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 5권에서는 5.16 군사 쿠테타 이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술술 잘 읽히는데는 동시대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고 화려한 이문열의 문체도 한몫한다.
영희의 도시에서의 삶은 그저 고단한 삶을 채워가며 꿈은 사라지고
하루하루 생존 해가는 나날로 바뀌었다. 성공이 생존과 동의어로 내려 앉은 것이다.
그들은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이웃들에게 옮긴 곳을 일러주지 않는 것은
물론 새로운 곳에서도 가능한 한 다른 사람들 눈에 뜨이지 않게 산다.
한곳에 붙박여 살아 경찰의 파악아래 있어서도 안되는 것이 그들의 생존방식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위기는 닥치게 마련이어서 한 곳에서 3년 정도면 도망치듯 떠나야 하는 일이 생긴다.
아버지가 월북한 빨갱이 가족이 연좌제로 겪는 괴로움이다.
책을 읽다보면 과거의 일들을 어른이 된 현재의 언어로 정리하는 부분이 자주 나오는데
작가는 부연 설명을 해야 할 필요성을 많이 느낀듯 했다. 이문열의 화려한 문체는 축구 선수로 친다면
메시나 호나우딩요 과에 해당하고 호날두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설자로 치면 신문선.
마침내 척박한 땅에 개간 허가가 나오면서 힘들지만 고향에서 뿔뿔이 흩어져 살던
온 가족이 다같이 모이고 명훈은 노동에 진정한 가치를 느낀다.
하지만 어머니와 영희와의 갈등은 워낙 골이 깊어 다른 식구들에게도 큰 시름을 안긴다.
- 그때도 이미 일하는 기쁜이니 노동의 신성함이니 하는 따위의 말들이
사회의 의식 표면을 건성으로 떠다니고 있기는 했어도 자라는 내가 더 자주 확인할 수 있던 것은
노동을 천시하는 경향이었다. 일부는 피로 전해오고 일부는 어머니의 끊임없는 상기에 의해 주입된
어설픈 선비 정신도 노동에는 그리 호의적이지 못했다.
- 현실의 쓰라림과 외로움을 마구잡이 책 읽기와 공상으로 잊는 시기를 지나
소설이나 시 같은 말의 비실제적인 효용에 맛 들인 단계까지 이르러 있었다.
- 신문의 센세이셔널리즘에 둔감해지기 위해서는
인철도 대부분의 동시대 사람들처럼 중년에 이르기를 기다려야 했다.
- 나는 손이 흰 서생들에 의해 목청 높게 불려지는 노동의 찬가를 믿지 않는다.
그것은 물질적인 생산에 참가하지 않으면서도 그 소비는 함께해야 하는 무리가
노동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아첨이거나 그들로 하여금 노동의 고통을 잊고 계속적인
생산에 종사하도록 하는 음험한 부추김으로 의심한다.
- 감정이 한번 그렇게 이상한 방향으로 자리 잡자 거기 어울리는 억측과 과장이 뒤따랐다.
<변경5 / 이문열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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