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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청진기의 역할

병원에서 이런 저런 검사를 하고 다니다 보니

정말 옛날과는 달리 첨단 기기들로 정밀한 검사를 하는 요즈음

알아내지 못하는 병이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옛날에는 의사가 청진기 하나만 달랑 가지고

검진을 하고 약 처방을 내리면

그걸로 끝이었는데

요즈음 청진기를 대보는 의사는 별로 없는 거 같다.

 

그만큼 의학이 발달해서

청진기의 역할은 이제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옛날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진기는 의사를 상징하는 도구가 아니었던가?

 

코흘리개 시절

어디가 아프면,기껏해야 감기나 배탈 정도, 동네에 있던 내과를 주로 갔었는데

그러면 나이가 지긋한 의사가 윗옷을 위로 올리게 하고는

차가운 청진기를 배와 가슴에 여기저기 갖다 대고는 다시 옷을 내리면

그 청진기의 차가운 촉감 하나만으로도 반은 나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면 주사실에 가서 엉덩이에 주사를 맡고

약포지에 가루약을 넣어 주면 보통 3일정도의 약을 지어오는데

그걸 먹고 아픈게 낫곤 했다.

 

아마 청진기를 내 몸에 대는 순간

위약효과를 가져와서

심리적으로 이젠 나았다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 게 아닌가 싶다.

 

두통이 있는 지금, 어떤 의사가 내 머리에

이곳 저곳 청진기를 갖다 대 놓고

확신하듯이 검진을 끝내고는

약 처방을 하는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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