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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말하다

김영하 산문 3종 보다, 말하다, 읽다. 중에 하나인 말하다. 인데

말 그대로 이런 저런 김영하가 강연에서 한 말들을 정리한 글들을 모아놓은 것인데 정리가 잘 된 느낌이 들었다.

 

세 권의 산문 중에서 가장 나중에 읽게 된 이 <말하다> 가 가장 충실하고 내 취향에도 맞았다.

당연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도 많았다.

 

젊은 소설가 시절의 김영하는 귀걸이를 하고 맨살에 조끼입고 클럽다니는 그런 모습이었는데

아마도 그런 이미지 때문에 젊은 소설가라는 딱지가 붙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 주장과 개성이 강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가들이나 정치가 등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하거나

글로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이론을 논리적으로 정립해 두어야 하겠지만 

나 스스로의 이론을 논리적으로 확립해두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김영하의 사고에는 어린 시절 직업군인이었던 아버지 때문에

이리 저리 떠돌면서 어린 학창 시절을 보낸 것이 그후의 삶에 상당히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아버지의 만류에도 학군단을 그만 둔 이야기같은 일화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읽으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고생하는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작가가 지내온 젊은 시절과 지금이 많이 달라,

기성세대처럼 살라고 이야기 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연탄가스 중독으로 인한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것과

아버지라고 하면 군화를 묶는 아빠만이 떠오른다고 하는 것,

본인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것이 함께 묶여져서 허무주의와 연결이 되어졌다.

 

김영하의 소설보다는 산문을 더 좋아하는 데

그의 소설에 나타나는 것들이 상상이 지나쳐 조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여기기 때문이지만,

역설적으로 내 상상력이 빈약하여 받아들이기 힘든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점을 좋아하는 젊은이들도 상당히 많다.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기우일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젊은이들이 김영하의 허무주의적인 생각에 동조하여 빠져들까 다소 걱정이 되는 점도 있다.

가뜩이나 젊은이들이 살기 힘든 세상인데 말이다.

 

점쟁이가 말하길 작가는 나무인데 바위가 짓누르고 있다면서

언젠가 벗어날 것이라고.....알쓸신잡에서 보여준 김영하의 모습은 

나무로서의 김영하가 이제는 짓누르는 바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생각을 하게끔 하였다.

 

 

 

 

<밑줄 긋기>

 

-  미국에 우울증 환자가 왜 이리 많은가에 대해 여러 분석이 있지만,

'긍정적 사고와 낙관적 태로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합니다.

모두가 긍정적으로 활발하고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거처럼 보일 때 ,

거기서 자신만 뒤처지는 것으로 보일 때, 우리는 급격하게 우울해집니다.

봄에 우울증이 늘어나고 자살률도 높아지는 사실 역시 그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 개인적 글거움은 얼핏 듣기에는 쉬워 보이자만 막상 시작해보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즐거움을 천대하는 사회에서 성장햇으니까요. " 사람이 어떻게 자기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 수 있니?"

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깨 많이 듣던 소리입니다.

우리는 명분이나 도리 같은  '타인 지향적 윤리'를 강조하는 문화에서 자라났습니다.

자기 즐거움을 희생하고라도 타인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남의 결혼식에 불려다니느라 피곤한 것이죠.

이런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에게는 감성 근육이 벗습니다.

- 스펙 쌓기도 힘든데 왜 소설을 읽을까요?

그건 자기 안에 남아 있는 인간다움, 존엄을 지키기 위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더 존중되고 지켜졌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까. 안타깝죠.

 

-수용소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이들은 낙관주의자나 비관주의자가 아니라 비관적 현실주의자라고 합니다.

 

-육체가 활동을 감당할 수 없을 때 감정은 부정적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감성 근육이 없는 사람은 뭔가를 느끼기 피곤해합니다.

 

-소설을 진지하게 읽고 영화나 미술을 공부하는 것도

허세를 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향유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가끔 가장 행복했던 유년의 경험을 적어보라고 시키곤 합니다.

놀랍게도 많은 학생들이 떠올리는 행복한 순간은 예술적 경험과 관련돼 있습니다.

