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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불편한 편의점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편리해졌지만 뭔가를 잃어버린 듯 한 세상이되었다.

우리가 편리와 욕망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사이에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소설 내용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이다보니 처음 부분을 읽을 땐

무슨 추리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읽으며 나아 갈수록 글 속에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무슨 계몽 소설의 느낌도 나지만 무리하게 강요하는 느낌은 전혀 없다.

 

읽으면서 옥수수 수염차 만드는 회사에서 작가에게 후원을 해야되는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드라마로 만든다면 PPL이라 여길 것 같았다. 그리고 홍보 효과는 아주 만족스러울 것같다.

그렇게 옥수수 수염차 관련 이야기가 한번 마셔보고 싶게 나온다.

 

교사로 퇴임을 한 이후 편의점을 운영하는 염여사가

편의점 알바들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서로 각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전개되어 나간다.

염여사가 고용하게 된 노숙자 출신 독고씨, 취준생으로 편의점 알바를 하는 시현, 그리고 오여사, 염여사의 아들 등....

이렇게 서로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가 풀어지는 데 같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읽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비슷한 등장 인물에 감정 이입을 하면서 읽었을 것 같다.

'아~ 이건 내 이야기네~' 혹은 '나도 이런 생각을 했는데...' 하는 공감을 하면서 말이다.

 

다 읽고 나서 뒤를 보니 초판 90쇄까지 간 대박 작품이었네~ㅎ

이렇게  대박난 이유를 생각해보면,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사람들이 따뜻한 도시 우화를 원한 타이밍이 맞은 것과

대도시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으려는 소시민의 생활을 아주 적확한 언어로 표현한 점 때문일 것이다.

 

이를테면 <집에 간다고 지옥에서 로그아웃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친 일상을 겪고 집에 들어가면 또 다시 같이 사는 식구들의 문제에 봉착한 사람들은 이 문장에 공감할 것이고,

나이 들어가는 가장들은 <유일한 장점이던 성실함과 친절함의 바탕은 체력이었고, 나이 들어가며 딸리는 체력은 성실함과 친절함을 무능력과 비굴함으로 변화시켰다.>라는 문장에서 많은 울림이 있었을 것이다.

 

<집에서는 은따(은근 따돌림), 회사에서는 대따(대놓고 따돌림), 세상은 왕따.... 이것이 경만의 피가 알코올을 부르게 만드는 이유였다. 왕따에게는 역시 혼술이다. 하지만 술집에서 거창하게 혼술을 하기엔 그가 받는 용돈과 감정적인 여유 모두 부족했다. 결국 퇴근 길에 혼술이 가능한 편의점을 찾아야 했다.> 이런 문장에 공감을 보내지 않았을까.

 

책만 읽으면 졸음이 와~!! 혹은 오래간만에 독서에 다시 맛을 들이고 싶은 사람에게 좋을 것 같다.

그만큼 술술 잘 읽힌다.

 

 

 

<불편한 편의점/김호연/나무옆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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