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횡설수설

이것밖에 방법이 없다.

#1

언젠가 울릉도에 사는 학생이 육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담은 내용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내가 섬에서 살아 본 적이 없음에도 갑갑한 심정이 절절하게 와 닿았다.

작은 섬 안에서 모든게 다 오픈되는 세상에서 누구의 아들로, 누구의 남편으로, 가족 누구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마음의 감옥(?)' 같은 생활이라고 표현하면 너무 과할까?   

아무리 이장희가 '나의 천국 울릉도~'라고 노래해도 나이들어 말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이장희와 다를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고 세대마다 다를 것이다.

지금의 날더러 섬에 살라고 해도 난 싫다. 난 천상 도시인이다.

 

가끔 날더러 책과 꽃 기르기를 좋아하니 시골에 내려가 촌에서 생활하며

책과 꽃 속에서 산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느냐고 묻는 분들도 있지만 난 아니다. 

나는 도시의 익명성이 좋다.

 

난 갑갑하면 한 밤중에도 거리를 어슬렁 거리기도 한다.

그러면 한낮과는 전혀 달라진 도시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는 사람을 한 사람도 만나지 않아도 함께 이 도시에서 누군가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범지구적(?) 동료의식....

늦은 밤 귀가하며 한잔 술을 걸친 듯한 걸음 걸이의 사람, 가게를 정리하고 문을 닫고 들어가는 상점의 주인들, 늦은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온 가족들, 귀가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위안을 삼기도 한다.

 

#2

이선균 배우의 사망 소식은 너무 안타깝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유명인이어서 받는 혜택도 있겠으나 그 폐해 또한 너무 크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그리고

자잘한 가십성 기사를 올려 조회수를 올리려는 유튜버나 그것을 클릭해서 보는 사람들을 보면

버려진 음식에 몰려드는 파리 떼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겪는 일상에서의 불편함과 그 책무감은 상상 이상일 것 같다.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은 거리를 나처럼 유유자적 다니기도 힘들지 않은가. 그래서......

어떤 이는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잘하고는 싶지만 유명해지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바로 알려지는 순간 익명성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서 유명세를 노리고 먹잇감에 달려들듯 작은 꼬투리를 잡아 비열하게 돈을 요구하는 기생충 같은 사람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상상 이상으로 많다고 한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이번 이선균 사건에서 '실패한 수사로 보이지 않으려고 너무 자극적 사생활 이슈를 흘리는 거 같다'라는 이야기와

고인이  '이것밖에 방법이 없다'라고 마지막으로 남긴 글귀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여행자일 때는 대부분 익명성 속에 존재한다. 그래서 자유롭기도 하다.

 

'횡설수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시감  (4) 2024.04.30
불면의 밤  (10) 2024.04.17
선생님이 뭐 감옥 갈 일 있어요?  (10) 2023.09.04
마스크 걸  (6) 2023.08.26
정이 많은 국민?  (16) 2023.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