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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 7 읽다보니 60년대의 이야기여서 내가 어린 시절 어렴풋한 기억을 떠 올리게 하는 것들이 많다. 우선 '전보'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금처럼 휴대폰이나 전화가 집집마다 있던 시절이 아니니 급한 용건은 전보를 이용했던 시절이었다. 글자 수에 따라 돈을 내야하는 지라 가능한 짧게 써야 하는 것이다. 등으로 이야기에도 등장했었다. 또 처음 라면이 등장한 60년대 초의 광고도 흥미롭다. 아빠의 직장에....엄마의 손님접대에...우리 가정 주식과 영양식에...야외 휴대용으로..... 그리고 삼발이로 된 다리를 접었다 폈다 했던 둥근 알루미늄 상처럼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물건들도 그 시절 모습을 되살려 주었다. 오빠에게 성공하리란 다짐을 했건만 삶의 막장에 들어선 영희는 자기 합리화를 위해 동생 인철을 서울로 불러 올려.. 더보기
변경6 태백산맥을 읽을 때는 맛깔나는 전라도 사투리가 뱅뱅 돌았다면 을 읽으면서는 경상도 사투리가 맴돈다. 명훈, 영희,인철,옥경이 사남매 중 어린 막내 옥경이를 제외하고 세남매의 시각으로 본 세상의 살이에 대한 내용이 번갈아가며 펼쳐진다. 그런데 세 남매의 앞날은 밝지가 않다. 개간지에서 상록수의 꿈을 키우지만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같은 허망한 노력의 결과에 절망하는 명훈. 영희는 개발지원금중 만 원을 오빠 명훈에게 받아 서울로 상경을 하고 미장원 시다로 들어간다. 하지만 자신이 미장원 바닥에서 구박덩어리로 두 달간 기어야 벌 수 있는 돈을 몸을 팔아 하룻밤이면 벌 수 있는 유혹에의 길로 빠진다. 학교 진학이 늦어지고 한창 사춘기 때 다른 친구들은 저만치 앞서간다는 생각에 미래가 암담하기만 한 인철. 아직 철모.. 더보기
변경 5 변경 5권에서는 5.16 군사 쿠테타 이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술술 잘 읽히는데는 동시대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고 화려한 이문열의 문체도 한몫한다. 영희의 도시에서의 삶은 그저 고단한 삶을 채워가며 꿈은 사라지고 하루하루 생존 해가는 나날로 바뀌었다. 성공이 생존과 동의어로 내려 앉은 것이다. 그들은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이웃들에게 옮긴 곳을 일러주지 않는 것은 물론 새로운 곳에서도 가능한 한 다른 사람들 눈에 뜨이지 않게 산다. 한곳에 붙박여 살아 경찰의 파악아래 있어서도 안되는 것이 그들의 생존방식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위기는 닥치게 마련이어서 한 곳에서 3년 정도면 도망치듯 떠나야 하는 일이 생긴다. 아버지가 월북한 빨갱이 가족이 연좌제로 겪는 괴로움이다. 책을 읽다보면 과거의 일들을 어.. 더보기
토지와 변경 나는 '변경'을 읽고, 옆에선 '토지'를 다시 읽는 중이다. 읽는 틈틈이 읽는 감상을 서로 이야기 하곤 하는데 오늘은..... "내가 학창 시절 '토지'를 읽었을 때는 줄거리 중심으로 읽었는데 지금 다시 읽으니 등장하는 여자들의 삶이 보여. 내가 이미 그들 또래의 삶을 지나온 여자 입장에서 생각하니 평산댁, 칠성네, 임이네, 별당아씨 들의 삶에 방식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여겨지더라구. 이건 도저히 남자가 쓸 수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지금 내 얘기 듣고 있는거야? 안들으면 나 입 다문다." "아냐~ 듣고 있어. 다 읽는 사람들의 나이와 성향에 따라 감정이입이 되는 인물이 달라지기도 해 내가 읽는 변경에서도 나는 가장 내 나이와 근접한 인물의 심정을 따라 읽게 되더라구" "그리고 드라마 '토지'에 .. 더보기
