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일지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도서관에 가면 일단 책이 꽂혀 있는 서가들 사이를 왔다갔다 하곤 한다.

내가 주로 지나는 곳은 예술 관련, 에세이, 소설, 여행 관련 서적들이 있는 곳이다.

에세이 관련 서가는 많이 지나가서 어느 곳에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 대강 안다.

그러다가 못 보던 책이 있으면 눈이 가곤 하는데 이번엔 책 제목이 네게 말을 걸어왔다.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 올 때> 

 

저자를 보니 김소영이란다.

김소영? 김소영이 누구야? 아하~ 오상진 아나운서 아내이고 같은 아나운서였던 사람.

그러다 읽게 되었는데 다른 아나운서들의 책과는 조금 달랐다.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당인리 책발전소>라는 서점을 운영하면서 읽은 책을 따스한 시선으로 소개하는 책이다.

소개하는 책 중에는 내가 읽은 책들도 있고 읽지 않은 책들도 있었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 많이 다른 생각이구나' 하는 생각들을 많이 했고

읽지 않은 책들은 찾아 읽어보게 만들었다.

작가가 강요하는 듯하지 않고, 이런저런 신변잡기 식의 잡다한 것으로 분량을 늘이려고 하지 않아서 좋았다.

 

 

 

<밑줄긋기>

 

- 오랫동안 감정의 조각들을 흘려보낸 것에 익숙해져

제대로 꺼내지 못했던 내면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파고들었습니다.

 

- 수많은 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잊고 있었던 무뎌졌던 감정이

깨어나는 밤을 자주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일깨워진 감정들은 말해 주었습니다.

언제든 조금은 느린 호흡으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나는 더욱 괜찮아질 거라고.

 

- 오해는 흔하고 이해는 희귀하다.

 

- "'이해'란 가장 잘 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이해한다는 건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잘 오해한 것일 수있고, 또 다른 누군가가

나를 오해했다면, 오히려 내가 보여 주지 않으려 했던 내 속을 꿰뚫어 본 것일 수도 있죠.

 

- 하재영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작가는 기뻤던 기억도, 슬펐던 기억도 담담한 문장으로 써 내려가며 치우치지않는 내면의 힘을 보여 줍니다.

인간에 대한 실망과 품위있는 삶을 갈구했던 청년기

 

-누군가에 집이 쉼터이기 위해 다른 누군가에게 집은 일터가 되었다.

 

- 책을 우월하고 대단하게 여기는 순간 의무감이 생기죠.

 

- 시끌벅적한 생활 속에서 책을 펴기란 쉽지 않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책은 주위 환경과의 기분좋은 단절과 새로운 분위기 속에 빠져드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 독서라는 행위는 결국 세상일고 사람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줄 알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은 상상으로 채우며, 생각과 이해의 폭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신 떠나지 않았다" 라는 첫 문장이 마음 속을 파고 들었다.

 

- 저는 때로 엄격한 도덕주의에서 벗어나 흔들리는 인간들의 모습,

역사와 사회, 정치적 의식에서 멀어져 어린아이들처럼 보이는 인간들의 모습이 가득한 문학을 읽을 때

어쩐지 휴가지에 온 것 같다고 할까요. 한껏 이 세계를 떠난 듯해  잠시 삶의 궤도를 벗어난 기분입니다.

 

- 저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문학들은 대부분 인류의 비극 앞에 분명하게 그어지는 선과 악이 아닌,

그 경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피어났습니다. 휴머니즘의 형태로,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지요. 분명함이 아닌 불분명함이 빛나는 문장들...

 

- 김영하 작가는 영감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익숙한 모든 것에서 멀어지기 위해 떠난다고 했습니다. 

 

- 때로 비극적인 전쟁의 참상을 전하는 뉴스를 접할 때면 개인의 힘으로는 희망을 찾을 수 없어

좌절하고 고뇌하는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앞에 숙연해질 때가 많습니다. 

 

- 우리는 여전히 미성숙한 사람들이지만, 세상이 말하는 완벽한 **란 언제든 바뀌는 기분일 뿐,

나의 행복과 성장을 만드는 건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이제라도 기억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 <대불호텔의 유령> 이 책은 사회적 억압과 한계 속에서 생겨나는 인물들의 '한'을 소재로,

스릴러의 서사 속에서 인물들이 느끼는불안과 공포를 독자들도 함께 느끼는 것이 특징입니다. 

 

- 책 읽기는 수시로 좁아지려는 저의 세계를 부단히 넓히고, 얕아지는 제 마음의 벽을 숱하게 찔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책을 읽어서 제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을 겁니다. 그 대상이 책이든, 다른 무엇이든

늘 어딘가를 향해 힘껏 달리며, 때로는 성공과 실패를 번갈아 하며 그 과정 자체에 빠져든 탓에 주변을

잘 돌보지 못하기도 하겠죠. 그렇기에 저와 같은 사람들을 더 많이 히해하고 사랑해 보려고 노력하는 저를

변명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보냅니다.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김소영/ 책발전소×테라코타>

 

'독서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편한 편의점  (10) 2023.09.12
고양이를 버리다  (8) 2023.08.22
정신없이 내 닫는 사람들  (2) 2023.05.23
대망 다시 읽기  (0) 2023.05.17
오늘 뭐 먹지?  (10) 2023.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