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일지

친절한 복희씨

-.둘다 그런 면의 순발력은 평균 이하하는걸 서로 알고 있었다.

 

-.찜찜하고도 허전한 느낌, 실패감도 성취감도 아닌게 바져나간 자리를 메꾸고 싶은 욕망의 허덕거림,

그러나 모호한 방향감각, 화끈한 것에 대한 소심증,서로의 이런 공통점이 소싯적의 엎으려지는 우정과는 다른,보듬는 친밀감을 만들어 냈다.

 

-.금년부터 치수를 28로 늘려 입었는데도 바지 허리는 만복을 이기지 못해 짤룩하게 뱃살과 허릿살을 갈라놓고 있었다.

명치가 등에 붙을 듯이 날씬 하다가도 생명만 잉태했다. 하면 보름달처럼 둥글게 부풀어 오르던 배는 이제 두꺼운 비계층으로 낙타등처럼 확실한 두 개의 구릉을 이루고 있었다. 허리의 후크를 풀자 역겨운 트림이 올라왔다. 자신이 비겟덩어리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지면서 메마른 설움이 복받쳤다. 위선도 용기도 둘 다 자신이 없었다. 울고 싶은 갈망과는 동떨어진,여자들이 찧고 까불고 비웃는 소리가 귓전에서 잉잉댔다.

 

- 연속극에서 보고 익숙해진 웬만한 회사를 나름대로 정형화시켜본 거였다.

 

-.길 가다 문득 저만치 기남이 같은 청년이 걸어오는 것 같은 느낌으로 가슴이 울렁거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가까이서 확인하기 전에 우선 몸부터 피했다. 만나고 싶은 마음보다는 만나서 그럴듯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 더 힘이 셌기 때문이다.

 

-.손발이 척척 맞던 그 일치감은 몸의 기억일까,마음의 기억일까.

 

-.가족 사이로는 비집고 들어가 칼잠을 자도 푸근하다.

 

-.거의 속이 텅 비어 있다고 생각해도 불안하고,

텅 비었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다 뭘 자꾸자꾸 쑤셔넣고 싶어 하는 나는 더 불안하다. 내가 불안한 건 그가 아니라 나다.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작

 

'독서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보 나좀 도와줘  (0) 2008.08.01
스승의 옥편  (0) 2008.07.20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0) 2008.07.08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0) 2008.07.07
친절한 복희씨  (0) 2008.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