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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사람 사는 이야기

 오늘은 추위에도 불구하고 산책로에 걷는 사람이 많았다.

걷다보면 우측통행을 하지 않고 무리지어 길 전체를 차지하고 걷는 일행들도 종종 마주친다.

더구나 큰 목소리가 마스크를 뚫고 나올 때는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짜증낼 게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가 들려오면 그냥 들으며 걸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혹시 코로나가 심해져서 외출조차 못하게 하는 날이 오면 소음처럼 여겨지던 사람들 소리도 귀하게 여겨질테니 말이다.

일부러 쫓아가서 들으려 할 것까진 없지만,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막지는 않기로 했다.

그러자 마음도 편해지고 점차 그들의 낯선 이야기들이 흥미롭기까지 했다.

 

혼자 걸으며 큰 소리로 전화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그런 소리들을 내 귀는 포충망으로 포획을 해서 나에게 전해 주었다.

 

그때 주머니 속에서 전화가 울렸다.

"아니 ~ 왜 전화도 안 받고 그래~ 올 때 김밥 두 줄만 사와요~"

들여다보니 부재중 전화가 두 번이나 와 있었다.

다른 사람 소리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이다.

 

낯익은 아내의 목소리가 낯선 타인의 목소리들을 몰아냈다.

김밥집을 지나치지 않기 위해 김밥, 김밥...을 되내면서 집으로 가는 길로 접어 들었다.

이제 낯선 말들은 더 이상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미 내 귀에 들어온 어떤 이야기들은 단편적이지만 기억 속에 갇혀 남아 있었다.

 

- 슬픈거하고 속상한 건 다른거지~ (여자 둘이 걸어가면서)

 

- 돈이 없다잖아~ 나원 참~~(부부로 여겨지는 두 사람)

 

- 젊었을 적에는 그저 ***(무슨소리인지 못 알아들음)하면 그만인데, 이제 나이도 들고 그러니까 안되더라구...(남자 둘)

 

- 오빠가 그러는거야 글쎄~ "내가 몇 십년 동안 엄마 모셨는데 알고나 하는 소리냐구."

그래서 내가 언니한테 그랬어. 그동안 엄마 잘 모셨느냐고~(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여자)

 

 

까치집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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