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

이탈리아 - 베네치아 : 실수해도 괜찮아

 새벽녘

옆에 누워있는 마가렛의 잿빛 셔츠에서 생선 냄새가 났다.

- 킁킁~~ 생선냄새가 나네.

- 그래? 응~~어제 생선 요리를 했더니....

하지만 그리 역겹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부들과 생선 가게 사람들에게서는 이런 냄새가 나겠지?

 

오늘도 새벽에 배를 타러 나왔다.

아무도 없는 어둑신한 골목길에서 건장한 체구의 흑인을 만났다.

아무 일도 없이 서로 지나쳐 갔지만

순간 나도 모르게 몸이 긴장을 해서 손을 꼭 잡고 걸음을 빨리 했다.

새벽 길에 아무도 없는 길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경계를 하게 된다.

 

배를 타고 가다 생각을 해보니......... 아뿔사~~!!!

카드 키를 둘 다 안 챙기고는 그냥 문을 잠가 버린 것이다.

에이 ~~ 이런~~!!

그렇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지금은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니....

우리가 돌아오면 사람이 있겠지?

 

여러 번 여행으로 긴장감은 풀어지고 헐거워진 탓일 것이다.

초기에는 여행지에서 외출하려면 화장실을 다녀왔는지 서로 묻고 열쇠도 챙겼는지 매번 물었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긴장감에서 벗어나 느슨해지고 헐거워지고 나타해진다는 것과 동일하다.

그리하여 일일이 챙기는 것이 어느새 귀찮음으로 변한 것이었다.

 

선착장에서 한 여학생이 베네치아를 떠나려는지 캐리어를 끌고 가다가

산타루치아 역 방향이 어느 쪽인지 묻는다.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가는 배를 타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그는 한국 학생이었는데 이태리를 떠나 헝가리로 가는 중이라고 하였다.

 

이른 새벽에 떠나는 걸보니 비행기 시각을 맞추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우리도 겁나는 시각인데 꼭두새벽에 캐리어를 끌고 어린 여자 아이가 혼자 겁도 없다.

 

우리가 소리내어 웃자 그 학생도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 너 괜찮니?

- 내 괜찮아요....

- 무섭니?

- 안 무서워요. 라는 말이 섞여 있었다.

 

우린 배를 타고 선창장에서 손을 흔드는 여학생에게 우리도 손을 흔들었다.

 

바다 길을 천천히 가는 배에는 배를 운전하는 선장과 문을 여닫고 밧줄을 매는 선원과 우리 둘 뿐이다.

이 배의 빈자리가 아깝다.

식구들과 형제들.....그리고 그리운 사람들을..... 저 자리에 함께 앉아 있다면 하는 상상을 해본다.

 

이곳에 오면 곽재구는 또 한편의 멋진 포구기행을 쓸런지도 모를 일이다.

헤밍웨이는 21세기 판 노인과 바다를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즐거운 상상도 전화 한 통화로 산통이 깨졌다.

웬만해선 받지를 않았는데 동일한 번호의 부재 중 통화로 여러 통이 이미 왔던 번호였다.

은행에서 온 전화였다. 내가 뭔가 싸인을 해야 할 것이 있었는데 자신들이 받아놓지 않았다면서

유선통화 녹음으로 대신 하겠단다.

국제전화라고 하니까 평소에도 빠르게 설명해서 알아듣기 힘들었는데 그것보다 2 배속 정도 빠르게 말을해서

우리나라 말인데도 우리나라 말같지가 않았다. 그래도 믿거라~하고 네~네~하고 마무리를 했다.

 

돌아와보니 아직도 프런트엔 사람이 없다.

우린 당연히 이 시각엔 지배인이 있으려니 하고 오이와 문어를 사서 들고 왔는데 들고 서 있기도 그래서

전화를 걸자. 시간이 걸릴 것 같단다.

 

우린 카페로 가서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먹었다.

 

여행하면서 얻은 수확 중에 하나를 꼽자면 이렇게 실수하는 나를 용서할 수 있는 넉넉함이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나를 용서하면서 다른 사람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 이렇게 실수한 경험이 오히려 이야깃거리가 된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는 안전하지만 아무런 이야깃거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부러 하는 실수가 아닌 바에야 어느 정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전에는 내게....이런 힘이 없었다.

실수를 하면 나 스스로를 자책하고 다른 사람이 실수하여 내게 어떤 불이익을 당하게 되면 그 사람을 원망하기도 했다.

 

아이를 유치원에 픽업해 데려다주느라고 늦었다며 지배인은 미안해 했지만

정작 미안한 것은 실수한 우리가 아닌가? 우리도 연이어 미안하다고 말하였다.

 

어제 쇠고기를 살 때 '아름다운 고기'라는 고기를....구워먹었다.

맛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지만 내 몫의 고기를 먹었다.

 

여행 떠나기 전 만난 친구와 짜장면을 먹다가. 내가 짜장에있는 돼지고기를 그대로 남긴 걸보곤

'넌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되는데 이걸 남기냐~'하면서 핀잔을 주면서 아깝다는 듯

'난 짜장에 들어간 돼지고기가 제일 맛있더라'며 집어 먹곤 내 입에도 넣으며

 먹기를 강권하던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학교 다닐 적에는 나와 몸무게 비슷했던 친구는 이제는 80 킬로가 넘었고

퇴직하고 나서 다이어트 하면서 7킬로를 뺐다고 하였다.

친구의 얼굴은 많이 좋아졌다.

 

 

 

이른 아침 수산 시장이 다 팔고나서 철거한 한낮 풍경

 

 

 

 

 

우리가 묵었던 베네치아 카드키 안 가져나왔던 숙소 생각나? 아니....이렇게 생겼잖아~~거실 쪽에서 보면....아~~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