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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오늘 뭐 먹지?

소설가의 산문은 소설과는 달리 작가 자신의 생각과 생활 모습을 알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이번에 본 책은 권여선 작가의 이름하여 안주 산문집인, '오늘은 뭐 먹지?'를 보았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김애란의 책을 보다가 작가에 대해 검색을 하였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이런 저런 길을 지나 음식에 별로 관심이 적은 나에게

권여선의 '오늘은 뭐 먹지?'란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미소가 지어지는 대목이 자주 등장하는데 한가지 의아하게 생각된 점은 작가의 어린 시절에

나보다도 더 편식이 심한,거의 채식 주의자에 가까울 만큼 고기 종류 중 유일하게 먹는 것이

숯불에 구운 쇠고기 뿐이었단다. 

그런데 어찌 대학에 들어가 술이라는 것을 마시면서부터는

내장이고, 곱창이고, 닭똥집이고를 따지지 않고 못먹는 게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많아도 맛없는 안주는 없다는 말을 실천하듯이

주로 안주형 육것들에 대해 맛깔나고 재미있게 풀어놓은  글이다. 음식에 대해 글로 표현한 것중

오래전 수호지인지 삼국지인지를 읽다가 술안주로 나오는 삶은 돼지고기를 정말 먹음직스럽게 표현한 기억이 난다.

아마도 내가 삶은 돼지고기를 희박하게 나마 젓가락질이 가는 경우는 그 소설 덕분이었을 것이다.

 

이 책도 모든 음식에 대해 특히 안주에 대해 군침 돌게 만들어 놓았다.

음식이 알맞게 양념이 들어가야 맛이 나듯, 알맞은 단어를 적재적소에 보석처럼 넣어 글에 탄력을 불어넣었다.

글로 맛깔나게 풀어써서 맛깔난 안주와 더불어 술이 술술 넘어가는 듯하다. 

가리는 것 많은 내가 이런 류의 책을 어린 나이에 접했다면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을텐데,

내 생각에도  그러니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술을 땡기게 하는 책이 되리라 확신.

 

음식에만 너무 집중하는 탓일까 만났던 사람들을 잘 기억 못해

낭패를 당한 경우를 재미있게 고백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그리하여 명랑,쾌활, 유쾌,통쾌한 시트콤을 본 듯하고

제목으로는 '오늘 술안주로 뭐 먹지?'가 더 어울릴 듯 하다.

소설 <안녕 주정뱅이>를 쓴 일이 있어 술과 관련된 제목을 넣기가 그랬을 것 같기도 하다.

 

 

 

<오늘 뭐 먹지?/ 권여선/ 한겨레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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