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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변경6

태백산맥을 읽을 때는 맛깔나는 전라도 사투리가 뱅뱅 돌았다면

<변경>을 읽으면서는 경상도 사투리가 맴돈다.

 

명훈, 영희,인철,옥경이 사남매 중 어린 막내 옥경이를 제외하고

세남매의 시각으로 본 세상의 살이에 대한 내용이 번갈아가며 펼쳐진다.

그런데 세 남매의 앞날은 밝지가 않다.

 

 개간지에서 상록수의 꿈을 키우지만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같은 허망한 노력의 결과에 절망하는 명훈. 

영희는 개발지원금중 만 원을 오빠 명훈에게 받아 서울로 상경을 하고 미장원 시다로 들어간다.

하지만 자신이 미장원 바닥에서 구박덩어리로 두 달간 기어야 벌 수 있는 돈을 몸을 팔아 하룻밤이면 벌 수 있는 유혹에의 길로 빠진다. 학교 진학이 늦어지고 한창 사춘기 때 다른 친구들은 저만치 앞서간다는 생각에 미래가 암담하기만 한 인철. 아직 철모르는 막내 옥경이, 이 네 남매를 돌아보며 한숨짓는 엄마의 시간은 질곡의 시간이다.

 

인철은 어린 나이지만 학교를 그만 둔 자신의 암울한 앞날에 대한 생각으로 우울한 생각에 빠진다.

다른 친구들이 교복을 입고 학교를 가는 모습을 상상하기만 해도 사춘기 소년에게 소외감이 이는 건 당연한 일이지싶다.

그러는 다른 한편으론 제도와 규율에 자신을 맞추고 요란한 거리의 자극들에 시달리고 불필요한 교우로 시간을 낭비하고 집단화 교육으로 몸고 마음이 뒤틀리고 있는 동안, 자신은 궁핍하기는 해도 편안하기 그지없는 골방에서 이미 한물간 교양주의에 빠져 잡학을 즐거거나 망상으로 상상력을 기르고 있다는 생각으로 위한을 삼는다.

 

세남매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삶, 일반적인 삶에서부터 점차 뒤쳐지는 자신을 바라보며 실의에 잠긴다.

알던 사람들은 자꾸 낯설어지고 세계는 자신들이 알 수 없는 세계로 변해 가는 듯하고

그들이 사는 세계는 이미 저만치 앞서가는데 자신들의 삶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져 간다.

 

<변경6 / 이문열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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