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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오늘 뭐 먹지? 소설가의 산문은 소설과는 달리 작가 자신의 생각과 생활 모습을 알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이번에 본 책은 권여선 작가의 이름하여 안주 산문집인, '오늘은 뭐 먹지?'를 보았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김애란의 책을 보다가 작가에 대해 검색을 하였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이런 저런 길을 지나 음식에 별로 관심이 적은 나에게 권여선의 '오늘은 뭐 먹지?'란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미소가 지어지는 대목이 자주 등장하는데 한가지 의아하게 생각된 점은 작가의 어린 시절에 나보다도 더 편식이 심한,거의 채식 주의자에 가까울 만큼 고기 종류 중 유일하게 먹는 것이 숯불에 구운 쇠고기 뿐이었단다. 그런데 어찌 대학에 들어가 술이라는 것을 마시면서부터는 내장이고, 곱창이고, 닭똥집이고를 따지지 않고 못먹는 .. 더보기
명화로 읽는 단테의 신곡 운율이 있는 우리나라 시조를 아무리 잘 번역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말의 4.3조 4.4 조 등의 운율을 어찌 외국어로 우리의 맛을 살려 번역을 하는 건 쉽지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번역으로 읽는 '신곡'도 크게 와닿지가 않고 재미도 없었다. 그래서 읽으려는 도전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명화와 함께 읽는 신곡'은 그림의 내용을 따라가며 읽다보니 마치 성경 이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전혀 모르고 서양 미술관에 전시된 숱한 명화를 보다가 성경과 신화에 대한 책을 읽고 난후에 보게된 명화가 전혀 다른 감흥으로 다가오듯 그동안 내가 몰랐던 명화 속의 그림 중에 '신곡'의 내용을 그린 그림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읽었다. '오~ 이 그림이 신곡의 이 내용을 그린 그림이군.' 그러.. 더보기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이 책은 출간 후 30만 부 이상 팔리며 큰 화제를 모았던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의 개정 증보판이다. 저자가 본문 전반의 표현들을 시대 변화에 맞게 세심히 다듬었고 끝부분에는 초판에는 없는 ‘그 후의 이야기’를 추가했다. 책을 고를 때 제목을 먼저 보기도 하고, 책의 그림을 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몇 쇄를 찍은 책인지도 본다. 개정판인데도 불구하고 어마무시했다. 수십 쇄로 기억이 된다. 일기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하고, 아무튼 글 속 인물이 작가의 이름이고 글 속 인물에 대한 묘사도 바로 작가 자신이다. 그리고 이 산문집은 책 한권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어 마치 장편 소설과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자전적 이야기처럼 읽힌다. 본인 실명으로 등장하는 작가는 .. 더보기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몇 년 전 갑작스럽게 네덜란드 남성과 결혼을 한다는이야기를 들은 이후 궁금하던 터에 책 출간 소식을 들어 찾아보게 되었다. 국적이 다르다보니 일년의 3개월은 한국에서 3개월은 네덜란드에서 살고 6개월은 각자 따로 살고 있다. 그동안 혼자 사는데 익숙한 한비야와 안톤, 서로 국적이 다른 60대의 남녀이니 아무리 좋아서 결혼한 사이지만 마찰이 없을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에서는 한비야의 취향에 맞추고, 네덜란드에서는 남편의 취향에 맞추는 삶을 택하고 있다. 냉장고에 식재료를 그득하게 넣어두는 한비야와 그렇지 않은 안톤, 수건은 보숭보숭하게 선반 위에 올려두어야 하는 한비야와 설합에 넣어두는 안톤, 하수구 소독 등 청소용으로 식초를 많이 사용하는 안톤과 식초 냄새에 질색하는 냄새에 민감한 한비야. 모든 .. 더보기
