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현장학습 중에 청와대 방문 일정이 있었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일일이 한 명 한 명 이름을 묻고 확인 대조하며 인원 점검을 하자
청와대에 가려면 이런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는구나 하는 걸 새삼 알게 되고 긴장하는 눈치였다.
한 아이는 청와대에 다녀왔는데 대통령을 볼 수 없어서 아쉽다고 하는 아이도 있었다.
순진한 마음에 대통령을 볼 수 있으려나 생각 했었나보다.
이렇게 아이들을 인솔해서 데리고 간 일 중에
아이들이 크게 실망했던 일 중의 하나로 방송국에 간 기억이 떠오른다.
아이들 동요 프로그램이었는데 가기로 결정된 뒤부터 갈 때까지
방송국에 가면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가수며 탈렌트등
연예인을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이들은 한껏 들떠 있었다.
방속국에 도착해서 TV에서만 보던 연예인들을 방송국 복도에서 만나고는
먼 딴세상 사람을 만난 듯 마냥 신기하던 아이들이 공개홀에 들어가 앉았다.
휘황찬란한 조명이 켜지자 직접 출연하지 않는 아이들도 몹시 흥분한 표정들이었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인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반복되는 방송 녹화에 몸을 비비꼬기 시작했다.
방영시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녹화 시간은 3시간 가까이 진행 되었다.
게다가 끊임없이 떠들지 말고 조용히 앉아있으라는 방송 종사자들의 잔소리를 들어야했다.
조금이라도 떠드는 소리가 들리면 중단하고 다시 녹화하는 일을 반복하였다.
잠시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꼼짝없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아이들은 고역이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런 아이들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정숙한 분위기를 위해 아이들 단도리를 해야하는 선생님들의 스트레스도 컸다.
박수를 치라는 수신호에 억지로 박수를 치며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는 환호성까지 질러야 했다.
마침내 방송국을 나오고 학교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시는 방송국에 오나봐라.” 하면서 투덜거리는 아이도 있었다.
덕분에 아이들은 TV로만 보던 멋진 모습 뒤에 이렇게 고생하며 찍는 것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다.
이 경험으로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알았을 것이다.
날이 쾌청하였다.
고궁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았다.
연초록의 나뭇잎이 너무 이쁜 날이었다.
서울숲으로 와서 점심을 먹고 자유롭게 노는 이 시간이 아이들이 가장 행복해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