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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에

병아리

큰 아이가 어렸을 적에

학교 앞에서 귀여운 병아리 두 마리를 사서 곱게 품에 안고 왔다.

방 안에 헌 상자 속에서 작은 병아리는 삐약삐약 거리면서 넣어주는 모이를 잘도 쪼아먹었다.

아이는 병아리 들여다 보는 일이 하루의 가장 많은 일과를 차지하였다.

학교에 다녀오자마자 가방을 내 팽겨치곤 병아리 상자 앞으로 달려가곤 했다.

 

어린 아이들이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들을 사오는 바람에 마지못해 키우다가

오래지 않아 죽어 묻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온 터라,

옆에서 거들고 들여다보면서 도와주기는 했지만 내심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정성껏 돌보고 키운 덕분인지 무럭무럭 잘도 자랐다.

어느 정도 크니 종이 상자를 훌쩍 훌쩍 넘어와서

좀 더 커다란 과일 상자를 구해다가 마당에 내어 놓고 키우게 되었다.

온 식구들이 먹이를 쪼아먹는 닭을 들여다보면서 좁쌀과 함께 열심히 채소며 과일 껍질을 주었더니

무럭 무럭 잘 자랐다.

 

마침 누군가가 버린 헌 새장이 있어서

그것을 가지고 와서 닭을 넣었더니 근사한 닭장이 되었다.

 

처음에는 그런데로 어울렸는데

닭이 점점 커 두 마리의 닭이 장닭이 되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새장은 좁았다.

마침내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아버님은 아무래도

치워야겠다고 하시면서 친구분들하고

잡아서 드실 생각을 가지고 계신 듯했다.

 

그런데 애지중지 매일 닭들을 들여다보고 모이를 주는 아이에게 그 이야기를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침내 아이를 이런 저런 구실로 설득을 하고는

아이 없을때 닭을 많이 키우는 집에 팔았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동네 아버님과 아버님 친구분들이 닭을 잡아 드시게 되었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가둬놓고 키워서 그런지 질겨서 맛은 그리 없었다고 하셨다.

맘대로 돌아다니며 스스로 먹이를 주워 먹게 키운 닭이 맛있다 하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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