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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박세리와 공동묘지

작가가 아닌 유명인들의 책은 일단은 진짜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유명세를 업고 얄팍한 상술로 찍어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일단 하고 보게 된다.

다른 사람의 많은 조력을 받아 낸 책이 아닌지?하는 생각 속에 보면

책의 내용이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고, 들어왔더라도 쉽게 휘발되곤 한다.

그래서 가능한 그런 생각을 떨치고 곧이곧대로 믿고 생각하며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이 책도 그런 생각으로 읽었다.

임춘애의 라면 이야기처럼 박세리하면 난 공동묘지 이야기가 먼저 떠오르는데

그것이 전달하는 사람들에 의해 생산되었다는 사실에 얼마나 많은 진실들이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면서

없던 이야기가 부풀려지고 확대 가공 재생산되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시간이 지나면 알맹이(진실)은 썩어 없어져도 껍데기(가공된 이야기)는 살아남아 전해지기도 한다.

수단 방법을 안가리고 유튜브 조회수를 늘리려는 구조 속에서는 점점 더 가짜뉴스는 많아질 것 같다.

 

내용은 박세리 자신의 골프와 관련된 이야기부터 최근 방송에서 활동하는 이야기까지 포함되어 있다.

'직장인들은 시간이 지나고 경력이 쌓이면 승진도 하고 경험이 쌓인 데서 생기는 노련함을 인정받는 반면에

운동선수는 늘 신입사원과 같은 에너지와 성장을 강요 받는다.'는 이야기는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다.  

 

나이들어 점점 몸값이 낮아지고 박수 소리는 멀어지는데 부진에 대한 팬들의 실망섞인 비난을 더하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일까. 종종 그래서 무너진 선수의 모습은 갈채를 받을 때와 외모도 많이 달라져

안타까울 때도 있다.

 

화려한 커리어를 뒤로 하고 일반인의 삶에서 실패를 맞보지 않으려면 플랜B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공감이 간다.

길게 선수생활을 이어나가는 외국 선수들에 비해 선수경력이 짧은 것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 외국 선수들의 경우, 특히 골프 선수들은 다른 종목에 비해 상당히 오랫동안 현역으로 활동한다.

종목의 특성이 그러하기도 하지만 선수로서의 일과 개인으로서의 삶을언 정도 분리하고 균형을 맞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오직 운동만을 보며 달려가고 그 성과를 이루었을 때, 어쩌면 한창 때일지도 모르는 시기에 이른 은퇴를 할 수밖에 없는 경구가 많다. 나조차도 이런 사이클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후배들을 볼 때도 그런 점이 가장 안타깝다.

 

- 선수 시절에 내가 조금만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았다면 선수 생활을 더 오래했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압박감 속에서만 살다보니 너무 쉽게 지쳤고 이 생활이 지속되는 게 행복하지 않을 때도 많았다. 지나간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후회해도 소용없다. 사실 마음이 여유롭고 건강한 생활을 하는 게 좋단ㄴ 걸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도 이미 몸에 밴 긴장감을 쉽게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 직장인들은 시간이 지나고 경력이 쌓이면 승진도 하고 경험이 쌓인 데서 생기는 노련함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운동선수는 늘 신입사원과 같은 에너지와 성장을 강요 받는다. 처음이니까 봐주는 것도 없고, 경력이 많으니까 당연히 인정해주는 것도 없다.

 

- 어릴 때 연습장에서 집으로 가는 길목에 공동묘지가 있어서 연습 끝나고 집에 갈 때 항상 공동묘지 옆을 지나가게 됐다고 했을 뿐인데 난데없이 우리 아버지가 피도 눈물도 없는 교관이 되어 있었다. 

 

<세리, 인생은 리치하게/ 박세리/위즈덤하우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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