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조식은 부페 음식이라 나처럼 양이 적은 사람에겐 아까운 성찬이다.
그나마 싱싱한 회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평소 일부러 찾아 먹지는 않지만 회를 밥과 함께 식성에 맞게 만들어 먹으니 먹을만 했다.
음식 중에 우리가 좋아하지 않던 여주가 있었는데 지난 번과 맛이 같은지 먹어보았다.
지난번과는 달리 절임이 아닌 조림이라 그런지 먹을 만했다.
음식도 사람도 단 한번만으로 판단 할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물끄러미 창밖을 보고 있으려니 강 하류쪽으로 돌출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자유의 여신상 같은 조형물이 하나 있으면 어울리겠다고 생각한 장소에는
볼품없는 콘크리이트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친절한 가이드인 구글로 검색을 해보니
군사시설로 민간인은 들어갈 수는 없게 되어 있었다.
차가 오가고 이따금 비행기와 헬기도 뜨고 새들도 오가고, 구름도 피어오르는 나하의 휴일 한낮 표정이다.
창문을 조금 열어 환기를 시키려니 바깥 공기 속에 바깥 소리도 섞여 들어왔다.
강물은 어디가 상류이고 어디가 하류인지 모르게 잔잔하고....물빛은 옥빛에 가까웠다.
서울이라면 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과 잔디밭에 나와 따스한 햇살 속에 휴일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빌텐데,
강변 공원에는 일요일이라 하기엔 공간이 아깝게 여겨질 만큼 너무 한산했다.
버스를 타고 옥릉에 갔다.
큐슈 왕국의 유일한 릉이라고 하는데 입장료도 받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왕릉과는 달리 유골이 담긴 여러개의 납골함을 넣은 세개의 묘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한 사람이 쪼그리고 앉아 거의 핀셋에 가까운 집게로 이끼들과 작은 잡초들을 제거하고 있었다.
고즈넉한 길 양편으로 높은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놓은 길을 걸을 때는 몸에 감성의 세례를 받는 기분이다.
저절로 호흡이 깊어지고 어떤 기운과 지혜가 스며드는 느낌이 든다.
보라색 창포가 내 키높이 축대 위에 피어 있는 것을 보며 걷노라니 지금이 한겨울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어 주었다.
떠나올 때 물을 흠뻑 주고 온 꽃이 한창 피어있던 우리집 거실의 가랑코에는 잘 자라고 있을까?
왕릉을 나와 걷는 길 양편으론 단정한 주택들이 깔끔한 길과 잘 어울리게 자리잡고 있었다.
수리성을 지나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동네로 돌아와 우린 서로 헤어져 각자 돌아다니기로 했다.
한사람은 백화점엘 가고 다른 한사람은 공원 쪽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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