.
'사랑과 야망', '모래시계', '아들과 딸' '여명의 눈동자' 등등은 엄청난 시청률을 보였던 드라마다.
그러니 이런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들은 모든 사람들의 다 아는 공통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나 어릴 때 남자들의 경우는 김일 선수가 레슬링을 한다던가, 이안사노, 허버트강등이 권투를 하면
세계 타이틀 매치도 아닌 동양 타이틀 매치에 불과함에도 남자들은 TV 앞에 모여들어 열광했었다.
다음날 모이면 다들 주먹을 허공에 휘두르고 있었고, 영화도 외팔이 왕유를 지나, 홍콩르와르물,
그리고 이소룡으로 이어진 것들이 남자들의 이야기 소재가 되곤했다.
영화를 본 아이들은 교실에서 날라다니거나, 손으로 권총을 만들어 쏘면서 본인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심한 경우는 가방에서 쌍절곤을 꺼내서 휘두르기도 했다.
중학생 때였던가, 먼저 영화를 본 아이들이 부러워서 나도 누나들이
율부린너 주연의 '대장 부리바'인가를 보라고 준 용돈으로 왕유 주연의 '외팔이와 맹협'을 보고 와서는
야단을 맞은 기억도 난다.
고등학교때는 스포츠 신문에 연재되었던 고우영의 수호지가 단연 인기였다.
아침에 스포츠 신문을 돌려보는게 첫 일과였던 기억이 난다.
고우영이 그 신문사를 먹여 살렸다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하지만 요즘엔 볼거리가 넘쳐나다보니 각자 자기 취향에 맞는 것들만 보게 된다.
지금은 시청률이 7%만 넘어도 중박이고, 10%가 넘어가면 그야말로 대박이라고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식으로 일상에서 공유하는 관심사항이 줄어들다보니
요즘엔 온라인 상에서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이야기 하게 되고 그것이 오프라인까지 연결되곤 한다.
온라인 상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어쩌면 가까운 친구나 친지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게 된 것이다.
같은 취향의 사람들을 만나면 이야기는 무궁무진해서 시간 가는줄 모르게 흘러갈 것이고
앞으로는 이런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모임은 더 성황을 이루게 될 것 같다.
단순히 오래되기만한 의례적인 만남은 공통관심사가 없으면
코로나 시대와 더불어 서서히 그 막을 내리는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