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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하기 싫다고 그렇게 티를 내냐?

다가오는 설을 맞아 만두를 빚어야 겠는데 손바닥에 뭐가 나서 반죽을 하기 힘들다면서 반죽을 해달란다.

그런데 나는 오늘, 하기가 싫은 날이었다.

내 머릿속에 그려놓은 오늘 나의 일정에 갑자기 끼어든 만두 만드는 일이 영~ 싫었다.

 

반죽을 하다가 내려오는 팔 소매를 걷어 올리는 것도 짜증이 났고,

조금 지나 땀도 나서 윗옷을 벗어야 했는데 도움 없인 벗을 수도 없는 상황도 짜증스러웠다.

 

도움을 받아 옷을 벗고 나서 꾹~ 참고 반죽을 했는데 반죽에 물이 적은 듯 했다.

물을 더 붓고 반죽을 다시 하기에도 애매하고 더 힘들 것 같아서 그냥 만들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만두피를 만드는데 밀대로 아무리 밀어도 영 크게 펴지지 않았다.

만두를 만드는데도 잘 붙지를 않아 일일이 만두피 가장자리에 물을 묻혀가면서 만두를 빚어야 했다.

하기 싫은 일을 하는데다가 만두피가 금방 말라, 2중 3중으로 힘도 들고 시간도 배는 들었다.

 

"우리 만두는 조금만 만들고 반죽 남겨서 칼국수나 수제비로 해 먹자~

그리고 남은 만두 속은 달걀 씌워 부쳐먹고....응?"

그러면서 어떻게 해서든 만두 만들기를 빨리 끝내려는 수작(?)을 부렸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아 만두를 가능한 크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어찌어찌 힘들게 만두 속을 다 소비하게 되었다.

다 만들고 나자 날더러 "어쩌면 하기 싫다고 그렇게 얼굴에 싫은 티를 내냐?" 하고 핀잔을 주었다.

 

그러자 '나처럼 싫은 티도 못내는 사람들은 얼마나 괴로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어머니의 엄명에 마지못해 시댁에 가서 명절 음식을 해야 하는 며느리(혹은, 처가에 가야하는 사위)라든가,

군인 사택에 사는 졸병 부인 같은 경우 말이다.

 

"명절이나 김장 때라든가, 대소사에 모두 모여서 이렇게 함께 오손도손 얼마나 재밌고 즐거우냐. 지역 신문에 미담 기사로도 났다니까 "하는 건 며느리(혹은 사위)나 쫄병 부인들의 생각과는 동떨어져도 한참 먼 시부모(혹은, 장인장모)와 상관들의 생각인 것이다.

 

언젠가 군인 사택에 사는 사람의 고충을 들은 적이 있는데 사사건건 함께 하는 걸 좋아하는 계급이 높은 양반과 그 사모님은 모여서 먹고 마시는 대소사 모임을 무척 좋아했지만 본인은 아니었단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유교적 장유유서 문화에 까라면 까야하는 상명하복의 군대 문화까지 더해졌으니 어떠했을지 짐작이 갔다. 명절때 일장 훈시 뒤에 하사하듯 내 놓은 선물은 그 답례를 해야한다는 부담감까지 더해져 찜찜했고, 남편도 참석을 싫어했지만 본인은 더더욱 싫은걸 억지로 가는 경우가 많았단다. 가서는 행여 눈치보일까 상관 부부의 철지난 유머에도 웃어주며 싫은 티도 못내는 자신도 미웠고 빨리 일어설 구실만을 찾은 고통의 시간이었단다.

 

오죽하면 김장을 혼자 고생하며 담그는 한이 있어도 함께 모여서 하는 건 싫었고, 취미생활까지 함께 하길 원했던 상관부부에게서 벗어나 이사한 날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모르겠다고.....

아마 상관 부부가 그들의 속생각을 알았다면 배은망덕에 까무러칠 정도였을지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지금같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5인 이상 집합금지명령 같은 게 좋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제발~~ 설명절 이후까지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계속 연장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이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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