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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내가 무한도전을 보는 이유

  명절이 지나고 나면 남은 음식을 처리하느라 애를 먹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식구들이라도 다같이 있을경우 커다란 그릇에 찬밥과 명절에 먹고 조금씩 남은 나물이나 전등을 넣어가지고

쓱쓱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비벼서 식구들 수대로 숟가락을 끼워넣으면 그걸로 끝.

다들 달라붙어서 그냥 남아있는 음식을 먹으라면 먹지 않던 아이들도 달라붙어서

아구아구 먹기 시작한다. 그러다보면 언제 없어지나 싶게 바닥을 보이게 마련이다.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하는 역할이 바로 그 남은 음식의 역할이란 생각이 든다.

무한도전 멤버들을 명절때 먹고 남은 음식에 비유해서 좀 그렇긴 하지만

그들 하나하나는 다른 개그맨들보다 웃기지도 못하고

별다른 개인기도 적다. 아니 차라리 없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새롭고 맛갈나는 음식이 유명 개그맨들이라면

그들은 명절때 먹고 남은 음식에 비유할 수 있을거 같다.

 

 최근 시청자들간에는 정준하 술집운영건으로 인해

하차시키자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진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이유도

큰 역할이어서 라기보다는 없어서는 안되는 비빔밥의 한 재료이기 때문이다.

나 혼자서

정준하가 빠진다면 그 자리에 누가 어울릴까? 하고 생각하다가

김종민정도면 어리버리 캐리릭터도 있고 웬만큼은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문제는 한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있다.

정준하를 대하는 다른 다섯명의 시각의 문제가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준하가 다섯사람을 대하는 문제와 더불어 다섯명이 정준하에게 대하는 시각이 정형화되어 있는데

불쑥 다른 사람이 끼어들면 그 갈래갈래의 시각이 다른 캐릭터와 새롭게 정립되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제작진들은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기다리고 꿋꿋하게 버티는 것이다.

새로운 인물을 등장 시키는 것은 정말 시청률 장담 못할 무모한 도전일 것이다.

 

사람들이 무한도전을 보는 또 다른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들이 스스로  말하듯이 대한민국 평균이하임을 자처하는데 있는 것 같다.

연세대에 찾아가서는 무대 올라가기전에 떨려하는 모습이나 패션쇼에서 워킹 하기전의 가슴 졸이는 모습과

대통령 영부인의 이름을 몰라서 쩔쩔매는, 정말 평균이하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이

연출이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모습이 마치 어린 동생이나 내가 가르쳐주고 일깨워줘야할 인물들로 비춰지기때문이다.

나보다 못한 사람이 애쓰는 걸 보면 도와주고 넘어진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동정의 심정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낄낄거리고 웃을 때는

가끔 박명수가 유재석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닥쳐!"하고 호통을 칠때 인데

그건 아마 나보다 잘난 사람에게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마음 속의 소리를 박명수가 대신 해주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누구나 마음 속에 마구 휘두르고 싶은 칼이 있고 마구 지껄이고 싶은 혓바닥의 노릇을 그가, 그들이, 대신 해주는데서 오는 쾌감 같은것 말이다.

그들은 마음대로 지껄이고 속에 있는 말들을 다른 사람의 상처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지른다.

입이 해야하는 배설욕구를 그들이 대신해주기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그만큼 본능에 억눌려 지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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