살고 싶다는 농담 2020년에 펴낸 이 책은 전에 허지웅의 를 읽었던 적이 있는데 최근 그가 큰 병을 앓고 났다는 소식을 듣고 병을 앓고 난 후 어떻게 달라진 생각을 써 내려갔을까 하는 궁금함에 읽게 되었다. 허지웅 이 스타워즈 를 언급한 대목이 관심이 같다. 스타워즈에 매료된 이유는 그 영화가 아버지를 증오했던 조지 루카스의 자전적 이야기이며 바로 허지웅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인 것 같다. 그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300만원 상당의 스타워즈 피규어를 조심스럽게 청소하는 영상이 다시 되살아 났다. 아울러 그가 다른 곳에서도 밝혔는데 이 책에서도 밝힌 아버지와의 불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학 등록금을 부탁하러 갔는데 거절당한 대목은 다시 보아도 마음이 아려온다. 허지웅의 모친이 언젠가 방송에 나와서 '지웅이는 어려서.. 더보기
연필로 쓰기 일상의 자잘한 일들도 김훈의 연필의 힘이 작용하면 펄펄 살아 있는 언어로 다가온다. 평범한 남녀 노인들의 잡담 속에도 우리 인생의 통찰을 발견하기도 한다. 김훈이 언젠가 내 힘으로 자전거의 페달을 밟아 움직이며 쓴 산문처럼, 이 책도 노트북이 아닌 내 손으로 연필을 잡고 쓴, 몸으로 겪고 몸으로 쓴 김훈의 글이라 울림이 다르다. 애써 개고기를 먹고 있음을 숨기려 하지 않고 교양있는 척 하는 개 키우는 사람들을 꼬집기도 한다. 여성 노인과 남성 노인들이라 지칭하면서 얻어들은 수다도 미소를 머금게 하는데 특히 아랫것들로 지칭하면서 뒷담화하는 노인들의 이야기는 한편의 개그프로를 보는 느낌도 들었다.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똥 이야기는 동화 '강아지똥'에 비해 조금은 꺼림찍 하기도 해서 찌푸리고 읽기도 했다... 더보기
마음의 부력 2020년에 초유의 이상문학상 거부사태로 이상문학상 수상작품과 상에 대해 관심이 멀어졌었다. 그러다가 그래도... 하는 마음에 집어들고 보게 된 수상작 '마음의 부력'. 비가 오고나면 땅이 굳듯, 그래서인지 2021 당선작인 이승우의 '마음의 부력'은 꽤 탄탄하고 독후에도 잔잔한 울림을 주는 소설이다. 등장인물 중 화자인 주인공 부부와 어머니, 그리고 돌아가신 형까지 단촐하고 내용도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인물들의 내면 묘사가 뛰어나고 섬세하다. 주인공인 둘째 아들은 공무원이다. 대학이나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형은 얽매이는 걸 싫어하고 하기 싫은 것은 절대 하지 않는다. 들어간 대학도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두 번이나 학교를 옮기고도 졸업을 못한다. .. 더보기
행복해지려는 관성 일간신문에 이란 컬럼을 연재해 오고 있는 김지영. 읽을 때마다 '옳아~ 그렇겠구나~' 하며 공감이 가는 글들이 많아 꼭 찾아 읽게 되었다. 책을 내도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냈다고 하였다. 첫 책 제목은 책 표지의 사진은 커피인가? 코코아 인가? 행복 체득의 단계로 발견하기, 정의하기, 유지하기 세파트로 나누어 놓은 것도 흥미롭다. 행복을 발견하고 정의하고 유지하는 과정. 칼럼을 쓰게 되면서 ‘기-승-전-긍정’으로 매듭짓는 습관, 즉 끝내 긍정으로 향하려는 관성 같은 것이 새겨져 버린 것 같다고 고백한다. 읽다가 ' 나하고 비슷한데가 있네?' '뭐가?' 한가지 집중을 못하고 여러 우물 파는거....ㅎㅎ 다 읽고 나니 행복을 잡았다 놓치고 그리고 다시 잡고 그런 과정 속에 저자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