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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힘겨운 발걸음

가족을 '덜그럭 거리는 푸대자루'라고 그랬지.


그렇지 않아도 덜그럭 거리는 푸대자루를

더욱 옥죄게 만드는 지금.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고

친구를 만나고 싶어도 쉽지가 않고

모임도 줄줄이 취소되었다.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부모 고생을 시키고

그러느라 층간 소음으로 인한 이웃간의 마찰은 더 심 할 것이다.


삼시세끼 때는 왜 이리 빨리 돌아오는지

아이들 먹성은 왜 이리 좋은 것인지

새삼 학교 급식이 고맙게 느껴질 것이다.


가수들은 공연장을 잃었고

선수들은 경기장을 잃었으며

사람들은 소리지르며 앙금을 해소할 광장을 잃었다.


그렇다

그동안 모르고 누려왔던 모든 일상이,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모든 것들이

새삼 고마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속에서

또 한편, 새삼 보석같은 귀한 깨달음을 얻는 계기도 되지 않을까?


가족간의 대화는 늘어났으려나.....

밖으로 밖으로 돌던 아이들과 가장은 이제 강제로 봉쇄수도원에 들어온 것이며

동한거에 든 스님이 된 것이다.

그리하여 삶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고독을 견디는 힘을 길렀을런지도.


그리하여

덜그럭 거리는 푸대자로 속의 양은 냄비가 이젠 좀 잠잠해졌으려나?

중국에선 코로나 사태로 부부간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혼이 급증했다는데

우리는 어떨지, 가족을 재발견 하였을까?


우리의 힘겨운 발걸음이 어떤 역사로 기록되려나.




우린 지금,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힘겹게 가고 있는 중이다. 그 발자욱이 역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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