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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서로의 굴뚝 지키기

2019년 한 해는 극심한 갈등의 시기.

올 2020은 국회의원 선거가 있어 더욱 그 갈등의 골은 깊어질 것만 같다.

상대방을 향해 막말과 욕설과 비난을 퍼붓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다보니

자신의 성은 더욱 공고해져갔다.

전에는 고개를 들면 상대방 성이 보였지만

성은 자꾸 놓아져서 굴뚝처럼 높이 높이 올라 갔고 좁은 굴뚝 안에서 자기들만 옳다고 떠들고 있는 형국이다.

성은 고개를 들고 내다보면 상대방의 성이 보이는 경우라면

굴뚝(대표적인 것이 유튜브)은 다른 굴뚝 속은 들여다보이지 않는 세계인 것이다.

우린 이제 저마다의 의견과 같은 동조자들을 굴뚝 같은 좁은 속에 모아놓고

우리 의견이 가장 합리적인 의견이라 착각을 하고 떠들면서 그들 스스로의 에코를 환호소리로 들으며 희희낙락하는 모양새다.

그들은 갇혀있는 그들만의 공간에서 잔치를 벌이며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서

자신들만의 논리를 다지는 것이다. 이름하여 확증편향의 논리.

 

어쩌다 굴뚝을 빠져나와 광장으로 나와도 그들에게 듣기좋은 소식만 굴뚝 안으로 가져간다.

굴뚝 속의 인간들은 자기들만의 논리로 단단하게 무장하고 벼르고 있다.

좁은 속에서 자기들끼리의 이야기가 에코로 인해 다시 자기 귀에 들려오는걸 다른 사람들의 환호로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면 그럴수록 굴뚝은 점점 더 높아지고 바깥의 광장의 세계와는 고립된다.

 

성으로 이루어진 세계는 그나마 어느 정도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경우라면

굴뚝으로 이루어진 세계는 상대방을 이해하기 힘든 그런 지경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해하기는 커녕 안전하고 안온한 굴뚝 속에 앉아 작은 구멍으로 상대방을 향해 배설과 다름없는 비난의 화살을, 총알을 쏘아댄다.

그리하여 굴뚝 밖 광장엔 악취나는 배설물이 가득하다.

 

한 쪽에서는

이번 선거에 두고 보라지 자유한국당은 선거를 통해 사라져 버릴 거야.

다른 한 쪽에서는 두고 보라지 문재인과 민주당이 쪼그라들거야.

이렇게 벼르고 있다.

 

여론조사를 보면서도

한 쪽에선 아니? 내 주변에 대통령 비난하는 사람 천지인데 지지율이 40%라니~~

다른 한 쪽에선 아니? 내 주변에 한국당 비난하는 사람 천지인데 한국당 지지율이 30%라니~~

하면서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자기의 생각과 같으면 옳은 뉴스이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뉴스라면 가짜뉴스라 생각하는 것도 허다하다.

 

논리면에서 자식세대에게 다소 밀리는 듯해서 말빨이 딸리던 많은 나이든 부모 세대들도 

자기들 입맛에 맞는 유튜브를 통해 어느 정도 논리를 확보했다고 생각하고는 대단한 무기를 획득한 것처럼 기세가 등등한 요즈음이다.

그리하여 태극기 부대라고 대놓고 말을 못하던 이들도 이젠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있음을 느낀다.

자기가 획득한 아이템을 한 번 써보고 싶어 근질근질한 게이머가 연상 되었다.

전장에 적과 아군만 존재하듯, 경계인이나 회색인은 존재감을 발휘할 틈이 없어 보인다.

이쪽이냐 저쪽이냐 선택을 강요당하는 기분이다.

 

이따금 굴뚝 밖으로 나와 거닐다가

내가 아는 이가 다른 굴뚝에서 나오고 있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그도 나를 보고 '네가 왜 거기서 나와?' 하듯 나와 마찬가지로 놀란다.

그러면서 '넌 너나 자식들을 생각하면 이쪽 굴뚝으로 와야 하는 거 아니야?'하며 이끌기도 한다.

'내 개인적 유불리를 따지면 그 쪽인지 모르나, 대의를 생각하면 이쪽인데요.'

이렇게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그것조차 부질없는 일이라 입을 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너만 정의로운 것이냐며 말꼬리가 되어 관계가 훼손될 여지가 있기때문이다.

정의조차 너의 정의와 나의 정의가 따로 존재함을 느낀다.

 

이젠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끼리 모인 

굴뚝을 허물고 나오는 것이 나의 정체성을 허물어야 할 만큼 견고하게 변한 것 같다.

또한, 내가 지금까지 잘못 생각했던거야?라고 인정한다는 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동안 내가 거품을 물고 이야기 했던 것을 어찌 하루아침에 잘못된 것이라 말하는 것이 힘든 나머지 

차라리 잘못된 내 의견을 공고히 하는 논리를 찾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허물지 않더라도 가끔은 굴뚝 밖 광장으로 나와 서로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정치적인 다름도 서로 다른 스포츠팀을 응원하는 마음 같은 정도의 것이려니 했으면 싶다.

그러면 파르르하게 날이 선 말들로 상대방을 베는 일은 적을 테니 말이다.

 

옛말에 왕이 누구인지 모르는 세상이 제일 바람직한 세상이라고 했는데

지금 우리는 너무 정치에 많이 매몰되어 있는 것 같고, 모두가 정치 평론가가 된 것 같다.

정치를 스포츠처럼 여기면 정치가 너무 가벼워질지 모르겠고, 나자신도 그리하려면 쉽지 않을 것이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2020이 되기를 ......

 

사족 : 미국인들도 극명하게 갈려 존경하는 남성 1위에 트럼프와 오바마가 공동 1위에 올랐단다.

 

 

 

 

아무리 시끄러워도 무심한 세월은 흘러가 2019년의 해가 지고 2020년의 해가 밝았다.

 

 

 

 

누이가 조카가 나온 새해 신문을 보내왔다.

우리 오남매와 가족들을 비롯한 모든 분들의 건강과 건투를 빌며~~ 새해 인사로 바쁜 2020 첫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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