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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몇 년 전 갑작스럽게 네덜란드 남성과 결혼을 한다는이야기를 들은 이후 궁금하던 터에

책 출간 소식을 들어 찾아보게 되었다.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국적이 다르다보니 일년의 3개월은 한국에서 3개월은 네덜란드에서 살고 6개월은 각자 따로 살고 있다.

그동안 혼자 사는데 익숙한 한비야와 안톤, 서로 국적이 다른 60대의 남녀이니

아무리 좋아서 결혼한 사이지만 마찰이 없을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에서는 한비야의 취향에 맞추고, 네덜란드에서는 남편의 취향에 맞추는 삶을 택하고 있다.

냉장고에 식재료를 그득하게 넣어두는 한비야와 그렇지 않은 안톤, 수건은 보숭보숭하게 선반 위에 올려두어야 하는 한비야와 설합에 넣어두는 안톤, 하수구 소독 등 청소용으로 식초를 많이 사용하는 안톤과 식초 냄새에 질색하는 냄새에 민감한 한비야.  모든 시간을 아껴 칼같이 계획을 세우는 한비야와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생활하는 안톤. 그런 서로 맞지 않는 생활 방식도 각자의 나라에선 서로 존중하기로 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요즈음 우스갯소리로 3대가 덕을 쌓아야 주말 부부로 산다는 이야기들을 하는 것을 들었다.

국제 결혼한 한비야 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함께 살더라도 반 정도의 시간은 각자 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반을 함께 보내면서 적당하게 반반씩 맞춰가며 사는 게 현명한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일상 생활 속에서도 3.3.6의 법칙을 적용할 수 있겠다는 이야기다.

 

항상 함께 붙어 생활하는 잉꼬부부가 어쩌면 더 상대의 속을 문드러트리는 삶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비야와 안톤 두 사람의 공저다. 실험적 생활 에세이라는 ... 

 

읽고 나니, 한비야의 전작들과는 느낌과 색채가 다르다.

서로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과의 만남이라 부딪치는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신혼이라 핑크빛이 가득하고 다소 말랑말랑해졌다. 거친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듯한 전작들을 보고 많은 젊은 여성들이 닮고 싶은 여성으로 꼽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여전히 닮고 싶은 여성으로 볼까? 그렇다면 많은 미혼 여성들이 '나혼자 산다'의 꿈을 접고 내 짝을 찾는 일에 좀더 기울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미래에 긍정 신호겠지?

 

네덜란드도 우리의 영호남 갈등처럼 남북 갈등이 미묘하게 있단다.

마스 강을 경계로 북쪽은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과 80년에 걸친 종교 전쟁에서 이긴 개신교도들이 주민의 주류로, 장사나 무역, 금융업을 하는 자유분방하고 생각이 트인 사람들(혹은 이기적이고 돈만 아는 약삭빠른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지형상 저지대와 운하가 많고 작물을 경작하기 마땅치않아 목축을 한다. 한편 남쪽은 가톨릭교도들이 주류로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는 전형적인 농촌으로 순박한(혹은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고리타분한)사람들이라는 이미지다. 이들은 스페인과의 독립 전쟁 때 소극적으로 싸운 탓에 전쟁 후 지배세력이 된 개신교도들에게 무지막지한 차별과 무시를 받았다고 한다. 그 당시 스페인에 호의적이었던 남부지방은 아예 네덜란드에서 분리해 벨기에라는 나라로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위, 아래 두 사진은 책 내용과 상관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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