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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잘못되면 나돌아 다닌 여자 탓

세 끼를 굶지 않고 넘길 수 있는 게 유복한 편에 들 만큼

보편적인 가난의 시대였던 60년대 전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변경 3권.

내 어린 시절의 각박한 분위기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옛날 주변에서 벌어졌던 이야기도 생각났다. 이를테면,

밖으로 나도는 여자 아이들을 집 안에 붙들어 두기 위해 종종 부모들이

여자 아이의 머리카락을 쥐 뜯어 먹은 것처럼 가위로 아무렇게나 잘랐던 일들이.

 

영희와 치과 박원장 사이의 일을 알게 된 오빠 명훈이 한바탕 치과에 가서 난리를 치며

박원장을 폭행하고 고향으로 영희를 데리고 돌아와 영희 어머니도 그 사실을 알 게 된다.

영희 어머니는 영희의 머리를 가위로 쥐가 뜯어놓은 것처럼 짧게 자른다. 

결혼전 정조를 잃은 여자는 여자로서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되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지금 생각한다면 성폭행, 성희롱이 아무렇지도 않게 다반사로 이뤄지곤 하던 시절이다.

성희롱이란 말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잘못된 일이 일어나도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게 아니라 나돌아다니는 여자탓으로 여기는 시대였다.

 

어린시절 영희의 세살 아래 남동생이 영희와 함께 홍역을 앓다가 영희는 멀쩡하고 남동생만 숨지자

영희에 대해 냉담하게 대한 것이 머리를 자른 일로 인해 더욱 영희의 가슴에 크나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그리하여 엄마와 딸은 모녀지간이 아닌, 원수지간이 되어간다.

 

사춘기 소년의 애틋한 감성을 가진 인철의 이야기도 동화의 한장면 처럼 그려지기도 한다.

 

한편 사회적으로는 민족주의라든가 진보라든가 하면 약간은 붉으죽죽한 것으로 여기고 심하면 빨갱이란 한 마디로 정의되어 일종의 악으로 치부되던 그런 시대였다.  학생 신분이면서도 학생 데모대를 제압하는 깡패의 무리이기도 한 명훈은 그 사이에서 심적 갈등을 겪게 된다.

 

내 어린 시절에 빨갱이로 몰아가는 일은 아주 편리한 도깨비 방망이였던 그런 시절이었음이 다시금 상기 되었다.

변경3권은 4.19 까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변경/이문열/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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