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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 박완서가 미워했던 나무 겨우내 갈색 잎을 달고 있던 낙우송도 아직 그 누더기를 벗지 못하고 있다. 참 딱한 나무다. 나는 그 나무를 누더기 나무라 불렀었다. 침엽수인데 상록수는 아니어서 가을에는 아주 짙은 갈색으로 잎이 변하건만 낙엽지지 않고 그냥 달고 있다. 그게 마치 누더기를 걸치고 있는 것처럼 누추해 보여서 그렇게 부르며 좀 미워했었다. 겨울나무가 봄이나 여름 가을 나무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걸 안 것은 나이 든 후였다. 겨울에 길 가다가도 문득 가로수를 쳐다보면 그 섬세한 가지 끝까지 낱낱이 드러난 벌거벗은 모습에서 감동에 가까운 기쁨을 느끼곤 했었다. 어떤 나무든지 잎이나 꽃을 완전히 떨군 후에도 오히려 더 조화롭고 힘차 보이는 게 그렇게 신기해 보일 수 없었다. 그런데 내가 누더기 나무라 부른 나무는 겨울에 청청할 수.. 더보기
길들여지지 않는 부분 인간성 속에는 길들여질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길들여지느니 망가지려는 부분도 있고, 평생 불변하는 부분도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자신속에 길들여질 수 없는 부분을 가장 소중하게 아낄 수도 있다. 아래사람이니까 내 마음에 맞게 길들여야 한다는 생각처럼 위험한 윗사람의 교만은 없을 것이다. 그럴 때 그 윗사람이 피붙이이건 의리의 관계건 아랫사람에겐 언제고 벗어나기를 꿈꾸는 악몽에 불과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작가 박완서의 산문을 읽다보면 그 통찰의 깊이에 놀라곤 한다. 이 글을 읽다보니, 전에 내가 포스팅했던 내용이 다시 생각 났다. 언젠가 군인 사택에 사는 사람의 고충을 들은 적이 있는데 사사건건 함께 하는 걸 좋아하는 계급이 높은 양반과 그 사모님은 모여서 먹고 마시는 대소사 모임을 무척 좋아했지만.. 더보기
한옥 게스트 하우스 수니와 그남자의 집 작년 늦가을 펜타그램을 지을 당시에 집 지어준 분과 이야기 하던 중 바로 옆에 50평 크기의 빈 한옥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단다. 한옥에 대한 추억이 있던 나는 며칠 후에 그 집에 가 보았다. 그 집을 가보니 정말 가관이었다. 문을 여니 제멋대로 자라 길을 막아버린 나무와 잡초.. 더보기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어느 호텔 화장실에서였다. 안에서 일을 보다가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푹,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들어올 때 세면대에 나란히 서서 손을 씻던 여자들의 뒷모습을 본 것 같은데 그들은 아마도 모녀간이었나 보다. 나이 든 목소리가 말했다. “글세, 그 개애 같은 X이 오래간만에 즈이 집에 .. 더보기
박완서 산문집 <호미> 오래 전 박완서라는 작가를 처음 알았을 때 박완서 선생의 사진을 보고는 놀랐던 적이 있다. 우리 남매 모두.... 엄마와 많이 닮았고 특히, 막내 이모와는 친자매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비숫하다. 그러고보니 같은 박씨 성에다가 엄마의 사촌들이 돌림자인 '서'자 돌림이다. 엄마가 어릴적 .. 더보기
친절한 복희씨 -.둘다 그런 면의 순발력은 평균 이하하는걸 서로 알고 있었다. -.찜찜하고도 허전한 느낌, 실패감도 성취감도 아닌게 바져나간 자리를 메꾸고 싶은 욕망의 허덕거림, 그러나 모호한 방향감각, 화끈한 것에 대한 소심증,서로의 이런 공통점이 소싯적의 엎으려지는 우정과는 다른,보듬는 친밀감을 만들.. 더보기
친절한 복희씨 오늘 소설가 박완서씨의 '친절한 복희씨'를 읽다보니 박완서씨가 살았던 동네라고 하면서 돈암동 이야기가 나온다. 박완서씨의 다른 글에도 종종 언급이 되는 돈암동인데 작년에 찍은 사진을 보다 보니 신안탕과 돈암동 성당을 찍은 사진을 보게 되었다. '친절한 복희씨'에서 돈암동 성당과 신안탕이 등장한다. 돈암동 성당과 신안탕은 나에게도 인연이 많은 곳이다. 우리 두 아이가 성당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인 다윗 유치원을 다녔고 내가 영세 받은 곳이기도하다. 아이 어릴적에는 유모차를 끌고 성당 안 마당을 휘돌아오기도 했다. 신안탕은 큰 아이와 주말이면 목욕을 가고 간혹 아버님 살아 계실 적에 내 아들과 같이 삼부자가 가기도 했던 곳이어서 아주 낯익은 곳이다. 작가는 신안탕이 그 옛날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놀라워했다. 내가.. 더보기
대화 박완서 -난 지금도 올림픽이라면 몸이 떨리고 무서워요. 아주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평생을 함께 한 남편을 잃고 뒤이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을 잃었는데 어떻게 된 게 세상은 올림픽으로 환희에 들떠 있었어요. 어디로든 숨고 싶은데 정말 숨을 곳이 없더라고요. 지옥 같은 순간을 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