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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살고 싶다는 농담 2020년에 펴낸 이 책은 전에 허지웅의 를 읽었던 적이 있는데 최근 그가 큰 병을 앓고 났다는 소식을 듣고 병을 앓고 난 후 어떻게 달라진 생각을 써 내려갔을까 하는 궁금함에 읽게 되었다. 허지웅 이 스타워즈 를 언급한 대목이 관심이 같다. 스타워즈에 매료된 이유는 그 영화가 아버지를 증오했던 조지 루카스의 자전적 이야기이며 바로 허지웅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인 것 같다. 그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300만원 상당의 스타워즈 피규어를 조심스럽게 청소하는 영상이 다시 되살아 났다. 아울러 그가 다른 곳에서도 밝혔는데 이 책에서도 밝힌 아버지와의 불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학 등록금을 부탁하러 갔는데 거절당한 대목은 다시 보아도 마음이 아려온다. 허지웅의 모친이 언젠가 방송에 나와서 '지웅이는 어려서.. 더보기
연필로 쓰기 일상의 자잘한 일들도 김훈의 연필의 힘이 작용하면 펄펄 살아 있는 언어로 다가온다. 평범한 남녀 노인들의 잡담 속에도 우리 인생의 통찰을 발견하기도 한다. 김훈이 언젠가 내 힘으로 자전거의 페달을 밟아 움직이며 쓴 산문처럼, 이 책도 노트북이 아닌 내 손으로 연필을 잡고 쓴, 몸으로 겪고 몸으로 쓴 김훈의 글이라 울림이 다르다. 애써 개고기를 먹고 있음을 숨기려 하지 않고 교양있는 척 하는 개 키우는 사람들을 꼬집기도 한다. 여성 노인과 남성 노인들이라 지칭하면서 얻어들은 수다도 미소를 머금게 하는데 특히 아랫것들로 지칭하면서 뒷담화하는 노인들의 이야기는 한편의 개그프로를 보는 느낌도 들었다.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똥 이야기는 동화 '강아지똥'에 비해 조금은 꺼림찍 하기도 해서 찌푸리고 읽기도 했다... 더보기
마음의 부력 2020년에 초유의 이상문학상 거부사태로 이상문학상 수상작품과 상에 대해 관심이 멀어졌었다. 그러다가 그래도... 하는 마음에 집어들고 보게 된 수상작 '마음의 부력'. 비가 오고나면 땅이 굳듯, 그래서인지 2021 당선작인 이승우의 '마음의 부력'은 꽤 탄탄하고 독후에도 잔잔한 울림을 주는 소설이다. 등장인물 중 화자인 주인공 부부와 어머니, 그리고 돌아가신 형까지 단촐하고 내용도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인물들의 내면 묘사가 뛰어나고 섬세하다. 주인공인 둘째 아들은 공무원이다. 대학이나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형은 얽매이는 걸 싫어하고 하기 싫은 것은 절대 하지 않는다. 들어간 대학도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두 번이나 학교를 옮기고도 졸업을 못한다. .. 더보기
행복해지려는 관성 일간신문에 이란 컬럼을 연재해 오고 있는 김지영. 읽을 때마다 '옳아~ 그렇겠구나~' 하며 공감이 가는 글들이 많아 꼭 찾아 읽게 되었다. 책을 내도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냈다고 하였다. 첫 책 제목은 책 표지의 사진은 커피인가? 코코아 인가? 행복 체득의 단계로 발견하기, 정의하기, 유지하기 세파트로 나누어 놓은 것도 흥미롭다. 행복을 발견하고 정의하고 유지하는 과정. 칼럼을 쓰게 되면서 ‘기-승-전-긍정’으로 매듭짓는 습관, 즉 끝내 긍정으로 향하려는 관성 같은 것이 새겨져 버린 것 같다고 고백한다. 읽다가 ' 나하고 비슷한데가 있네?' '뭐가?' 한가지 집중을 못하고 여러 우물 파는거....ㅎㅎ 다 읽고 나니 행복을 잡았다 놓치고 그리고 다시 잡고 그런 과정 속에 저자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 더보기
