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교기념일.
남들 근무하는 날에 쉰다는 것은 색다른 맛이 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어슬렁 돌아다니다가 학 초등학교 옆을 지나가게 되었다.
딩동댕동~~수업이 끝나는 소리가 나고
선생님 한 분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 마치고 교실로 발길을 옮기고 아이들도 뒤를 따른다.
실내에서는 재잘재잘 익숙한 아이들의 소리가 교실을 넘어 건물 밖 내 귀에까지 들려온다.
개나리가 노랗게 핀 교정엔 평화로움과 아늑함이 그득해 보인다.
별로 선생님의 하는 일이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바로 내가 어제 하던 일이었을 바로, 그 일들을
내가 관망자가 되어 보니 그렇게 느껴진다.
그런데 내가 저 선생님 입장이라 생각 해보면
어제 미리.... 오늘 체육 수업 무엇을 할 것인가 미리 생각해 두어야 했을 것이고
필요한 준비물이 있는지 체육 자료실을 살펴야 할 것이며
체육복을 갈아입고 아이들에게 줄 잘 서라고 말하고 호각을 준비하고,
다칠 염려가 있는 활동인지, 시합을 하면 지나친 경쟁심에 서로 다투면 그 문제를 해결 해야하고
운동장에 나오면 아이들은 맘이 들떠서 선생님 말에 잘 귀기울이지도 않고
밖이다 보니 더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등등
체육 한 시간만으로도 그런데 5~6시간 수업하고 다음 날 수업 준비하랴.
이런저런 회의와 업무하랴. 청소와 급식 지도 하랴. 눈코 뜰새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반면에 내가 힘든 수업 시간 마치고
잠깐 쉬는 시간에 창밖을 보면 여유롭게 등산복 차림으로 삼삼오오 짝을지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웠었던가?
아마도 저 선생님이 날 보면 내가 부러워했던 것처럼 한가로운 내 모습이 부럽게 느껴지겠지?
모든 일이
내가 할 때와 내가 관망자가 되어 볼 때와는 천양지차
나의 일인데도 그러니 내가 겪어보지 않은 일에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