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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대망 다시 읽기

 

《대망》은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하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완역한 것이다.

우리나라 독자들의 반일감정을 의식해서 제목을 도쿠가와 이에야스에서 <대망>으로 바꾸어 출간한 것인데 아주 오래전 학창시절에 읽던 '대망'을 다시 읽고 있는 중이다.

15세기에서 16세기에 걸친 일본 전국시대ㆍ아즈치 모모야마 시대ㆍ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세 사람이 난세를 끝내고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어가는 내용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이 세 인물은 생김새도 성품도 아주 다르다. 노부나가가 떡을 치고 히데요시가 떡을 먹음직스럽게 빚어내고 이에야스가 그 떡을 먹는다. 이것은 천하통일 과정을 비유한 일반적인 이야기이다. 또한 세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는 두견새를 예로 든 글도 세 사람이 어떤 인물임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에야스는 인내의 화신이다.

저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죽여 버려라(노부나가)
저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울게 하라(히데요시)
저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려라(이에야스)

 

오래전 읽을 때는 그저 일본 춘추전국 시대의 흥미진진한 전쟁 이야기로 읽었다.

오래전이라 세세한 부분은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일본인들의 자살에 대한 부분이다.

할복자살을 하고 옆에서 고통을 빨리 줄이고 죽게 하려고 목을 치는 장면은 너무 많이 나온다.

심지어 여자들이 할복을 하려고 하면 힘이 드니까 입에 단도를 거꾸로 물고 앞으로 스스로 엎어지는 장면은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런 행태가 가능한지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그런 끔찍한 자결 전에 유언시까지 읊고 있는 장면이라니.....

 

권력을 잡은 자에 의해 패자 일족들에 저질러지는 만행은 상상이상이다.

여자들과 어린 아이들은 볼모로 잡혀가기 다반사이고 이 과정에서 물건처럼 취급된다.

부부간, 부모 자식간의 생이별은 허다하다.

 

어린 아이들이 볼모로 끌려 갈 때는 끌려가는 볼모의 벗이 필요하니 또 다른 많은 아이들이 필요하기도 하다.

살기 위해 본능적인 정마저 끊어내야 하는 것이다. 

이제 5권까지 읽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노부나가의 급작스러운 죽음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 아니라면 이렇게 갑작스럽게 죽게 하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등장인물이 대단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상상력이 뛰어난 것이란 생각.

 

 

대망 1,2 권 뒷표지

 

- 시집가는 일이, 언제부터인가 볼모의 뜻을 지니기 시작했다. 난세는 사랑을 짓밟아 여자들은 이미 자연스럽게 감정을 드러내는 일을 가엾게도 봉쇄당하고 있다.

 

 

- 너의 분별이 일족뿐 아니라 다케치요의 안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아버지의 자식이라면 잘 헤아려 비웃음 받지 않도록 해라. 부부의 인연은 끊겨도 모자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는 법이란다.

 

- 한편은 남편과 자식, 한편은 남매 사이의 슬픈 전쟁을 이 딸이 과연 견뎌낼 수 있을지?

 

- '지금까지는 도쿠가와 대 다케다의 싸움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오다 대 다케다의 싸움이 된다......' 이긴 다음 노부나가로부터 도쿠가와 가문 내부의 일까지 간섭받지 않도록, 신중한 준비를 갖추고 노부나가를 대해야만 

 

- 아무리 날쌘 기마무사라도 총만 있으면 졸개 집단으로 넉넉 무찌를 수 있다는 전술상, 사상상의 대혁명이 이룩되었다.

 

- 일부다처의 이 시대에는 임신하면 다른 여성을 잠자리에 들여보내는 게 여자 마음가짐의 하나였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라 30살이 지나고도 측실과 애정을 다투는 정실은 색골 계집이라고 손가락질 받는다. 그래서 정실은 대개 곧바로 잠자리 시중을  사양한다고 자청하여 남편을 젊은 여자에게 양보하는 것이었다.