변경4 가장의 부재가 한 가정을 어떻게 만드는 지를 보여준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5,60년대에는 아버지가 없는 가정은 더더욱 힘든 시대였다. 아버지의 부재는 집안의 기둥이 없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더구나 가장이 빨갱이로 몰려 감시의 대상이 된 가족들은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혼자된 엄마와 4남매의 삶이..... 둘째인 19살 영희는 엄마 없는 틈을 타서 어린 동생들을 남겨두고 집에서 돈이 될 만한 것들과 주변에서 돈을 꾸어 서울로 가출을 감행한다. 여자하고 사기그릇은 집 밖에 내돌려서는 안 된다던데라는 말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시대에 그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난한 삶으로 들어선다. 반면 첫째 명훈은 자유당 앞잡이로 깡패 행위를 하다가 이제 대학생이 되어 의도치는 않았지만 선배의 선동에 이젠 반대로 .. 더보기
삶에서 가장 어둡고 괴로운 시기 - 모든 것이 없는 아이, 가난쟁이, 떠돌이가 다 말과 글의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며, 독학의 끝장이 반드시 한 작가 지망생을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니다. 분명히 그런 내 성장 환경이 이 오늘에 중요한 몫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 내가 이 쓸쓸하고 하염없는 쓰기를 내 일생의 일거리로 정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 대학교 졸업장은 그를 정신과 배움의 사람으로 결정지어 주는 마지막 증명서이며, 그의 삶에 풍요와 합법을 동시에 보장하는 부적이었다. - 반성이나 참회 같은 과거 지향적 감정에 무딘 것은 영희가 가진 성격의 또 다른 특징의 하나였다. 과거에 짓눌리는 법이 없고 그 상처로 괴로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런 영희의 특성은 삶에 여러가지로 유리했다. 그녀의 전반생은 남이 보기.. 더보기
잘못되면 나돌아 다닌 여자 탓 세 끼를 굶지 않고 넘길 수 있는 게 유복한 편에 들 만큼 보편적인 가난의 시대였던 60년대 전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변경 3권. 내 어린 시절의 각박한 분위기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옛날 주변에서 벌어졌던 이야기도 생각났다. 이를테면, 밖으로 나도는 여자 아이들을 집 안에 붙들어 두기 위해 종종 부모들이 여자 아이의 머리카락을 쥐 뜯어 먹은 것처럼 가위로 아무렇게나 잘랐던 일들이. 영희와 치과 박원장 사이의 일을 알게 된 오빠 명훈이 한바탕 치과에 가서 난리를 치며 박원장을 폭행하고 고향으로 영희를 데리고 돌아와 영희 어머니도 그 사실을 알 게 된다. 영희 어머니는 영희의 머리를 가위로 쥐가 뜯어놓은 것처럼 짧게 자른다. 결혼전 정조를 잃은 여자는 여자로서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되었던 시절의 이.. 더보기
변경 2 부자들은 착한 사람되기 쉽고, 가난한 사람들은 뒷골목으로 전락 하기 쉬운법. 바로 이 소설의 가난한 명훈에게 해당되는 이야기 일것이다. 안동의 뒷골목 세계에서 빠져나와 서울로 오게 되지만 서울에서도 안타깝게 그 어둠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누군가가 나를 항상 감시하고 있고 내가 취직을 하려면 내 신원보증을 해야했던 시절의 월북자의 가족은 빨갱이 가족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던 시절. 어렵사리 하찮은 일자리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뻔질나게 형사들이 들이닥쳐 닥달을 한다면 어느 고용주가 좋다고 할 것인가? 월북했던 아버지가 남파 간첩이 되어 가족들을 만나 어떤 지령을 내렸다는 의심을 받게 되고 남한에 있는 가족들은 엄청난 시련에 직면하게 된다. 문밖으로 밀려난 사람들로 숨죽이며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