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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오후 - 인생은 길지 않다. 과거에 쓴 책을 보면 더욱 그렇다. 쓸 때의 느낌은 아직 생생한데 판권면을 들춰보면 그게 벌써 십년 전이고 십오 년 전이다. 그런 책들은 마치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로 보내온 메시지 같다. - 나이 미흔에 나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국립 예술대학의 교수였고 네 권의 장편소설과 세 권의 단편소설집을 낸 소설가였고 라디오 문화프로그램의 진행자였고 한 여자의 남편이었다. 서울에 내 이름으로 등기된 아파트가 있었고 권위 있는 문학상들을 받았고 서점의 좋은 자리엔 내 책들이 어깨를 맞댄 채 사이좋게 놓여 있었다. 소설들은 베스트셀러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팔려나가는 편이었고 개중에 어떤 것은 영화나 연극으로 제작되었다. 그리고 또 몇 권의 소설은 해외에서도 출판되었다. .. 더보기
오래 준비해온 대답 읽다보니 익숙한 내용이라 다시 살펴 보니 전에 내가 읽었던 책의 개정판이었다. 2007년 EBS 〈세계테마기행〉의 제작진이 작가 김영하를 찾아와 작가에게 어떤 곳을 여행하고 싶냐고 물어보았을 때, 작가는 ‘마치 오래 준비해온 대답’처럼 시칠리아라고 답했던 것에서 개정판을 내면서 책의 제목도 이 되었다. 당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던 작가는 제작진과 함께 시칠리아를 다녀온 후, 교수직을 사직하고 서울의 모든 것을 정리한 뒤 다섯 달 만에 아내와 함께 다시 시칠리아로 다녀와서 쓴 여행기에 해당하는 책이다. 두번째 읽는데도 여전히 읽는 뿌듯함을 주는 김영하의 글들..... 아주 적확한 단어를 사용해서 읽는 나로 하여금 저자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공감을 한 대목은 는 대목이었다. 여행에.. 더보기
여행의 이유 작가 김영하가 TV프로그램인 '알쓸신잡'에 나오고 나서, 이 책이 출간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읽다보니 알쓸신잡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가 있었다. 작가의 역량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김영하의 그 어느 책보다도 읽는 재미가 있었지만, 이 책이 베스트셀로 1위에 곧바로 등극한 것은 어느 정도 그 프로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출간한 출판사 입장에서는 그런 호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출간된지 보름도 안된 기간에 6쇄까지 찍은 책이다. 하지만 그런 외적인 일들을 제쳐두고, 이 책은 독서의 품격을 높이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아울러 여행에 대한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들이 정리되는 것 같아 독후에 포만감도 느껴졌다. '파리 증후군'을 설명한 대목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돈을 모으고 오랜기간.. 더보기
파리 증후군 '파리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던 오타 히로아키라는 일본인 심리학자가 1991년에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유독 파리에서 호흡곤란이나 현기증 같은 증상을 걲는 일군의 일본인 여행자들에 주목했다. 파리에 대한 환상으로 여행을 떠난 일부 일본 여행객들은 파리가 자신들이 상상하던 것과 매우 다르다는데 심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개똥을 치우지 않는 주인들, 메트로 개찰구를 통과하자마자 아무데나 표를 던져버리는 승객들, 외국인에게 쌀쌀 맞은 점원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불쾌한 냄새들, 이런 것들은 관광 안내책자의 아름다운 사진에서는 짐작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오랫동안 품어왔던 멋진 환상과 그와 일치하지 않는 현실. 여행의 경험이 일천한 이들은 마치 멀미를 .. 더보기
말하다 김영하 산문 3종 보다, 말하다, 읽다. 중에 하나인 말하다. 인데 말 그대로 이런 저런 김영하가 강연에서 한 말들을 정리한 글들을 모아놓은 것인데 정리가 잘 된 느낌이 들었다. 세 권의 산문 중에서 가장 나중에 읽게 된 이 <말하다> 가 가장 충실하고 내 취향에도 맞았다. 당연히 고개.. 더보기
랄랄라 하우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기발한 생각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의 생각이 참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작가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자질구레한 일들을 때로는 유쾌하게 때론 꼬집듯이 요리해서 내놓는다. 그런데 그 요리들이 퓨전요리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살짝살짝 .. 더보기
살인자의 기억법 똑같은 상황을 겪은 사람들이 각기 달리 기억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 오남매도 어린 시절 일들을 달리 기억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진실이란 모든 사람의 기억의 공통부분이겠지? 어떤 사진이 가장 실제의 색과 비슷할까? 진실은 하나. 다른 것들은 조금씩은 왜곡된 것. 김영하 .. 더보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내 삶은 내가 결정한다. 신? 그딴게 뭔데..... 주인공은 죽음에 이르는 길을 친절하게 안내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호스피스같은 인물은 아니다. 현실에는 물론 있을 수 없는 직업이다. 이 시대에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에게는 단 두가지의 길이 있을 뿐이다. 창작을 하거나 아니면 살인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