학교에서 연글을 했던 것, 피아노를 치던 것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으 처음 인화했던 순간 등등

 

- 그건 해서 뭐하려고 하느냐는 실용주의자의 질문에 담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재밋을 것 같아서 하는 거야 미안해 나만 재밌어서...라고 말하면 됩니다.

무용한 것이야말로 즐거움의 원천이니까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미래는 우리 모두가 다중의 정체성을 갖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정체성 중의 하나는 예술가였으면 좋겠습니다.

 

- 한사람을 작가로 만드는 것은 작가가 될 수 없는 백가지 이유가 아니라 될 수밖에 없는 한가지 이유인 것 같아요.

 

- 사실 저는 사람들과 어울려 밤에 술마시는 일도 거의 없어요.

취미도없고, 다른것에 탐닉하는 일이 거의 없어요.

어떤 일을 해야 할 때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있어요,

이것이 나에게 깊은 만족감을 주느냐 그게 아니라면 그만 두는 거죠.

KBS라디오에서 <김영하의 문화포커스>라는 프로그램을 매일 진행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좋은 프로그램이었지만, 그걸 하는 동안 충만한 만족감을 얻진 못했어요.

저는 진행자일 뿐이고, 진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손님으로 오는거죠. 부러운거죠.

제가 저거해야 되는데 물어만보고 있으니, 소설가로 살면서 다른 직업이 꾸준히 있었어요.

방송을 진행하거나 교수 혹은 어학당 강사인 적도 있었지만 오래는 못 했어요.

깊은 만족감이 없는 것은 오래할 수 없었던 거죠.

 

-저는 상당히 폭력적인 젊은이였어요.

20대 때는 사람도 많이 때리고 맞기도 하고, 분노나 울화를 참지 못했어요.

길에서 취중에, 혹은 차를 운전하다가 옆 차 운전사와 싸워서 경찰서까지 가는 일도 많았던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이었요. 어떤 점쟁이가 그랬어요. 저는 성질이 나무인데 , 바위가 저를 짓누르고 있대요.

나무는 자라기 마련이고 바위는 부서지기 마련이니 세월이 지나면 온순해질거래요. 정말 그렇게 되었어요.

 

-저는 세상의 아버지라든가, 무슨 상을 심사하는 사람이라든가 남에게 훈계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누군가 나에게 그런 걸 강요하면 지금도 화가 나지만 꾹 참고 있어요.

 

- 우리 인간에게는 모두 환상을 좇아 일상을 탈출하려는 욕망이 있습니다.

돈키호테는 그걸 좀 과장되게 보여준 것뿐입니다.

그를 보면서 위엄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인간 존재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 한권의 책과 그것을 읽은 경험을 독자 개인에게만 고유한 어떤 경험으로 남습니다.

그렇다면 누구와도 나눌수 없는 독서를 왜 할까요? 그것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는 바로 그 점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거의 모든 것이 공개돼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 하루하루는 시작부터 끝까지 공유되고 공개됩니다.

웹과 인터넷,거리의 CCTV, 우리가 소비한 흔적 하나하나가 다 축적되어 빅테이터로 남습니다.

직장은 우리의 영혼까지 요구합니다. 모든 것이 털리는시대. 그러나 책으로 얻은 것들은 누구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독서는 다른 사람들과 뭔가를 공유하기 위한 게 아니라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공유할 수 없는 자기만의 세계, 내면을 구축하기 위한 것입니다.

 

백 명의 독자가 있다면 백 개의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그 백개의 세계는 서로 완전히 다릅니다.

읽은 책이 다르고, 설령 같은 책을 읽었더라도 그것에 대한 기억과 감상이 다릅니다.

자기 것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대에 독서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유한 나, 누구에게도 털리지 않는 내면을 가진 나를 만들고 지키는 것으로서의 독서,

그렇게 단단하고 고유한 내면을 가진 존재들, 자기 세계를 가진 이들이 타인을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세계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계의 모습입니다.

 

  말하다

  <김영하 산문 말하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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