 

- 이마가와 요시모토의 조카딸로서 시집 온 마님, 애정에 굶주려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여 마침내 부부 사사의 골을 깊게 하고 만 가련한 여자. 싸움으로 지새는 전국의 모략이 이러한 여인을 놓칠리 없어 마침내 모반이라는 엄청난 이탈에 이르게 한 것이다....

 

- 이에야스는 노부나가에게 더 이상 한 가지라도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 필사적이었던 것이다. 노부나가가 장인과 사위라는 사사로운 정을 떠나 일본의 새로운 질서 확립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노부야스의 자결을 강요한다는 태도를 취하는 이상 이에야스 또한 그에 못지않은 차원의 조치가 필요했다. 노부가가가 천황이 임명한 우대신이라면, 이에야스 또한 천황의 좌근위권소장, 결코 노부나가의 신하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이 하기 위해 만일을 위한 조치에 털끝만한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되었다. 

 

- 여자는 33살이 지나면 뒷전에 숨어 여생을 즐겨야 하는 법

 

- 난세의 영웅이 반드시 평화스러운 때에도 영웅이 될 수 있는 건 아닌 듯했다. 마치 노히메 부인이 앞뒤 분별없이 날쮜는 젊은 노부나가의 아내일 수는 있었지만 우대신의 아내는 아니었듯이... 마님은 숨을 크게 몰아쉬는 노부나가의 가슴 속에서 지금 어떤 감회가 물결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어떤 경우에도 마음약한 소리는 하지 않았던 노부나가. 인생은 50년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노부나가. 그 노부나가가 49살로 절체절명의 죽음앞에 서 있다.

 

- 이에야스는 쉽게 사람을 믿는 성품이 아니었다. 반년만 지나면 만 40살이 되는 그가 생애를 통해 관찰해 온 인간의 모습에는 대략 네가 면이 있었다. 그 가운데 두 가지가 결점이고 나머지 두 가지가 장점이라면 괜찮은 인물이지만, 결점 셋에 장점 하나인 사람이 많다. 그렇다고 장점이 하나도 없는 인간은 없으면 장점이 없어 보이는 것은 상대가 장점을 뱔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기 때문으로 믿고 있었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의 싸움은 그 결점의 충돌로 시작되고 사람의 화합은 장점이 만나는 곳에서 생겨난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노부나가와 미쓰히데의 충돌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우려하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세 가지 결점을 지녔으면서도 하나의 장점으로 뭇사람들 위에 군림했다. 탁월한 그 장점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이에야스 또한 자신의 아들 노부야스의 자결을 요구 받았을 때 노부가가와 정면으로 충돌했을 께 틀림없었다. 그 때 이에야스가 자신을 꾹 억누를 수 있었던 것은, 누부나가의 유일한 장점이 '난세의 종식'이라는 만백성의 염원에 집약되어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천하 통일은 지금 노부나가 한 사람의 야심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만백성의 소리인 것이다. 

 

노부야스는 사랑하는 아들이었다. 감정적으로는 견딜 수 없이 분한 일이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난세는 그러한 노부야스와 이에야스의 슬픔을 끝없이 되풀이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으므로 사사로운 정을 누를 수 있었던 것인데, 미쓰히데에게 과연 이에야스보다 더욱 간절하게 난세의 종식을 원하는 마음이 있을까?

미쓰히데는 본디 출세를 꿈꾸며 이리저리 다니다가 아사쿠라 가문에서 오다 가문으로 옮아간 자였다. 따라서 노부나가의 뜻을 응시하는 점에서 이에야스보다 뛰어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으며, 노부나가가 이에야스보다 미스히데에게 부드럽게 대할 리도 없었다. 같은 세기의 바람을 받는다면 이에야스는 참을 수 있는 일도 미쓰히데에게는 참을 수 없는 게 아닐까? 그것은 결코 인내심 문제가 아니라 마음에 품은 뜻의 내용에 따라 이해의 정도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었다. 