변경 9 소설의 배경이 되는 6,70년대를 살아온 독자들이라면 당시를 회상하며 '그땐 그랬지~' 하며 고래를 끄덕이는 인물이나 사건들을 작가는 여기저기 배치해 두었다.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도 등장하고, 가수 남진, 나훈아도 나오고, 갑작스럽게 오른 땅값으로 졸부가 된 강남 졸부들도 행태도 그런 경우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졸부가 된 이중 한 명을 영희가 꿰차는(?) 실력을 발휘한다. 소작농에서 시작하여 운좋게 땅을 사서 농사짓던 강칠복과 그의 아들 강억만, 영희는 강억만에게 접근을 하고 살림을 차린다. 한편, 뿌리 뽑힌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개간지를 판 돈 50만원을 들고 서울로 이주한 명훈네 식구들. 하지만 어렵사리 단칸방을 마련하고 회사를 운영하는 친척에게 남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던 중 그 회.. 더보기
좋은 언어로 너무 한창 나이에 요절한 시인 신동엽. 그래도 다른 한편 다행스러운 것은 홀로남은 시인의 아내인 인명선 여사의 노력으로 자녀들이 훌륭하게 자랐고 문학관도 세워졌으며 신동엽의 이름을 내걸고 후배들의 창작 기금도 지원하는 일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건 흐믓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신동엽 시인에 대한 것을 알게 되었던 책이다. 어릴 적 시절의 통지표, 입학허가서부터 결혼식 사진, 가족 사진, 직장에서의 모습, 시인으로서의 생활과 다른 문인들과 함께 있는 모습 사진 등과 신동엽을 육필 원고, 편지 등이 실려 있다. 무엇보다 그의 삶이나 작품을 색안경을 쓰고 들여다보았던 사람들은 아마도 신동엽이 아나키스트였고 장인이 월북하였다는 것 때문일 것이고, '껍데기는 가라'고한 다소 과격하고 직설.. 더보기
박세리와 공동묘지 작가가 아닌 유명인들의 책은 일단은 진짜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유명세를 업고 얄팍한 상술로 찍어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일단 하고 보게 된다. 다른 사람의 많은 조력을 받아 낸 책이 아닌지?하는 생각 속에 보면 책의 내용이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고, 들어왔더라도 쉽게 휘발되곤 한다. 그래서 가능한 그런 생각을 떨치고 곧이곧대로 믿고 생각하며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이 책도 그런 생각으로 읽었다. 임춘애의 라면 이야기처럼 박세리하면 난 공동묘지 이야기가 먼저 떠오르는데 그것이 전달하는 사람들에 의해 생산되었다는 사실에 얼마나 많은 진실들이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면서 없던 이야기가 부풀려지고 확대 가공 재생산되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시간이 지나면 알맹이(진실)은 썩어 없어져도 껍데기(.. 더보기
변경 8 가족 구성원들은 살기 위해 어쩔 수없이 뿔뿔이 흩어지고 흩어진 상태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임에도 안타까움이 읽는 내내 들었다. 그래서 소설 속의 가족들이 어떤 부도덕한 일을 꾀하더라도 그들 편에 서서 보게된다. 이른바 전지적 주인공 시점이다. 영희는 밤무대의 이름없는 악사인 창현을 만나 살림을 차린다. 배우로의 전향이란 헛된 꿈에 빠진 창현을 뒷바라지 한답시고 미장원도 팔고 모든 돈을 탕진하다시피한다. 그럼에도 육욕에 눈이 어두운 영희는 전혀 게의치 않는다. 전형적인 도회의 탕녀와 기둥서방의 치정인 것이다. 더욱 창현은 그런 영희에게서 야금야금 돈을 뜯어낸다.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만 창현은 아이를 원치 않음은 물론 놀라 까무러칠 파렴치한 행동을 한다. 영희가 병원으로 아이를 떼러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