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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삭발유감

내가 중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두발 검사를 해서 머리가 길다 싶으면 선생님들이 가위로 머리 한부분을 깎았다.

머리 깎인 아이들중엔 다음날 무언의 항의 표시로 아예 반짝반짝 머리를 빡빡 밀고 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면 선생님들의 반응은

"너 반항하냐?" 하고 오히려 더 야단을 맞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삭발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약한자가 강한자에게 보여주는 반항의 표현이었다.

 

삭발 외의 반항하던 행위들로는

교복 바지 통을 원래보다 좁게 해서 입고오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나팔 바지처럼 넓게 해서 입고오는 아이도 있었다.

다 어린시절에 있음직한 치기 어린 행위들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또 다른 삭발은 과거 힘없는 노동자들이 하다하다 안되니까 하는 경우,

그리고 서슬퍼런 독재정권 시절 야당 정치인들이 결기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야당의원이 핍박받던 양김시대도 아니고, 지금 야당이 억압받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야당대표가 삭발을 할 때 주위에 둘러선 사람들은 비장미를 연출하려하고,

언론도 상세하게 보도를 해주고 있다.

하지만 진정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 짐작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음날 보여주었다.

 

자신과 율부린너 중에 누가 잘 생겼느냐고 묻지 않았던가.

스스로를 희화화하는 발언으로 자기들의 지지를 갉아먹고 있는 유치함을 보여주며

잠시 머물던 엄숙함 조차 잘려나간 머리카락처럼 사라졌다.

 

 

<블라디보스톡 율부린너동상>

 

한 의원은 삭발을 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런데 왜 악어의 눈물이 연상되었을까?

아마도 평소 강성발언을 일삼던 의원이라서 더 그랬을 것이다.

목불인견이요, 피해자 코스프레에 불과한 삭발이라 여겨진다.

 

릴레이 삭발을 하면 국민들이 더 열광적으로 지지 표시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삭발이야기는 슬그머니 사그라들었다.

그런 삭발쇼로 국민들이 감동을 하리라 생각했다면,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우습게 본 것임에 틀림없다.

총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개별적 몸부림에 불과해 보인다.

 

지금 언론이 그러하듯 국민을 가르쳐야 할 우민으로 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긴 것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가짜 뉴스가 판을 쳐도 깨어 있음을 지난 주말에 촛불집회로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러자 이번엔 모인 사람들 숫자를 가지고 떠들고들 있다.

손가락을 보지말고 가리키는 달을 봐야하지 않는가?

문무일 전검찰총장이 양복을 흔들면서 흔들리는 양복을 보지 말고 흔드는 손을 보라고도 하지 않았던가?

 

삭발이니, 단식이니하는 전근대적 자해식 방법을 동원 하지말고, 제대로된 토론과 정책으로 품위있는

모습을 보일때 국민들이 지지할 것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기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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