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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조국 기자 간담회를 보고,

자전거를 타다가 잠시 다리 밑에서 쉬는데

약간 낮술을 한 듯한 노인네가 입에 게거품을 물고 문재인 대통령 욕을 해대고 있었다.

듣는 사람들이 피하는 듯하니, 또 다른 사람에게 동의를 구하듯 다가가 아까와 똑같은 입에 담기 힘든 쌍욕을 해댄다.

 

어제 조국 기자 간담회 때문일 것이다.

나도 TV로 보았지만 질문하는 기자들은 왜 그리 떨고 버벅대는지,

그리고 듣고 있지 않았는지, 다른 기자가 물어본 걸 왜 또 물어보는지,

그것도 자신이 궁금해 하는 걸 물어보는게 아니라 누가 질문하라고 시킨 것처럼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하는 걸 보니 저 사람들도 나름 수련을 쌓은 기자들인가?  기자 맞아? 하는 의문이 든다.

 

지면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칼럼이나 논설을 쓰는 기자들이나 소위 말하는 대기자들은은 왜 안 보이고

저런 신출내기같은 어리버리한 기자들만 보이는 건지,

나는 신문에 대기자라고 해서, 무슨 일 때문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란 거지? 하고 생각했는데

신문 기자 앞에 붙은 대(아마도 큰 대 자 이겠지?) 였다.

모름지기 대기자라함은 우리네 장삼이사와는 다른 품격있는 글을 쓰는 사람 아니던가?

그런 대기자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고도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날카롭게 질문해서 조국을 꼼짝못하게 만들었을텐데....

 

왜 물어볼거 많고, 궁금한거 많은, 그들은 왜 뒤에 숨어서 손가락만 놀리고 있는 건지?

그리하여 왜? 한국 기자 수준, 언론 사망이니, 기레기.... 운운하는 조롱 소리를 듣게 하는가 말이다.

마치 전쟁터에서 총알받이로 앞장서라고 신출내기 기자들을 등 떠민 것 같은 비겁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져버린 일을 되살려 보면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를 낙마 시킬 때나,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 낙마시킬 때나,

논두렁 시계 사건을 보도 할 때나, 옷로비 사건 등등.... 당시 온갖 신문 지면을 도배했던 기사들이 생각난다.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사건들이 그렇게 온갖 신문 지면과 방송을 도배할 만한 기사였던가?

진부하다고? 과거의 이야기를 또 끄집어내느냐고? 할런지 모르지만

그렇지않으면 우린 똑같은 어리석은 방관자로 남을지 모른다.

 

지금에야 다 그거 잘못된 보도였고, 침소봉대 한 것이었다고 라고 한 들, 그때 기사를 썼던 사람들은 기억도 못하는 것 같다.

다만 기억 못하는 건 워낙 많은 이야기를 휘갈겼으니 그렇다고 해도,

그때 그렇게 써 갈기던 기자들이 지금도 사과나 반성은 커녕 여전히 똑같은 방법으로

논설이며, 칼럼이며,만평이며 어떤 꼭지든 가리지 않고 퍼 붓는다는 것이다.

90% 이상의 똑같은 논조로 퍼붓는게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무서운 광기......


더 놀라운 것은 게거품을 무는 저 사람처럼

복지 헤택을 더 받아야 마땅한 이들이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 언론의 태도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이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저런 사람을 보니,

국민들이 기억하고, 깨어서 이성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들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행한 역사는 반복된다.

 

 

 

쉬는중에 나비 한마리 내 무릎에 앉았다.

나비 때문에 난 듣기 싫은 소리도 들으며 앉아 있어야 했다. 그 바람에 분노 게이지가 상승했다.

나비효과.

그렇다. 내가 '나비 효과'의 실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시인 황인숙의 시가 생각나 패러디를 ....

 

그리하여

문재인에 대해,

조국에 대해,

당신 집 방바닥을 기어다닌 바퀴벌레에 대해

나에게 말하지 말란 말이다.

게거품 물고 말하지 말란 말이다.

저 강물에게 말하란 말이다.

 

 

<강>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황인숙의  시집 <자명한 산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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