 

- 교토에 정변이 일어난 것을 알면 농민도 어부도 곧 폭도로 변할 게 틀림없었다. 이 언저리가 질서 잡힌듯 보였던 것은 모두 노부나가에 대한 공포가 시키는 거짓된 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 우연은 때로 어떤 기획자보다 훨씬 멋진 호기를 마련하여 결과부터 추론하고 싶어하는 인간들을  야유하는 법이다.

 

- 저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촌사람은 모두 좋아해요. 정직의 연못은 한없이 깊어서 무엇이 나올지 모르거든요. 거짓말은 금방 바닥이 드러나 추하니까요(고노미)

 

- 처음에 렌가 스승으로 히데요시에게 다가온 승려 출신 유코는 이무렵 히데요시의 총애를 받는 측근이 되어 군담기록을 담당하고 그것을 읽어주는 역할도  했다.  그의 눈에 비친 히데요시는 참으로 불세출의 거대한 별이었다. 세심함과 대담함, 거짓과 진실, 자기 선전과 진심이 이토록 혼연일체를 이루고, 그러면서도 전혀 악의를 느끼게 하지 않는 인물을 그는 아직 본 적이 없었다.

 

- 자야는 그제사 그들의 이야기를 똑똑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무장들끼리 줄곧 천하를 다투고 있을 때, 한쪽에서는 어떻게 부를 늘릴까 하는 전혀 다른 입장에서 사물을 보고 생각하는 한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것은 결코 작은 힘이 아니었다. 만약 그들의 후원이 없었다면 히데요시의 이번 행사도 이처럼 훌륭하게 진행될 수 없었을 것이다.

 

- 사람들이 저마다 사상과 행동에 기준을 갖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시대를 난세라고 한다. 난세를 사는 인간의 자기 주장은 언제나 슬픈 고집다툼으로 빠져든다. 히데요시에게는 히데요시의 고집이 있고, 시바타에게는 시바타의 고집이 있다.  

 

- 뭐니해도  이 싸움터에서의 큰 짐은 미요시 히데쓰구였다. 그는 전투에 익숙지 못할 뿐 아니라, 아들 없는 히데요시가 극진히 사랑하는 친조카이므로 모든 사람들의 뇌리에 말할 수 없는 무거운 부담이 되고 있었다. 히데요시에게 만약 실수가 있었다면 바로 이 점이었다. 이케다는 처음부터 그(히데쓰구)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썼다.

 

-"나는 큰 욕심을 가지고 있다. 일본을 다 휩쓸고 나면 다음은 명나라까지 평정할 계획이다. 그런 때 이에야스는 쓸모 있는 놈이야. 그렇지, 내가 그걸 잊고 있었군, 왓핫핫핫"

 

"주고쿠 정벌 때 노무나가님은 나에게 그 큰 임무를 무사히 수행하면 주고쿠, 시고쿠를 깨끗이 주겠다고 하셨다...... 그때 나는 필요없습니다.! 하고 분명히 대답드렸다. 나는 장차 조선을 비롯해 명나라를 얻고자 합니다, 좁은 일본 따위는 안중에 없습니다 라고...."

 

- 지금 여기서 히데요시를 쓰러뜨리면, 나(이에야스)혼자 천하의 영주를 모두 적으로 돌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셨지. 그러니 여기서는 히데요시가 모든 상대를 하도록 두자고 하셨고...

 

- 그러니 여기서는 온 일본의 고양이들이 히데요시 앞에 꿇어엎드리는 가운데, 이에야스만은 호랑이는 아니지만 용이었..............다. 는 것을 강하고 분명하게 여기게끔 해 놓아야 호랑이가 쓰러진 뒤 고양이들의 소동을 막을 수 있는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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