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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레임덕

대통령 같은 정치 지도자들만 레임덕에 빠지는게 아니다.

교사들에게도 12월은..............

극심한 레임덕의 시기이다.

아이들과의 밀당에 지쳐 하루하루가 악전고투의 시기이기도 하다.

 

절룩거리는 오리의 걸음이 바로 12월 교사들의 심정이다.

연료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자동차의 경고음처럼 체력을 소진하여 아픈 선생님들이 많다.

그나마 몸만 아프면 덜 하지만, 마음까지 아픈 동료들을 보면 안쓰럽다.

 

그럼에도 우린 아이들 앞에서는 부드러운 미소, 평온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감정노동자가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더욱 교사는 아이 하나만 상대하는 게 아니고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아이 뒤의 수많은 부모들이 있는 것이다.

 

그나마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이런 우릴 대체로 이해하는 편이어서 고맙기 그지 없다.

그런데 극히 일부인 이해가 안 되는 막무가내의 학부모와 아이들을 만나면 대책이 없다.

그런 상황에 처한 동료에겐 정말 뭔가 힘이 되어주고 싶지만

내 코가 석자인 형편이니, 그저 바라보고 가슴앓이만 하게 된다.

 

우리 아이를 등교부터 하교시까지 알아서 잘 데리고 관리하고 계슈~~

뭐? 우리 아이가 말을 안듣는다고?

아~ 교사가 전문가인데 알아서 교육적으로 잘 지도하시지 뭘~~

그래도 이런식의 부모는 양반이다.

차마 표현하기 힘든 언행을 보이는 아이와 학부모를 만난 동료에게 건넬 수 있는 위로는

견뎌....조금만 견뎌라.....다 지나갈 거야.

이 말밖에......할 수 없다는 현실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선생님은 모르는 것 없이 다 알아야 하고 아주 반듯해야 하고,

종교인처럼 자기 검열도 철저해야한다는 강박에 스스로를 갉아먹는 것은 아닌지?

세상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그 변화를 받아들여 내 것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도 전해야 한다는 그런 고전적인 교사의 사명부터 벗어던지고 조금 뻔뻔해진다면 조금은 나아지려나?

 

내일은 또 다시 감정 노동자들의 무거운 발걸음을 보게 될 월요일이다.

구질구질하게 비나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저 잎새는 12월 선생님들의 마지막 남은 체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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