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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변경 9 소설의 배경이 되는 6,70년대를 살아온 독자들이라면 당시를 회상하며 '그땐 그랬지~' 하며 고래를 끄덕이는 인물이나 사건들을 작가는 여기저기 배치해 두었다.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도 등장하고, 가수 남진, 나훈아도 나오고, 갑작스럽게 오른 땅값으로 졸부가 된 강남 졸부들도 행태도 그런 경우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졸부가 된 이중 한 명을 영희가 꿰차는(?) 실력을 발휘한다. 소작농에서 시작하여 운좋게 땅을 사서 농사짓던 강칠복과 그의 아들 강억만, 영희는 강억만에게 접근을 하고 살림을 차린다. 한편, 뿌리 뽑힌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개간지를 판 돈 50만원을 들고 서울로 이주한 명훈네 식구들. 하지만 어렵사리 단칸방을 마련하고 회사를 운영하는 친척에게 남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던 중 그 회.. 더보기
좋은 언어로 너무 한창 나이에 요절한 시인 신동엽. 그래도 다른 한편 다행스러운 것은 홀로남은 시인의 아내인 인명선 여사의 노력으로 자녀들이 훌륭하게 자랐고 문학관도 세워졌으며 신동엽의 이름을 내걸고 후배들의 창작 기금도 지원하는 일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건 흐믓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신동엽 시인에 대한 것을 알게 되었던 책이다. 어릴 적 시절의 통지표, 입학허가서부터 결혼식 사진, 가족 사진, 직장에서의 모습, 시인으로서의 생활과 다른 문인들과 함께 있는 모습 사진 등과 신동엽을 육필 원고, 편지 등이 실려 있다. 무엇보다 그의 삶이나 작품을 색안경을 쓰고 들여다보았던 사람들은 아마도 신동엽이 아나키스트였고 장인이 월북하였다는 것 때문일 것이고, '껍데기는 가라'고한 다소 과격하고 직설.. 더보기
박세리와 공동묘지 작가가 아닌 유명인들의 책은 일단은 진짜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유명세를 업고 얄팍한 상술로 찍어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일단 하고 보게 된다. 다른 사람의 많은 조력을 받아 낸 책이 아닌지?하는 생각 속에 보면 책의 내용이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고, 들어왔더라도 쉽게 휘발되곤 한다. 그래서 가능한 그런 생각을 떨치고 곧이곧대로 믿고 생각하며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이 책도 그런 생각으로 읽었다. 임춘애의 라면 이야기처럼 박세리하면 난 공동묘지 이야기가 먼저 떠오르는데 그것이 전달하는 사람들에 의해 생산되었다는 사실에 얼마나 많은 진실들이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면서 없던 이야기가 부풀려지고 확대 가공 재생산되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시간이 지나면 알맹이(진실)은 썩어 없어져도 껍데기(.. 더보기
변경 8 가족 구성원들은 살기 위해 어쩔 수없이 뿔뿔이 흩어지고 흩어진 상태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임에도 안타까움이 읽는 내내 들었다. 그래서 소설 속의 가족들이 어떤 부도덕한 일을 꾀하더라도 그들 편에 서서 보게된다. 이른바 전지적 주인공 시점이다. 영희는 밤무대의 이름없는 악사인 창현을 만나 살림을 차린다. 배우로의 전향이란 헛된 꿈에 빠진 창현을 뒷바라지 한답시고 미장원도 팔고 모든 돈을 탕진하다시피한다. 그럼에도 육욕에 눈이 어두운 영희는 전혀 게의치 않는다. 전형적인 도회의 탕녀와 기둥서방의 치정인 것이다. 더욱 창현은 그런 영희에게서 야금야금 돈을 뜯어낸다.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만 창현은 아이를 원치 않음은 물론 놀라 까무러칠 파렴치한 행동을 한다. 영희가 병원으로 아이를 떼러 .. 더보기
변경 7 읽다보니 60년대의 이야기여서 내가 어린 시절 어렴풋한 기억을 떠 올리게 하는 것들이 많다. 우선 '전보'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금처럼 휴대폰이나 전화가 집집마다 있던 시절이 아니니 급한 용건은 전보를 이용했던 시절이었다. 글자 수에 따라 돈을 내야하는 지라 가능한 짧게 써야 하는 것이다. 등으로 이야기에도 등장했었다. 또 처음 라면이 등장한 60년대 초의 광고도 흥미롭다. 아빠의 직장에....엄마의 손님접대에...우리 가정 주식과 영양식에...야외 휴대용으로..... 그리고 삼발이로 된 다리를 접었다 폈다 했던 둥근 알루미늄 상처럼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물건들도 그 시절 모습을 되살려 주었다. 오빠에게 성공하리란 다짐을 했건만 삶의 막장에 들어선 영희는 자기 합리화를 위해 동생 인철을 서울로 불러 올려.. 더보기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베네치아 여행 때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을 꽤 인상깊게 보아서 알게 된 건축가 안도 다다오. 지난번 원주 여행 때 뮤지엄 산을 보러 간 계기도 되었다. 강한 선을 보여주는 노출 콘크리이트 건물에 결벽하다 할 만큼 장식을 배제한 건축물을 보여주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을 보고 나니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보게 된 책 본인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이다. 쌍둥이 중 형으로 태어나 어머니 집안에 대를 잇기 위해 외가로 보내져 외조부모 밑에서 자라다 후에 외할머니와 단 둘이 생활하게 된다. 외할머니는 한번도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다고.... 내가 머리속에 그린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우선 나는 그의 건축물과 그리고 그의 사진, 정식으로 건축을 배우지 않은 건축가 등등.. 더보기
변경6 태백산맥을 읽을 때는 맛깔나는 전라도 사투리가 뱅뱅 돌았다면 을 읽으면서는 경상도 사투리가 맴돈다. 명훈, 영희,인철,옥경이 사남매 중 어린 막내 옥경이를 제외하고 세남매의 시각으로 본 세상의 살이에 대한 내용이 번갈아가며 펼쳐진다. 그런데 세 남매의 앞날은 밝지가 않다. 개간지에서 상록수의 꿈을 키우지만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같은 허망한 노력의 결과에 절망하는 명훈. 영희는 개발지원금중 만 원을 오빠 명훈에게 받아 서울로 상경을 하고 미장원 시다로 들어간다. 하지만 자신이 미장원 바닥에서 구박덩어리로 두 달간 기어야 벌 수 있는 돈을 몸을 팔아 하룻밤이면 벌 수 있는 유혹에의 길로 빠진다. 학교 진학이 늦어지고 한창 사춘기 때 다른 친구들은 저만치 앞서간다는 생각에 미래가 암담하기만 한 인철. 아직 철모.. 더보기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어른이 된다고 괜찮은 게 아니다. 여전히 오래전 어릴적 경험에 젖은 어린 내가 내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지금 나의 행동을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김혜남, 박종석 두 정신과 전문의가 쓴 책이다. 처음엔 김혜남 이름만 보고 골라든 책이었는데 두 사람의 공저였다. 우울증, 공황장애, 번아웃 증후군, 강박증, 허언증,자해,불안장애, 무기력감등....을 정신과 사례를 통해 본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치료하는 과정에서 오래전 어린 시절에 당한 고통을 마주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어린 시절에 받은 충격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데서 오는 경우가 많다. 상담을 하다보면 〈SKY 캐슬〉 이야기가 단지 드라마상의 이야기만이 아니란다. 집안의 가세가 기울어 부부 사이가 좋지않은 경우 고스란히 아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