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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길들여지지 않는 부분

인간성 속에는 길들여질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길들여지느니 망가지려는 부분도 있고, 평생 불변하는 부분도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자신속에 길들여질 수 없는 부분을 가장 소중하게 아낄 수도 있다.

아래사람이니까 내 마음에 맞게 길들여야 한다는 생각처럼 위험한 윗사람의 교만은 없을 것이다.

그럴 때 그 윗사람이 피붙이이건 의리의 관계건 아랫사람에겐 언제고 벗어나기를 꿈꾸는

악몽에 불과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박완서 '한 길 사람속'에서>

 

작가 박완서의 산문을 읽다보면 그 통찰의 깊이에 놀라곤 한다.

이 글을 읽다보니, 전에 내가 포스팅했던 내용이 다시 생각 났다.

 

 

언젠가 군인 사택에 사는 사람의 고충을 들은 적이 있는데

사사건건 함께 하는 걸 좋아하는 계급이 높은 양반과 그 사모님은

모여서 먹고 마시는 대소사 모임을 무척 좋아했지만 본인은 아니었단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유교적 장유유서 문화에

까라면 까야하는 상명하복의 군대 문화까지 더해졌으니 어떠했을지 짐작이 갔다.

명절때 일장 훈시 뒤에 하사하듯 내 놓은 선물은 그 답례를 해야한다는 부담감까지 더해져 찜찜했고,

남편도 참석을 싫어했지만 본인은 더더욱 싫은걸 억지로 가는 경우가 많았단다.

가서는 행여 눈치보일까 상관 부부의 철지난 유머에도 웃어주며 싫은 티도 못내는 자신도 미웠고

빨리 일어설 구실만을 찾은 고통의 시간이었단다.

 

오죽하면 김장을 혼자 고생하며 담그는 한이 있어도 함께 모여서 하는 건 싫었고,

취미생활까지 함께 하길 원했던 상관부부에게서 벗어나 이사한 날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모르겠다고.....

아마 상관 부부가 그들의 속생각을 알았다면 배은망덕에 까무러칠 정도였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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