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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오키나와 16일차

오늘은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가야하는 평화공원에 가기로 해서 아침을 일찍 먹고 9시경에 호텔을 나섰다.

 

 

평화공원에서는 한국인 위렵탑이 가장 뜻깊게 여겨졌음은 물론이다.

웬일로 이 공원에 한국인 위령탑을 건립해 주었을까?

하지만 위령탑과 시비등은 일본에서 건립 해준 게 아니고 한국에서 건립한 것이었다.

그나마 이렇게 세울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75년에 세운 것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인상적인 글씨와 이은상 선생의 시비도 있었다.

우리나라에 세워져 있었다면 꼼꼼하게 읽지 않았을테지만 여기서는 한글자 한글자 눈에 새기듯 읽었다.

애꿎게 끌려와 지옥같은 생활을 하다 총알받이 취급을 받았을 조선인들의 원혼은 쉽게 이승을 떠나지 못했을 것 같았다.

 

나의 아버지가 일본으로 끌려가서 극적으로 현해탄을 건넌 이야기를 들어왔던지라.

어쩌면 나도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했을 생각에 잠시 아득해졌다.

실낱같은 확률로 태어난 삶을 영위해 가려고 점심으로 싸간 샌드위치를 먹었다.

 

전망대에 올라 먼 태평양을 바라보며 바다를 가로질러 남으로 계속 가는 상상을 해보았다.

내려와서 희생자들의 이름이 병풍모양 비석에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니 그숫자가 상상 이상이었다.

인류의 지성이 모아져서 더 이상 대규모의 살상을 야기하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푸틴의 만행으로 그런 희망이 짓밟히고 있는 것을 보면 전쟁은 어쩔수 없는 것인가?

철학자 이진우가 쓴 책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착각'의 내용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오늘은 초여름 날씨처럼 더워서 반팔 차림의 사람들도 제법 많이 눈에 뜨인다.

하지만 나는 반팔티는 준비도 안 했을 뿐 아니라 긴팔도 제법 두툼한지라 그중 가장 얇은 옷을 입었음에도 더웠다.

그나마 바닷바람이 더위를 식혀 주어 다행이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 함께 타고 있던 남학생의 복장을 보니 내가 중학교 시절 목부분에 후크를 채운 바로 그런 복장이었다.

그 당시 거의 대부분의 우리나라 중고교 남학생들의 복장은 똑같이 그런 교복이었다.

양쪽에 각각 학교 뱃지와 학년 뱃지가 장식하고 있었던, 목이 굵은 아이들은 몹시 갑갑해 했던 그 교복.

그 복장을 다시 보게 되니 그 당시에 우리말처럼 사용되던 일본말들도 떠올랐다.

벤또(도시락), 와리바시(젓가락), 사라(접시), 가보시키(나눠내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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