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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변경4

가장의 부재가 한 가정을 어떻게 만드는 지를 보여준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5,60년대에는 아버지가 없는 가정은 더더욱 힘든 시대였다.

아버지의 부재는 집안의 기둥이 없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더구나 가장이 빨갱이로 몰려 감시의 대상이 된 가족들은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혼자된 엄마와 4남매의 삶이.....

 

둘째인 19살 영희는 엄마 없는 틈을 타서 어린 동생들을 남겨두고

집에서 돈이 될 만한 것들과 주변에서 돈을 꾸어 서울로 가출을 감행한다.

여자하고 사기그릇은 집 밖에 내돌려서는 안 된다던데라는 말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시대에

그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난한 삶으로 들어선다.

 

반면 첫째 명훈은 자유당 앞잡이로 깡패 행위를 하다가 이제 대학생이 되어 의도치는 않았지만 선배의 선동에 이젠 반대로 민주당을 위한 폭력 행위에 가담하게 된다. 고단한 소년기를 보내느라 대의가 인간 정신에 끼칠 수 있는 힘을 이해할 겨를이 없었던 명훈으로서는 인간 활동의 모든 동기를 실리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 엄마는 어린 철이와 옥경이를 고아원에 보내 생이별을 하게 되는 장면이 가슴 아프게 그려졌다.

소설은 명훈, 영희, 철이 이렇게 세 남매의 시각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나는 나이가 나이라 그런지

어머니의 입장에서 그 상황이 얼마나 힘든 상황이었을지 생각하며 보게 되었다.

 

변경 4권은 4.19부터 5.16 군사 쿠테타까지 기간이 배경인데 4.19 혁명이 도회지 이외의 사람들에게까지 깊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안타까움은, 깨어 있는 지식인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혼잣말처럼 내 뱉는 '돌계집의 헛구역질 같은 세월'이란 한마디로 설명이 되었다. 정보의 전달이 빠르지 않던 시대인 만큼 많은 사람들을 변화 시킨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고 요원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일들이 실시간으로 전달이 되는 요즘이라고 사람들을 쉽게 변화 시킬 수 있을까? 워낙 확증 편향이 심해서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은 아예 받아들이지 않는 요즘이 더 큰 문제가 아닐런지....

 

 

<변경4/이문열/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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