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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대화

 

박완서 -난 지금도 올림픽이라면 몸이 떨리고 무서워요. 아주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평생을 함께 한 남편을 잃고 뒤이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을 잃었는데 어떻게  된 게 세상은 올림픽으로 환희에 들떠 있었어요. 어디로든 숨고 싶은데 정말 숨을 곳이 없더라고요. 지옥 같은 순간을 견디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았지만 어딜 가든 누굴 만나든 온통 기쁘고 유쾌한 얼굴뿐이었어요.

 

사실 어려운 일을 당하고 보면 사람들은 자신에게만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게 돼요. 세상은 모두 빛으로 가득한데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누구나 그런 일을 당하고 또 견디며 사는 게 인생이에요.

 

슬픔을 어떻게 이겨요. 이겨내는 것도 아니고, 슬픔은 이길 수 없어요. 눈물을 흘리며 이길 수 있어요? 그건 극복이 아니죠. 극복이란 말은 강요의 성격을 띠니까요. 그건 슬픔에 잠긴 사람을 더 힘들게 해요.


이해인-꼭 수도자가 아니어도 일반인들도 살아가면서 가끔씩 피정을 하는 건 좋은 경험일 겁니다. 내적인 에너지를 충전하게 되잖아요. 사실 말을 하는 건 에너지를 밖으로 버리는 행위거든요. 굳이 종교적인 장소를 찾아간 피정이 아니라고 해도 살아가면서 말을 아끼고 말의 중요함을 깨닫는 시간을 많은 사람들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길을 걷다보면 모두들 중독된 것처럼 휴대폰을 누르고 있어요.

뭐가 그리 급한지 요즈음은 몸 밖 세상의 속도가 마음의 속도를 훌쩍 앞질러 버렸지요.


말은 입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천은 몸이 있어도 마음이 함께 하지 못하면 결코 행할 수 없습니다.

 

요새 들어오는 젊은 수녀 지망자들은 명랑하고 발랄한 것도 좋지만 귀하게 커서 그런지 인내심이 부족한 거 같아요. 지도 수녀님들이 충고해주면 막 대든다든지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해요. 합리적으로 따질 것은 따집니다. 그런 게 젊음의 특성인가 싶다가도 한편으론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하지요.

<박완서와 이해인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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