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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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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의 배경이 되는 6,70년대를 살아온 독자들이라면 당시를 회상하며

'그땐 그랬지~' 하며 고래를 끄덕이는 인물이나 사건들을 작가는 여기저기 배치해 두었다.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도 등장하고, 가수 남진, 나훈아도 나오고, 갑작스럽게 오른 땅값으로

졸부가 된 강남 졸부들도 행태도 그런 경우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졸부가 된 이중 한 명을 영희가 꿰차는(?) 실력을 발휘한다.

소작농에서 시작하여 운좋게 땅을 사서 농사짓던 강칠복과 그의 아들 강억만,

영희는 강억만에게 접근을 하고 살림을 차린다. 

 

한편, 뿌리 뽑힌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개간지를 판 돈 50만원을 들고 서울로 이주한 명훈네 식구들.

하지만 어렵사리 단칸방을 마련하고 회사를 운영하는 친척에게 남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던 중

그 회사가 부도가 난다.

 

결국 도시 중산층으로의 진입에는 실패하고

영등포 변두리의 판잣집 단칸방에 5만원 전세금을 내는 도회지 빈민으로 전락한다.

 

결국 명훈이 빠져든 곳은 다시 주먹 세계의 그늘이었다.

가짜 신문사 여론조사 요원 행새를 하면서 탄광등...돈을 울궈낼 곳을 찾아다닌다.

결국 범법자가 된 그가 은신처로 삼은 절에서 큰 주지스님 행세를 하는

자유당 시절의 폭력조직의 작은 보스였던 지인을 만나 도움도 받는다. 

 

3년여를 부산에서 떠돌며 가족들의 서울 이주 사실도 모르는 인철은 헌책방에서 먹고자며 생활을 한다.

스스로 명명하길 18~21세 기간을 '노역의 낮과 슬픔의 밤'으로 보낸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치기어린 연애를 한번쯤 경험하기도 했을 낭만의 시기이지만

그의 노역과 슬픔의 시기에는 그런 낭만은 존재하지 않는다.

 

식구들 각자 생존에 몸부림을 치지만 그들 삶의 배경에는 아버지가 월북한

빨갱이 가족이라는 원죄같은 그림자가 항상 크게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읽으면서 가족들 하나하나 그저 보통 시민의 소박한 삶을 누릴 수 있기만을 바라면서 읽게 된다.

 

 

 

 

- 개보름 쉬듯 한다.

- 문둥이 콧구멍에서 마늘을 빼먹지.

- 월급날이 되면 개도 천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점촌

 

- 그런데 그날은 이상했다. 그것도 성장의 징표일까.

갑자기 아버지의 삶을 결정한 그 사상이 저항못할 호기심으로 그를 사로잡는 것이었다.

 

- 그다음 서너달은 이른바 '고달픈 방랑기'였다.

뒷날 인철이 곧잘 과장되게 추억한 삶의 밑바닥 경험이란 것이 기실

그 짧은 기간에 집중된 고난의 기억에 지나지 않았다.

 

-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실수의 의심은 불안으로 변하고 불안은 다시 고뇌로 깊어 갔다.

 

-인철에게는 부모의 보호아래 순조롭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그 아이들이 부럽기 그지없었다.

그 아이들에게는 인철의 고단한 삶이 오히려 신선하고도 모험적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 한때의 통쾌함은 이내 울적함과 자기 모멸로 바뀌었다.

 

- 서른이 넘도록 무릎 댈 땅 한 뼘 없이 소작으로만 살아온 강칠복씨에게 처음으로 토지 소유자의 기쁨을 맛보게 해 준 것은 바로 토지개혁의 풍문이었다. 물론 거기서도 북한의 예가 영향을 주었겠지만 불안한 지주들이 헐값으로 땅을 내던진 탓이었다. 특히 정부 수립 직후 제헌 국회가 토지개혁을 실시하리라는 풍문이 들면서 지주들의 불안은 더해 그해 강칠복씨는 그 땅의 한 해 수확을 약간 웃도는 값으로 잠원동의 땅 7백평을 얻을 수 있었다.

 

-분할해 내는 상환금이 그의 관념에 뿌리박은 소작료보다 오히려 적었기 때문에 소작에 익숙한 그에게는 몇 해 소작표 물고 나니 땅이 거저 생겼다는 느낌뿐이었다.

 

- 땀 때문인지 이상하게 번들거리는 넓적하고 못생긴 얼굴과 비만기 있는 몽땅한 몸매는

활자로 그 이름을 읽은면서 상상한 것과는 너무 달랐다. 

 

- 치기와 패기를 혼동한 자기 소개.....

 

- 기억의 과장과 왜곡, 떠나있던 여러 해 동안 더해진 윤색과 변형은 마법처럼 깨끗하게 지워지고

 

- 음성보다는 문자가 훨씬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수용되며, 집단 속에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 지적 흡수력이 몇배나 커지는 것들이 강의실에서 멀어지게 했다.

 

- 거창 양민 학살의 전술과 비슷하군요 고기가 놀물을 없애버리는.....  <변경9 / 이문열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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