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나가섬의 아기자기한 카페들로 유명한 우미가지 테라스를 가기로 했는데 날씨가 그닥 좋지가 못하다.
다행히 가는 길에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부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하늘은 구름이 그득했다.
육지와 가까이 있어 도로로 연결되어 있는 섬이다. 작은 섬이라 해안길을 따라 섬을 한바퀴 돌기로 하였다.
가는길에 있는 불쑥 솟은 바닷가의 바위에는 두개의 구멍이 있는데
아들을 낳기를 원하면 위의 구멍에 딸을 낳기를 원하면 아래 구멍에 돌을 던져 넣으면 이루어진다는
자보암이라는 바위가 있었다. 많은 사람이 돌을 던져 보았을 구멍에는 작은 돌들이 쌓여 있었다.
마치 밥 한숟가락 넣고 씹기 직전의 벌린 입처럼 보였다.
나도 원하는 바는 없지만 십여개의 돌을 던져 보았다.
단 한개의 돌멩이만 아래 구멍에 들어갔다가 튕겨 나왔다.
우미가지 테라스는 마치 유럽 지중해 연안의 어느 바닷가를 연상 시키듯 바다를 향해
층층이 카페들과 작은 가게들이 옹기종기 계단과 골목을 이루며 자리하고 있었다.
날씨가 사나워 바람이 불었지만 바다와 가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안내판에는 47개의 상점이 어떤 상점인지를 그림으로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바로 앞 바다에는 비행장 활주로가 있어서 연신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을
바다와 함께 보며 차를 마시라고 테라스에 자리를 마련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이륙을 해서 저만치 시야에서 가물가물 사라지는 모습이 여행의 끝자락에 와 있음을 알려주는 듯 했다.
낭만적인 티타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이지만 날씨 탓에 대부분 사람들은
실내로 들어가 있었고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만 테라스로 나와 있었다.
바람은 바닷가 나무들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헝클어 놓았다.
박격포 같은 카메라를 든 몇몇 사람은 험상궂은 날씨에도
순간적인 멋진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바닷가를 향해 비장하게 서 있었다.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우린 계단을 오르내리고 골목을 지그재그로 돌며
모든 가게 구경을 다 하기까지 하늘은 비를 내려보내지는 않았다. 그점을 고맙게 생각하며 버스 정거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구름이 인내심의 한계를 벗어났는지 빗방울을 떨구기 시작했다.
서둘러 버스 정거장으로 향하였다. 정거장에 서 있던 버스는 마치 우리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가 보이자 마자 출발해 버렸다. 버스도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었다.
하는 수없이 오락가락하는 비를 피하면서 호텔앞에 서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호텔 입구에 서 있는 우리가 못마땅한지 호텔 앞의 시사는 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우산을 쓰나마나 할 것 같아 우산을 꺼내지도 않고 있다가 버스를 탔다.
내려서 모노레일로 갈아타고 호텔앞에 도착하니 비는 내리지 않았고 바람도 잦아 들었다.
국제거리를 돌아다니며 살만한 시사 인형이 있는지 보았다.
남의 집 대문 위에는 멋진 시사가 많이도 있더니만 기념품 상가에는 맘에 드는 것이 눈에 뜨이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내 우리에게 눈짓을 보내는 한쌍의 시사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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